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BSC를 도입해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빠른 기업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적어도 짧게는 3년 이상 실행해 본 경험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지난 10년간은 BSC가 경영이론 중에서 가장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경영이론은 이미 하나의 산업을 형성했습니다. 그럴 듯한 경영이론이 하나 생성되면, 그것에 따른 돈벌이가 만만찮습니다.
그래서 경영학자들은 경영이론을 구성해서 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게 좋은 경영이론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팔기 위한 이론들이기 때문에, 경영현장에서는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곤란합니다. 임상실험 없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이라는 문화적 토양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는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상업화된 경영이론 중에서 BSC는 단연 가장 인기 있는 이론입니다. BSC를 도입하여 성공했다는 사례집도 나왔고, 실제로 BSC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기업도 있습니다. 이런 기업 중에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 잘 알려진 사례만을 소개하겠습니다. 여타 사례들이 과연 성공적이었는지는 실제로 그 기업 내부에서 정밀한 조사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기업 내부가 상당히 골병이 들어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피상적이긴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우리는 BSC 성공사례에서 BSC가 구성원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음을 금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랜드 사례
이랜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BSC에 관심을 갖고 도입운영하기 시작한 기업입니다. 2004년도에는 BSC명예의 전당에도 올라갔습니다. 지식경영에 대해서는 해외 주간지에서도 극찬했습니다. 2005년도에는 BSC Report에도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수많은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BSC연구회 지음, 『한국형 BSC 성공사례 11』, 삼성경제연구소 2006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랜드 사태는 2007년도에 발생했습니다. 홈에버 직원들의 장기 파업으로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랜드 그룹의 5대 의혹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정규직 1,000명을 대량해고 했다?
2. 그룹 회장이 지난해, 주식배당금으로 82억 원을 가져갔고 130억 원을 교회에 바쳤다?
3. 비정규직이 일하던 계산업무를 편법으로 용역(아웃소싱) 전환했다?
4. ‘0개월 계약’ 등 계약기간을 공란으로 비워놓고 회사 맘대로 기간을 정하고 계약을 했다?
5. 계산원의 한 달 급여가 80만원이다?
일부 노조원과 외부세력은 이런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주장했습니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닌데 이런 주장을 해대니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이야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회사의 공식적인 해명이 사실일 것입니다. 법대로 처리했고, 법의 기준보다 훨씬 더 완화된 노동조건으로 회사를 정상화 시키려고 했는데, 문제가 꼬였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이랜드 그룹이 까르푸를 인수해서 홈에버로 명칭을 바꾸고 경쟁자인 이마트를 모델로 적자기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 중의 한가지 전략이 홈에버에 근무하던 비정규직 중에서 18개월을 근속한 52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이마트처럼 아웃소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의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회사의 조치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문제의 조짐이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초 세운 전략대로 밀어붙인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노조에서는 정규직화의 기준이 18개월이 아닌 3개월로 요구했고, 연봉인상까지 요구하면서 점거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정치계와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노총이 끼어들면서 사건이 커졌습니다.
당초 세운 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현장 상황에 따라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사람들, 특히 외주로 전환될 사람들을 상대로 설득하는 일을 했어야 합니다. 열린 마음, 헌신과 사랑의 정신으로 말입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비정규직은 얼마나 불안했겠습니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의 책임자는 도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기 때문에 전략(계획)에 따라 진행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성과지표로 표현되었겠죠. 외주로 넘어가는 비정규직의 마음에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은 노조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지 너무나 뻔한 스토리입니다.
BSC가 이랜드 사태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BSC의 폐해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했다면, 아마도 사태를 미리 예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BSC는 수렴적 사고를 강화하여 조직분위기를 폐쇄적으로 만듭니다. 외부와의 개방성(openness)이나 사랑과 헌신의 정신보다는 숫자화된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은 핵심인재들이 타사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2009년 7월 이랜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일모직을 상대로 "핵심인력을 빼갔다"는 이유로 채용무효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출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중국패션사업부를 맡고 있는 임원이 2008년 11월 돌연사표를 내고 제일모직의 상해법인장으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핵심간부 2명이 제일모직으로 가기 위해 사표를 제출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랜드는 재벌그룹에서 핵심인력을 빼가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퇴사하는 직원의 대부분은 그 회사에서 더 이상 비전을 발견할 수 없고, 일할수록 더욱 쪼임만 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충성심(organizational commitment)과 직무몰입도(job involvement)가 줄어들게 됩니다. 일에 대한 비전을 잃으면 사명감도 사라집니다. 그때는 그저 돈이라도 많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돈 몇 푼이라도 더 주는 데로 옮기는 겁니다. BSC는 계량화된 숫자로 강력한 통제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초 이화여대 앞의 2평짜리 작은 옷 가게로 시작한 사업이 수조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깨끗한 기업, 정직한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랜드의 성장을 진심으로 성원했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웃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뇌물 없고, 2중 장부 없이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 했습니다.
박성수 회장이야 추호도 잘못한 게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BSC를 도입하면서부터 직원들의 정신이 황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로 된 성과지표로 직원의 정신이 쪼임을 받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열린 마음, 헌신과 사랑의 정신이 숫자로 표현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이랜드의 브랜드 이미지는 셀 수 없을 정도의 가치손상을 입었습니다. 인간은 계량화된 숫자 앞에 장사 없습니다. 그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인간의 정신이란 그렇게 나약합니다. 그러므로 조직은 인간의 정신을 훼손하는 모든 숫자의 횡포로부터 조직원들의 영혼을 보호할 수 있는 리더를 필요로 합니다.
한국타이어 사례
한국타이어는 부당노동행위 또는 노동자들의 집단사망과 관련하여 언론에 노출된 적이 꽤 많은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이어서 더 많은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1999년부터 BSC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2001년도부터 2007년도까지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여러 질환으로 사망한 직원의 수가 수십 명에 이릅니다. 그래서 한국타이어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가 구성되어,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무엇이 원인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5년도 8월에 민주노동당이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한 문서는 한국타이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실태 조사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로조건이 매우 참혹한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방송매체에서도 크게 다룬 바 있습니다. 이 방송을 보면서 21세기의 개명한 세상에 아직도 이런 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것도 대기업이 그렇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BSC라는 강력한 관리수단은 이처럼 종업원들에게 감시와 처벌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연봉에서도 동종업계의 금호타이어와 비교해서 대략 2,000만원 정도 적게 지급되며, 부당노동행위로 보이는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사례(BSC연구회 지음, 『한국형 BSC 성공사례 11』, 삼성경제연구소 2006)에서 기술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BSC를 도입한 이후에 나타난 변화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었다는 점을 들었고, 경상이익률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기술했습니다. 마른 행주도 짜면 물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한국타이어에서 BSC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집단사망 원인을 회피하지 말고, 최우선으로 해결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감시와 처벌이 아니라 종업원들과 함께 회사의 장래를 논의하는 참여의 정신을 발휘하고, 최고경영자는 쥐어짜는 관리가 아니라 리더십을 통한 진정한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여기서 다룬 것은 언론에 공개된 자료에 의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BSC 성공사례라고 든 회사들은 사실 무엇을 성공했다는 얘기인지가 불분명합니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에도 상당히 많은 기관에서 BSC를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한번 상상해 보시죠.
아무런 변화도 없습니다. BSC양식에 숫자 채워 넣느라 복사지만 날린 셈입니다. 관료들과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BSC가 아니라 BSC할애비가 도입돼도, 그 기능을 하루 아침에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능력과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공공부문에서 BSC로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 사례를 댓글로 달아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후사하겠습니다. 제가 번역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 BSC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BSC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 어떤 장기적 성과에도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조직의 결속력을 저해하여 구성원들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힘 있는 미국인이 만들어낸 경영이론의 상업화 과정에서 생긴 희생양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BSC에 대한 미련을 버렸으면 합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Balanced ScoreCard가 아니라 Balanced Spiritual Contents입니다.
p.s.: 나는 이 BSC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마음 한 구석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마치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BSC를 컨설팅하는 많은 컨설턴트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인사문제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마음이지만,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해야 했습니다. 진실에 직면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이 글을 읽고 혹시 섭섭한 점이 있으면, 넓은 아량으로 용납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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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마인드 2009/07/16 09: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것이 bsc로 알고있었는데
그 반대라고 얘기하시네요.
경영학은 ceo를 위한 학문인데
휴머니즘으로 접근하시니까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장이면 교수님 말씀데로 할텐데 불행히도 전 그냥 사원일 뿐이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경영학은 CEO를 위한 학문이 아닙니다. 여느 학문분과와 마찬가지로 경영학 역시 진리를 캐는 학문입니다. 진리를 추구하죠. 더러운 물도 아주 빠르게 흘러가도록 하면, 그 과정에서 정화된다고 합니다. 윗물은 더러워도 아랫물은 맑아질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사원이라도 얼마든지 회사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요. 언젠가 기업을 세워서 그렇게 경영하시면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대흠 2009/07/16 1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박사님? 지금 제 책꽂이에도 '한국형 BSC 성공 사례'가 꽂혀 있네요. 동기가 부족해 앞에 좀 보다 말았지만요. 전에 조직과 영성, 영능지수 등에 대해 질문을 드렸을 때는 아시는 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박사님 글을 보면 spiritual, 영혼 등의 영적인 부분을 자주 언급하십니다. 정형화, 기계화된 경영이론 속에서 인간정신이 소외되는 문제는 아직 글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제 추측에 말씀하시던 3세대 경영학에서는 조직에서의 인간 소외가 아마도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다음과 같은 엉뚱한 상상과 함께...
天地人은 우리 전통 사상의 핵심이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이런 걸 내다보고 있었나 봅니다.
하늘(회사)이 먼저 생기고 땅(경영,조직)이 둘째, 그리고 셋째로 사람이 나왔는데 천지간에 조화를 이루는게 사람이고 사람이 없으면 하늘과 땅도 존재 의미가 없다. 세번째 나온 사람하고 3번째 나오게 될 경영학 하고 숫자가 일치하는데 우연의 일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
제가 몸 담고 있는 직원 20명 되는 벤처회사에서도 3번째 사람의 문제를 봅니다. 인력(manpower)으로서의 사람이 아닌 양심과 영혼을 지닌 사람이 경영의 중심에 있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관찰하는 중입니다.
저도 말씀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제3세대 경영학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으니까요.
성공사례라고 나온 문헌들은 대개 사실을 상당히 왜곡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작은 벤처일수록 경영의 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틀어 나가는 것이 아무래도 쉽겠지요. 노력하면 충분한 보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짧은이야기 2009/07/17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랜드 사태를 해석하는 새로운 견해를 보니 참 신선합니다. 저 또한 만나는 사람이, 읽는 글이 빤하다 보니 제 생각 안에 갇힐 때가 많은데, 선생님의 견해를 보고 또 하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랜드는 아주 재미있는 회삽니다. 잘 살펴봐야 할 회사죠. 약간의 신비감도 있었던 회사였는데, 적어도 80년대와 90년대 전반까지만해도 그랬습니다.
BSC를 회사에 도입하면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회사를 미국식 합리주의로 바꿨거든요. 개인주의적 각각 뜯어먹기식 관리시스템으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박성수 회장이 BSC에 대한 사상적 배경을 잘 알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걸 잘 몰랐던 것이죠. 참모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오너에게 딸랑거리는 이들만 주변에 쫙 깔려 있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으면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BSC를 도입하면서 그런 정신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BSC를 하면 공동체 정신은 완전히 포기해야 합니다. 각자 "너죽고 나살자"의 구호가 구성원들 가슴에 점점 깊이 새겨지게 됩니다.
서성봉 2009/08/02 0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랜드 내부에 있는 분에게 직접 들은 얘기지만 이랜드 내부에서도 BSC에 대한 갈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략실행 관리와 더불어 전략실행에 필요한 역량(지식)확보를 위해 BSC에 KM까지 연계한 부분이 이론적으로는 탁월하다고 생각되나 역시 조직 내부를 들여다 보면 내부 갈등이 전혀 없지는 않은듯 합니다.로엠이라는 계열사부터 시작하여 전사적으로 BSC를 확대 적용하여 외적으로는 높은 성과를 이룬것 같으나... 조직문화로 발전은 못한듯 싶네요
BSC의 기본개념은, 세계는 시계처럼 정교하게 움직인다는 뉴턴의 기계론적 사고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기계처럼 움직일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BSC을 도입하여 실행한 회사들은 조직문화가 모래알처럼 바뀌는 것이죠.
BSC의 이런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면, 이랜드는 더욱 발전하는 방법을 찾았을 것인데,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포스트를 썼습니다. 셈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http://mindprogram.co.kr/275
셈코스토리는 한번쯤 꼭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2009/09/10 17: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제가 그 고충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저도 20년을 관료화된 조직에서 일했는데요. 우리나라의 공직사회가 생산성이 떨어지고 형식주의에 매몰되는 가장 큰 이유는청와대의 대통령을 비롯한 각급 단체장들이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권력이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권력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적절히 견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떤 조직이든지 독주하고, 그 독주를 주변사람들이 마치 훌륭한 리더십인 것처럼 아부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더욱 독주하는 몰상식한 일들이 악순환되는 것이 지금까지 역대정권의 역사였습니다.
조직운영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BSC뿐만 아니라 식스시그마 등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것들을 조직운영의 틀로 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데스테 2009/10/27 1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랜드 자료 감사히 담아갑니다.
아이고, 무슨 공부를 그렇게까지 하시느라...
2009/11/12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경영진은 대개 직원들을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시도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지요. 그래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조금 더 강력한 도구나 수단에 유혹을 받게 됩니다. BSC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로 인해 BSC가 시중에 유행하고 있어요. 이것이 쥐약이라는 사실을 경영자들이 잘 모르지요.
인간은 쥐어짜면 나오는 젖소같은 짐승이 아닙니다. 영적인 동물이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저항합니다. 시스템과 구조를 변화시켜서 직원들을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더 강력한 변화의 도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럴수록 조직내에는 불신이 늘어갑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Brian 2009/11/30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 소장님의 메세지는 인간 영혼에 호소하는 경영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을 중요시해야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BSC를 했기 때문에 그러한 인간 중심 경영이 되지않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세상에는 BCS를 하지 않고 노조사태와 같은 문제가 많은 기업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BSC의 각종 지표는 사람이 만들어 넣습니다. BSC는 과거에 정말로 재무적인 숫자에만 치우쳤던 경영관행을 재무적 숫자자 아닌 종합적인 시각에서 여러 성과동인을 고려하여 경영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최 소장님께서 지향하시는 방향에 조금 더 근접 하려는 사상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BSC 에서는 측정 지표가 되는 성과 동인의 일환으로 얼마든지 인간적인 면에 관련된 지표를 집어넣을 수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되어졌을때 그것이 BSC때문이라기보다는 BSC를 어떻게 운영하였느냐에 따른 문제일것입니다. 비단 BSC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경영이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중요한 부분에 대한 정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저는 신뢰(trust)라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더 쌓을 수 있는 길(방법과 수단)을 만들어야 조직이 조직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동물의 왕국이 되고 맙니다. 동물의 왕국과 다를 바 없는 조직이 무수히 많습니다. 겉으로는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말입니다.
신뢰는 인간의 사회적 삶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일 뿐 아니라 그것에 기반한 조직에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다 줍니다. 신뢰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어떤 제도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즉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그 제도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조직구성원간의 상호신뢰를 높임으로써 보다 더 인간적이고도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 그러면 BSC가 과연 구성원간의 신뢰를 높여주나요, 아니면 낮춰주나요? BSC를 적용시켜 본 조직에서는 잘 알겠지만, BSC는 신뢰수준을 현저히 낮춥니다. 타율적인 성과지표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따라 평가를 받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장기건 단기건, 또는 정성적이건 정량적이건 말입니다.
성과지표로 목표를 세울 때 나타나는 현상을 혹시 경험해 보셨나요?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 목표치를 최대한 낮게 잡으려고 합니다. 어떤 지표를 쓰느냐에 상관없이 목표는 낮게 잡으려고 합니다. 목표가 자율적으로 잡혀지는 것이 아니라, 타율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죠. 이 지표체계가 구성원들간의 신뢰를 완전히 깨버립니다.
그래서 일본 품질관리의 아버지 어드워즈 데밍(Edwards Deming)박사는 목표를 없애라고까지 주장했던 것입니다.
나는 그래서 BSC를 현대판 테일러리즘(Taylorism)의 변용태라고 봅니다. 인간에 대한, 그 인간의 마음에 대한 추호의 이해도 없는 관리회계학자와 컨설턴트가 이런 저런 이전의 연구쪼가리들을 짜집기해서 만들어낸 조잡한, 그리고 매우 선정적인 상품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입니다.
어째서 이런 판단을 내리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쓰려고 하는데, Honors Program의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서 일시 중단된 상태입니다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BSC에 대해서도 다시 쓰려고 합니다.
아무튼 좋은 지적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