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나면, 왠지 신뢰가 가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믿음이 덜 가면서 기분도 좋지 않은 의사가 있습니다. 믿음이 덜 가는 의사가 아니라 신뢰감을 주는 의사를 만나는 것도 현대인의 축복입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의료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쌓은 법을 배워야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우리 의료시장을 서양의 자본과 의사들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몇몇 대학병원의 교수님들에게 리더십관련 강의와 워크샵을 진행했었는데, 그 과정에 알게 된 것은 우리나라 의료진의 기술력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환자를 고객으로 대하는 경영마인드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병원신생아간호사회의 정기학술대회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는데, 의료인이 환자를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간호사들의 모임이라 꽃밭에서 강의를 한 느낌이었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너무 과로한 탓인지 대상포진이 생겨 8일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아파서 왼쪽 갈비뼈가 부러진 줄 알았었습니다. 담당 피부과 의사의 말로는 아픈 것에 비해 그렇게 중한 병은 아니니, 푹 쉬고 잘 치료를 받으면 쉽게 낫는다는 것입니다. 면역이 떨어지면 생기는 병이니 면역력을 키우도록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가 없도록 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 저녁으로 회진을 돌면서 내 손을 꼭 만져주곤 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항상 약자입니다. 아픈 사람이 의사를 보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입원기간 중간에 담당주치의가 나이 많은 의사에서 젊은 의사로 바뀌었습니다. 젊은 의사는 나를 대하는 것이 사무적이었습니다. 회진에서 내 손을 잡아주지도 않았고, 어디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휙 둘러보고 고개만 끄떡끄떡하고는 그냥 나가버리곤 했습니다. 물론 그에게는 그 때가 가장 바쁜 때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 사정이야 내가 알 수 없는 노릇이지요. 의사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평가할 수 없지만, 적어도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퇴원한 이후로 그 젊은 의사에게는 가지 않았습니다. 마음과 마음을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의사는 그걸 아직 덜 배운 모양입니다.

 

환자와 의사, 정치인과 시민, 경영자와 노동자, 부하와 상사 사이의 벽을 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마음(connectedness)입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사정과 형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기 전에 말입니다.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