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역사에 대해 읽은 책 중에 가장 탁월한 것을 소개합니다. 『피 땀 눈물』(바다출판사 2005)입니다. 리처드 던킨(Richard Donkin)이라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노동관련 칼럼니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분이 썼습니다. 그는 낚시, 항해, 여행에 관해서도 많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의 홈페이지(http://www.richarddonkin.com/)에서도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피 땀 눈물』은 몇 해 전에 미국 출장 길에 비행기 칸에서 읽기 시작해서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 읽었습니다. 그 때의 감동 때문이었는지 그 후 노동에 관한 일이 생기면 다시 읽어보곤 했었습니다. 최근에 내가 쓰고 있는 책과 관련하여 참고하기 위해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노동의 역사를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들의 노동에서부터 경영의 종말을 고하고 있는 현대인의 노동에 이르기까지 피와 땀과 눈물로 점철됐던 여러 가지 사례를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흑인노예들의 비참했던 노동상황, 노동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던 로버트 오웬(Robert Owen)의 실패, 자본가들의 착취에 대항했던 생생한 노동운동 현장, 경영에 참여하게 하는 현대적 노동통제방식을 읽을 때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노동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고통스런 노동을 해야 하는가? 내 견해는 간단합니다. 노동 없이는 우리의 삶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받아야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죠. 이렇게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에 일을 합니다. 그래서 노동은 고통스럽습니다. 싫고 짜증나지만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서 고통이 수반됩니다.

 

성경에는 노동의 시작을 창세기 3장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범죄한 후에 여호와 하나님이 명령합니다. 여자에게는 자식을 낳는 고통이 크게 될 것이고, 아담에게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하며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인류에게 시사하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본능에 사로잡힌 짐승들은 노동하지 않습니다. 노동은 인간의 인간됨을 규정합니다. 노동하지 않는 인간은 본능에 사로잡힌 짐승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노동이 끝나는 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부를 쌓아놓고 있다면 어떨까? 고통스런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행복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되는 자본주의 세상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짐승과 달리 인간의 마음과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노동없이 인간의 마음과 뇌는 행복지지 않습니다.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의 수고를 아끼지 않을 때 인간은 행복해집니다. 그것을 외면하는 사람은 그의 영혼이 황폐하게 되어,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처럼 됩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그런 사람을 자주 봅니다. 그들은 노동 없이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인데, 대개 뇌물과 불법과 비리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노동의 대가가 아닌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여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주가를 조작하거나 뇌물을 통해 배타적 이권을 얻으려는 사람들입니다.

노동하는 것 자체가, 그리고 더 좋은 노동을 위한 반복적인 훈련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저주가 아니라 축복입니다. 
그래서 직장에서 은퇴했다 하더라도 노동할 수 있는 잠재력과 힘을 길러야 합니다. 물론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가능해야 건강한 사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노동이야말로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 없는 삶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삶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확보합니다.

 

리처드 던킨 역시 일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우리 뒤에 올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에 대한 표지로서, 그리고 우리의 잠재력에 대한 단서로서 좀 더 나은 어떤 것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우리의 일은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본능적인 깨달음의 결과이다.(497쪽)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