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압과 착취의 그늘에서 고통 받고 있는지에 대해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은 눈을 감았습니다. 기득권층이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습니다.
경영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의 창업자인 브루스 헨더슨(Bruce Henderson, 1915~1992)도 프리드먼의 생각과 같았습니다. 헨더스는 영리를 추구하는 방법으로서 가장 좋은 것이 경쟁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어떤 업계에서든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그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계속해서 늘려나가야 한다. 이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에는 경쟁에서 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저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경쟁자들은 고비용의 경쟁자들을 물리쳐야 한다. 그리고 비용절감을 이루어낸 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들 역시 낮아진 가격으로 인한 혜택을 누려야 한다.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통해 상품 판매 가격을 낮췄음에도 시장점유율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뭔가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지 스토크, 로브 라케나워, 김원호 옮김,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 북@북스 2005, 13~14쪽)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런 사상은 곧바로 다음과 같은 전략을 가지게 됩니다. 컨설팅회사들은 자신의 고객들에게 서로 경쟁하도록 부추겼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오늘날 미국계 컨설팅회사는 기본적으로 이런 사상을 따르고 있습니다. BCG의 컨설턴트인 조지 스토크와 로브 라케나워에 의하면, 기업이 법령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의 유형에는 제한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1. 단번에 강력하게 공격하라
2. 변칙적인 전략을 구사하라
3. 경쟁자의 핵심 수익기반에 위협을 가하라
4. 경쟁자의 방식을 이용하라
5. 경쟁자를 힘든 길로 유인하라
6. 파격적으로 관행을 깨뜨려라
이런 전략을 활용하는 기업가를 “하드볼 플레이어(Hardball Player)라고 했습니다. 하드볼 플레이어, 즉 피도 눈물도 없이 이익을 추구하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만 이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전체 경제에 이익을 준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산업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에 이익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경제에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장을 더 깨끗하게 만들고, 시장에 속해 있는 모든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들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고 합니다. 하드볼 플레이어로 인해 제품과 서비스에 일대혁신이 일어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내려가며, 이로 인해 고객들 역시 더 큰 만족감을 갖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조지 스토크, 로브 라케나워, 김원호 옮김,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 북@북스 2005, 19~20쪽 참조)
미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이념은 “자유”와 “경쟁”을 통해 이익을 최대한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익을 창출하는 목적은 주주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것입니다. 탐욕은 좋은 것이다! 이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명령입니다.
자본주의는 개인적 탐욕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규제 없는 자유로운 시장을 통해 성장해 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자유가 신장되었기 때문에 성장한 것이 아닙니다. 지난 200년의 자본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유를 빙자한 억압과 협박, 공포와 착취가 숨어 있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용산참사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충격과 공포”라는 작전명으로 이라크를 침공하여 자유로운 시장질서에 편입시키려 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자유로운 시장메커니즘을 통한 자본주의적 질서 이면에는 억압과 핍박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충격과 공포의 전략이 “자유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어떻게 작용해왔는지에 대한 검토는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1970~)의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 살림Biz 2008)에서 충분히 했습니다. 프리드먼의 자문을 받은 국가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있는 공공부문을 민영화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통한 대규모 해고와 공공서비스 가격의 폭등을 경험했습니다. 규제 없는 시장경제메커니즘을 도입하여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 내에서 경제정책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살펴보면 신자유주의 이념이 스며드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문동 재래시장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돌발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 같아서는 재래시장을 대형마트로 싹 쓸어버리고 싶은데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까 계속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 때문에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자, 재래상인들에게 인터넷으로 거래를 하도록 조언합니다. 세상에! 나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능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게끔 유도합니다. 대형마트에 대항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왜 내지 못하느냐고 다그칩니다. 자신이 예전에 길거리에서 장사할 때는 하소연할 데도 없었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너희들도 나처럼 따라해라'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대형마트와 경쟁해서 살아남아라' 그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하소연할 데라도 있으니까 옛날보다 좋아진 것 아니냐고 합니다.
대기업들은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합니다. 재래상인들이 대기업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내 생각 같아서는 청주 육거리 시장처럼 아케이드형 재래시장을 조성해서 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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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터킨더 2009/07/23 2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구체적인 내면을 들여다보니
더욱 무서운 괴물이군요.
글과 동영상을 끝까지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네요.
뭔지 모를 눈물과 해묵은 좌절감이 다시 고개를 듭니다.
오늘 교수님 글은 어떤 경제부 기자의 예리한 펜보다 설득력이 있고
저와 같은 무지한 사람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히 이해력있고 쉬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었으면 좋을터인데.....
이념이라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온 몸에 영혼까지 깊숙히 배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념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스며 들어 있음"(embeddedness)이라고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생각의 틀을 과감히, 그리고 전격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스며 들어 있는 자신의 이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향후 몇 년 간은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디어법이 강행처리되었는데, 그 법의 특징은 방송과 같은 공적 영역을 사기업에게 넘겨주는 일종의 민영화 작업입니다.
무터킨더 2009/07/24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님 허락도 받지 않고 이 글을 제 블로그에 소개했습니다.
용서해 주실거지요?^^
박 선생님의 블로그에 내 글이 소개되었군요. 정말 영광이지요. 블로그를 하게 된 것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올바른 경영"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박 선생님의 독일교육 이야기는 잘 읽고 있습니다. 독일 생각도 나고... 읽고 나면 한참 동안 멍하니 창밖을 내다 보곤 합니다.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군요.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 블로그를 가끔 보는데 두분의 대화를 보니 무언가 짠하는 느낌이 듭니다. 정중동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저작권법이 발효되었다는데 모든것이 법과 합의금 보다는 두분과 같은 배려의 마음이 우선되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솔직히 독일을 떠난지가 벌써 16년이 더 됐습니다. 그러니 강산이 변했을 겁니다. 귀국 후에 얼마간은 한국은행의 도서실에서 Spiegel과 Stern지를 보곤 했는데, 지금은 아예 그것도 볼 수 없어서, 독일 소식에 어둡습니다. 나는 인터넷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인터넷은 신문같지 않아요.
그 옛날 지냈던 시절의 생각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랬는데, 박 선생님이 좋은 글을 싱싱하게 하루하루 써 주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예전에는 선비들이 이렇게 글을 서로 주고 받고 그러지 않았겠어요. 이렇게 소식을 생생하게 알게되니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사이팔사 2009/07/24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분은 대통령으로써 한계가 있지요....
절대로 서민을 위할수 없는 한계.....
부자로 계속 살아오신분이 어려운 지금의 현실을 이해할수는 없을껍니다.....
재래시장은 계속 현대화되도록 정부에서 꾸준히 지원을 해야할껍니다...
상인들에게 맡겨둔다거나 생색만 내는수준이 되어서는...
그래도 그분이 하신 말씀이 있으니까,
양심이 있다면, 말한 대로 하는 시늉이라도 내겠지요.
안 그럴까요?
어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medifree 2009/07/24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요즘 나름 이런 비인간적인 경제체제에 대항하여 마트도 안가고, 독점적 성향의 기업이 운영하는 것들은 되도록 피하려 하는데 이게 마냥 쉽지도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괴로운 상황에서 맑스의 자본론은 우리에게 어떤 대안을 줄 수 있을까요? 무언가를 제대로 알고 싶어 시작한 공부인데 어렵기만 하네요..
마르크스를 공부하기 시작하셨다면, 몇 번 중도에 그만 두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하기를 여러번 반복하셔야 합니다. 나도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 어느 정도 감이 잡히면 재미있어 집니다. 끈기를 가지고 주류경제학과 비교하면서 공부하시면 세상을 보는 데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힘내세요.
피터팬 2009/07/31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MF위기 이후 물밀듯이 밀려들어와서 어느새 우리주위에 또아리 틀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악마에 대응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대응할수 있는 인내심과 끈기가 요구되며,이것은 당장 교육과정에서 변화를 시켜야만 후세대 사람들이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됩니다. 만약 지금부터 각성치 않고 이대로 흘러간다면 과연 몇세대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불을 보듯 뻔합니다.제발 선생님 같은 분들이 좀 더 힘을 내셔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각성 시켜 주시기 바랍니다.단지 나하나 먹고 살고 문제가 아닌듯한 불길한 느낌이 요즘을 엄청나게 느껴집니다.우리의 삶의 주권이 나와 우리가 아닌 악의 무리들의 수중으로 자꾸만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저 같은 무식쟁이도 이러할진데 선생님 같으신 분의 심정은 오죽 할까 싶습니다. 건강 하십시요.^^
기가 막히죠. 자본의 속성입니다. 자본에 중독된 사람들은 자신이 자본중독증에 걸린 것을 모릅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무능하다고 생각하죠. 돈벌이가 삶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은 돈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간의 사랑과 신뢰, 혐동과 유대에 의해서만 인간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숭고한 가치가 자본의 논리에 의한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의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지성인들의 대오 각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희망을 논할 수 있겠지요.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짧은이야기 2009/08/03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트도 징그러웠는데, 슈퍼를 곳곳에 세우는 걸 보고 그 징그러운 전략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경쟁의 룰이 공정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는데, 코끼리와 개미를 경쟁시키고도 '이긴 놈이 사회를 발전시킬 거야'라고 말하는 이들. 발전에 대해 토론하여 사회적인 합의부터 이끌어내보고 싶군요. 하긴, 개미들과 '경쟁'하느라 저 같은 사람과 토론할 시간조차 없겠지만요.
먹고 사는 문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