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가 쉽지 않아 그렇지, 일단 모든 것을 뒤로 놓고 출발하게 되면, 마음은 바뀝니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마도 공부와 일에 대한 관성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비행기를 타기까지가 어렵지 공항에 도착하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래서 여행일정이나 비행기표 수속하는 일은 아내가 담당하지만, 공항에 도착한 다음부터는 나도 여행모드로 바뀝니다. 카메라를 들고, 이리 저리 찍어댑니다. 공항에 도착하면 면세점 둘러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다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화장품 가게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죠.

 

인천공항에 들어설 때마다, 예전에 컨설팅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인사제도 관련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그것도 인연이라고, 세계에 모범적인 공항으로 칭송을 받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니, 가슴 뿌듯한 일이긴 합니다.


이 거대한 공항이 잘 운영되도록 벽돌 한 장 놓았다는 긍정적 생각이 이곳에 올 때마다 생깁니다.

 

탑승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 우리 일행 네 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카운터로 오라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아내가 딸에게 주려고 짐칸으로 보낸 김치와 고추장이 문제가 된 줄 알고 아내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무슨 일이 잘못되지 않는 한, 이렇게 방송으로까지 이름을 불러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 일행 네 사람을 일반석에서 프레스티지 클래스(prestige class)로 옮겨주겠다는 것 아닌가! 김치와 고추장을 걱정하던 우리는 한숨을 돌렸을 뿐 아니라, 이게 무슨 횡재인가 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가 횡재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일반석 손님이 차고 넘쳤기 때문에, 그 중에서 우대할 일행을 골라서 업그레이드 시켜준 것입니다. 큰 처남은 그 동안 많은 여행을 해서 마일리지로 보면 특별대접을 받을 만한 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편안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당당히 일반석과 다른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여행 중에 만나는 이런 뜻밖의 사건들이 여행의 묘미를 더해 주는지도 모릅니다.

 

바쁜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통로인데, 여행객인 우리 같은 사람도 들어 갔습니다. 구별된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그 느낌을 위해 돈을 더 지불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식사메뉴도 골라서 먹었습니다. 포도주도 골라서 마셨습니다. 모양새만 그럴 듯하지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녁메뉴는 그라탕을 시켜 먹었는데, 어찌나 맛이 없는지 1/3정도 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승무원이 그걸 보고는, 라면을 끓여다 주었습니다. 지구위 10Km가 넘는 상공에서 라면을 먹어보기는 처음입니다.

 







비행기 칸에서 보려고 가져간 책을 반쯤 읽고는 참을 청했습니다. 벌써 런던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공중에서 본 런던은 언제나 넓은 공원들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런던에 오면 곳곳에 있는 공원들이 늘 부럽습니다.



딸이 우리 일행을 위해 미니캡을 미리 예약해 두었습니다. 한국유학생 중에 아르바이트로 사설 미니캡을 하는 사람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영국에 온지 1년 반 정도 된 유학생인데, 한국에서 광고기획사에서도 근무했던 경험이 있고, 지금은 영국에서 광고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하면서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공부하고 일하는 유학생과 이민자들이 영국에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귀국할 때, 우리를 태워준 미니캡 기사도 영국으로 이민와서 갖은 고생을 통해 자식들을 명문대학에 들여보낸 장한 한국인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늘 반기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밀레니엄 돔(Millennium Dom)과 블랙월 독(Blackwall Dock)입니다.

딸이 사는 아파트의 남쪽 정박부두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