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인간의 이성에 의해 합리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합리화(rationalization)란 원하는 것을 달성하게 하는 모든 수단과 대안을 계산하여 최대한 활용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리화의 정의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원하는 것(desired ends)

계산 가능한 수단(calculable means)

최대화(maximization)

 

여기서 원하는 것은 단순한 생활의 편리함에서부터 다른 사람과 구별 짓는 사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드러납니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돈입니다. 돈을 벌어야 원하는 것을 소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돈이 합리화의 원동력이 됩니다. 계산 가능한 수단에는 물적 자원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도 포함됩니다. 최대화는 그 수단을 활용하여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강구해 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합리화의 극치를 이루는 것이 음식문화의 표준화입니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다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는 인간이 먹는 것을 표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아무도 음식이 표준화되고 계산 가능하며 통제 가능한 상품으로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것을 가능케 한 인물이 바로 레이 크록(Ray Kroc, 1902~1984)이었습니다. 그는 맥도날드를 프랜차이즈화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맥도날드야말로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합리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20세기 전반의 포드자동차의 T모델에 버금가는 위대한 합리화였습니다. 맥도날드는 미국식 합리화의 상징입니다. 맥도날드식의 합리화가 우리의 일상생활의 전 영역에 끊임없이 파고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분석한 미국 사회학자 조지 리처(George Ritzer)는 이것을 사회의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 of Society)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맥도날드화의 이점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조지 리처, 김종덕 옮김, 맥드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시유시 1999 참조)

 

효율성: 배고픔을 즉각적으로 채워줄 수 있습니다.

계산 가능성: 제공되는 제품의 크기와 양, 그리고 서비스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예측 가능성: 언제 어디서나 제품과 서비스가 동일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통제: 매뉴얼에 의해 인간을 통제합니다.

 

앞의 세 개는 장점으로 이해되는 데, 마지막의 통제는 어떻게 장점일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할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비합리적인 동물입니다. 이랬다 저랬다 합니다. 일관성이 없습니다. 인간의 이성과 감정은 정말 믿을 것이 못됩니다. 그런 인간을 무인기계가 통제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생겨 신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무인기계에 의한 통제의 장점입니다.

그래서 맥도날드화 되었고, 지금도 맥도날드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에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아파트생활이 전형적인 삶의 맥도날드화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맥도날드식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계산과 예측이 가능하고, 통제되고 있는 삶을 말입니다. 쇼핑이 맥도날드화 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에 가면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골라 계산하고 빠져 나오면 됩니다. 맥도날드화의 이점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습니다.

 

큰 문제는 교육이 맥도날드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험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을 만드는 것이 일선학교의 목표가 됨으로써 학생들을 햄버거 찍어내듯이 학교를 졸업시킵니다. 더 큰 문제는 온 사회의 시스템이 맥도날드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역시 맥도날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기획사에 의해 맥도날드화된 인물들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6,7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은 적어도 뚜렷한 자기 개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은 성형으로 제조하여 춤으로 몸을 만들어서 무대에선 립싱크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이런 연예인들에게 열광하는 것 또한 맥도날드화되어 있습니다. 팬클럽 만들어서 마케팅 전략을 잘 쓰면 인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디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디가 인위적인 것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정말 큰 문제는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이 온통 맥도날드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조직은 철저하게 규정과 규칙, 지침과 매뉴얼로 운영됩니다. 이런 것들이 구성원들을 통제합니다. 정보시스템이 깔려 있어서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조직구성원들이 그 시스템을 잘 따라 하면 중간은 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정보시스템을 깔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하면 될 뿐입니다. 계량화된 성과관리시스템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효율성이 창의성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렇게 합리화하는 원동력은 돈입니다. 패스트푸드업계의 경쟁에 대해 레이 크록이 한 말을 볼까요.


"이것은 쥐가 쥐를 먹고 개가 개를 먹는 형국이다. 그들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그들을 죽일 것이다."(바버라 오클리, 이종삼 옮김, 나쁜 유전자, 살림 2008, 408쪽)

 

레이 크록에 있어서 돈은 모든 것입니다. 맥도날드를 살리기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돈의 힘입니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이성이 세계를 합리화하면 할수록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의 폐해는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수록, 나아가 그것에 중독될수록 육체와 정신이 더욱 피폐해지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생활이 편리하지만 비인간적일 정도로 개인주의화되는 폐해는 점점 심해집니다.

 

천천히 조리된 음식을, 명상적 태도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을 때, 삶은 풍요로워집니다. 텃밭에서 일용할 양식을 재배해서 먹는 삶이 아파트 살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을 실천할 수 없도록 구조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맥도날드화의 폐해를 줄일 수는 없을까요?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