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서양이라는 개념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서양이 공간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 특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인에게는 돈이 모든 것의 중심이자 궁극적 목적으로 생각하는 정신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미국인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미국인들이 그 어떤 나라도 따라 할 수 없는 소비주의(consumerism)에 몰입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청교도적 검약은 허울뿐입니다. 미국인들은 절약을 모릅니다. 독일 유학 중에 알게 된 몇몇 미국인 가정에 초대받아 가서 보면, 추운 겨울에도 난방을 세게 해놓고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지냅니다. 독일인들이 보았을 때는 기겁을 할 일입니다. 유럽사람들은 대개 겨울에도 난방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실내에서는 두툼한 옷을 입고 지내는 검약의 정신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돈이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는 물신숭배(fetishism)와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몸에 배어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돈에 대한 믿음은 신에 대한 믿음과 같습니다. 그들이 안락함을 위해 돈을 추구하는 것은 영혼의 평안을 위해 신에게 헌신하는 태도와 유사합니다.

 

월 스트리트에서 헤지펀드를 운영했던 길버트에 관한 얘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그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다른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 운영자로 일하다가 1996년에 독립하여 자신의 헤지펀드를 차렸습니다. 1999년까지 약 5억 달러에 이르는 자본을 운영했습니다. 인터넷 붐을 타고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이것이 미국인과 다른 세계인들을 구분 짓는 기준입니다.

 

그는 사무실을 헤지펀드 메카라 불리는 그리니치로 옮겼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환상적인 주택가에 있는 오래된 석조저택을 대략 1,000만 달러에 구입했습니다. 그의 아내 샤론도 적극적이고 야망이 많은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고집을 부려가면서까지 진짜 스코틀랜드출신 하녀를 고용했고, 개인트레이너도 고용했습니다. 또 항공사와는 자가용비행기 임대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무엇보다 정성과 돈을 들인 것은 새로 구입한 집이었습니다. 그녀는 현대의 모든 화려한 기술을 동원해서 이 집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우선 2층 높이의 영화감상실을 만들었고, 가족이 함께할 거실에는 거대한 벽난로를 설치하고 천장을 대성당처럼 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하실에는 포도주 5,000병이 들어갈 포도주 저장실을 만들었습니다. 이 저장실은 12명이 앉을 수 있는 고가구 식탁을 갖춘 식당을 둘러싸도록 설계되어서 화려함이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이 식당과 조리실 사이에는 음식을 나를 수 있는 소형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었습니다. 차를 몰아 집 앞까지 들어올 때 가로수 길을 달리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서 전나무 한 그루당 2만 달러를 들였습니다.

 

이 사례가 특수한 어떤 인물을 가지고 미국인 전체를 과도하게 매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런 소비가 무슨 문제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탐욕적인 삶을 미국인들이 동경하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은 너도나도 월 스트리트로 향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이 길버트와 샤론처럼 소비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사회적으로 매장되지는 않는다 해도 왕따될 가능성은 미국보다 높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회문화가 낭비를 억제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도 길버트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구요?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겠습니다. 2000년 그의 펀드는 마이너스 15%를 기록했고, 2001년에는 기술주와 인터넷주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30%이상 깎여나갔습니다. 투자자들은 대거 빠져 나갔고, 중과실 혐의로 소송까지 당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집에 들어가는 돈, 사무실에서 지출해야 할 돈, 은행에서 빌린 돈, 갚아야 할 돈, 마이너스 수익률…… 이 모든 것들이 길버트를 괴롭혔습니다. 끝내 아무에게도 연락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채 일주일간을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 침대에서 보냈습니다. 그는 펀드를 청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공들인 집도 처분했습니다. 갚아야 할 융자금만 남겨 놓은 채, 부부는 아예 아는 이가 없는 샌디에고로 떠났습니다. 그의 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좀더 상세한 이야기는 바턴 빅스의 투자전쟁을 참조하세요.)

 

인간의 욕망이 통제되지 않으면, 탐욕이 분출합니다. 탐욕의 분출은 아무도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이때 인간의 이성은 마비됩니다. 스스로 파멸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탐욕을 부추기고 그것을 맘껏 충족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는 탐욕이 그 시대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의 주장과 행동이 탐욕을 부추김으로써 사회 전체를 파멸로 이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탐욕이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미국식 경영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