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사실무를 하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은, 인간의 마음은 결코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조직구성원들을 숭고한 목적으로 향하여 이끌고 간다는 것은 경영자로서 보람이기도 하지만, 고난의 길이기도 합니다.

 

물론 잘 하면 보람이지만, 잘못하면 고난이죠. 나는 언제부턴가 경영자가 잘 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인간과 조직의 문제를 평생의 화두로 삼게 되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없이는 제대로 경영하기 어려울 것이고, 인간들이 모인 조직의 특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욕구(needs)를 가지고 있습니다. 욕구를 분류하는 방식은 학자마다 다르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분류법이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 1908~1970) 교수의 분류입니다. 그는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안전 욕구(safety needs), 사회적 욕구(belonging needs), 존중의 욕구(esteem needs), 자기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에 이르기까지 소위 '욕구 5단계설'을 주장했습니다. 생리적 욕구나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상위 욕구인 사회적 욕구의 결핍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상식에도 부합하는 개념체계입니다. (욕구5단계설에 대해서는 매슬로우가 1943년에 쓴 논문 “A Theory of Human Motivation”, Psychological Review 50(4)(1943), 370~396쪽을 참조하세요.)

 

그러나, 모든 경우에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가끔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산악인들을 보면서 매슬로우가 뭐라고 생각할까 궁금해 합니다. 산악인들은 죽음을 무릅쓸 정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즉 생리적 욕구나 안전 욕구가 충족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들은 하위욕구의 충족 없이도 존중의 욕구와 자기실현의 욕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아무도 히말라야로 가라고 강제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욕구와 비슷한 개념으로 동기(motive)에 대해 연구한 학자도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맥클렐란드(David McClelland, 1917~1998) 교수입니다. 그는 인간은 세 가지 주요 동기, 즉 성취동기(achievement motive), 친화동기(affiliation motive), 권력동기(power motive)에 의해 행동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취동기는 더 좋은 성적을 얻으려고 밤잠을 설치는 학생들, 골프스코어를 좋게 만들려고 애를 쓰는 주말골퍼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성취동기는 자신이 설정한 높은 목표를 위해 몰입하는 정도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는 성취동기가 좋은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큰 해를 끼칩니다. 물불을 안 가리고 목표를 향하여 돌진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성취동기가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 때문입니다. 인생사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동기라 해도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친화동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동기인데, 어떤 것을 성취하는 것보다는 타인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배려함으로써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을 말합니다. 아주 어려운 부탁을 해도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 대부분 친화동기에서 나옵니다. 친화동기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게 만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좋은 측면이 있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우유부단해져서 아무것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권력동기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성향을 말합니다. 권력동기가 큰 사람은 조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을 희생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간디는 물레질을 하면서 인도인들뿐만 아니라 영국인에게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테레사 수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히틀러의 경우도 권력동기가 매우 높았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동기유형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행동은 반드시 여러 동기가 혼합되어 겉으로 드러납니다. 동일한 행동이라 해도 사람마다 다른 동기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부하를 유능한 인재로 육성하려는 상사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하가 일을 잘하면 그만큼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성취동기)

     내가 그를 육성시키면 그가 나를 좋아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다 (친화동기)

     나는 부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 (권력동기)

 

이렇게 하나의 행동에 서로 다른 의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동기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행동을 작동시키는 심리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앞서 매슬로우가 구분했던 욕구의 수준과 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또는 환경에 따라 욕구체계와 동기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유형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심리학자들이나 실무컨설턴트들이 여러 요소를 감안하여 심리유형을 분류하기도 합니다만, 주역이나 명리학에서 말하는 사주팔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류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 세상에는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는 점입니다.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얘기는, 욕구와 동기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입니다. 배가 고파 라면을 하나 끓여 먹었다면 생리적 욕구를 충족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성취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면 자기실현의 욕구가 충족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인 욕구(needs)가 욕망(desire)으로 빠져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욕과 관련하여 영양과 건강을 고려하여 적당한 음식을 먹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 수준을 넘어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웨이터의 서브를 받아가면서 발음하기도 어려운 와인을 주문해서 즐기고 싶어집니다. 등산이면 충분한 것을 반드시 골프를 치고 싶어합니다. 그것도 비싼 골프클럽으로 치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골프코스를 섭렵하고 싶어집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되 돈 많고 유능하고, 게다가 잘 생긴 사람이라면 더 좋습니다. 사회에 공헌하여 자기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되, 자기 이름을 딴 건물과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이쯤 되면, 내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겠지요. 욕구를 충족하려는 본능적 행동이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면 욕망(desire)으로 빠져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욕망이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되지 않으면, 지나친 성취동기와 지나친 권력동기를 자극함으로써 조직이나 사회 전체를 파국으로 이끌게 됩니다.

 

욕망은 진보의 원동력입니다. 인간이 단순히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과학문명으로 진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짐승은 단순한 욕구충족으로 끝납니다. 밀림의 왕자인 사자가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데 무슨 우아함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는 욕구 충족을 넘어서는 욕망의 뜨거움이 있기에 일과 직업에 대한 강력한 몰입과 성취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통제를 자율적으로 또는 타율적으로 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욕망은 탐욕(greed)으로 나아갑니다. 욕망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탐욕은 인류의 재앙입니다.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