마음이 조직설계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는 <조직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미 다루었습니다. 이번에는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고 경영에 필요한 마음 상태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마음의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마음은 오랫동안 철학자들의 관심사항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신경생리학자나 분자생물학자들이 특히 뇌과학(brain science)의 영역을 새롭게 열어서 마음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들보다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마음이 자신의 고유한 연구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분야는 역시 심리학입니다. 정신분석학에서부터 인지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자들은 마음과 행동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행동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정상행동의 강화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쳐 학교교육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영역에서도 마음의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기독교와 불교에서는 기도와 참선수행 등의 방식으로 마음을 다스리도록 가르칩니다.

 

내가 90년대 중반 한국은행에 근무할 때 서강대 철학과 강영안 교수로부터 주체의 죽음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강의내용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주체의 개념과 그 변천과정을 소개했었는데, 경영학이 풍기는 실증주의적이고도 실용적인 풍토 속에 있던 나에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나는 당시 사유의 깊이가 곧 인간의 본질을 규정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도 기회가 되는 대로 경영학의 본질, 그리고 그 학문의 대상인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대한 사유의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네덜란드 철학자 반 퍼슨(Cornelis Anthonie van Peursen, 1920~1996) 교수의 『몸 영혼 정신』을 읽었습니다.(C. A. 반 퍼슨(C. A. van Peursen), 손봉호 강영안 옮김, 『몸 영혼 정신』, 서광사 1985) 마음의 문제는 철학자들에게도 관심을 끄는 주제여서 오랜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유물론이나 유심론의 논쟁이 그것입니다. 그는 마음과 몸의 일체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역사적으로 검토하고 뇌과학의 입장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마음과 몸에서 파생된 개념들을 철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유해왔는지를 간략히 정리하면서, 인간은 결국 정신과 육체의 일체성을 갖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후에 나의 관심을 끄는 저작이 길버트 라일(Gilbert Ryle, 1900~1976)의 『마음의 개념』이었습니다.(길버트 라일(Gilbert Ryle), 이한우 옮김, 『마음의 개념』(The Concept of Mind), 문예출판사 1994 참조.) 데카르트로부터 유래하는 정신과 육체의 이원론을 통렬하게 비판한 철학자였습니다. 데카르트를 비판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놀랍게도 철저한 유물론적 행동주의자와 같은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마음이라고 부르는 모든 정신작용은 언어의 잘못된 사용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의 언어철학적 분석에 의하면 마음이라는 용어는 소위 범주적 오류(category mistake)를 내포하고 있어서 많은 혼란을 초래케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을 방문하는 사람이 대학건물, 도서관, 운동장, 박물관, 학과 사무실 등을 보고 대학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입니다. 대학은 그런 시설물들이 아닙니다. 대학은 그런 건물들, 연구실, 학생, 교수 등의 상호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질문은 대학을 그 구성부분인 여러 제도들과 동일한 범주에 귀속시키는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는 추상적 개념인 마음이니 영혼이니 하는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예지적이고도 고차원적인 인간행동을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의 비판적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논리의 정교함과 철학적 사유의 치밀함에 탄복합니다.

 

하지만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잇슨(Gregory Bateson, 1904~1980)의 말대로 논리의 치밀함이야말로 인과관계의 빈약한 모델이 아닐까요.(그레고리 베잇슨(Gregory Bateson), 박지동 옮김, 『정신과 마음』(Mind and Nature), 까치 1990, 77~79쪽 참조.) 인간의 삶은 결코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논리를 넘는 비약과 혼돈의 와중에서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지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는 그런 현실이 오히려 삶에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공급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며 삶을 영위합니다.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