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새로운 일에 집중하느라 블로그에 신경을 쓸 새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새로운 포스팅을 기다리는 분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는데, 마침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 딸이 편지를 보내왔네요.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지켜 본 바로는 딸과 아들이 매우 다른 성격적 특성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인문학적 소양과 감수성이 풍부합니다. 유학 중에 자신이 쓴 에세이를 가끔 보내옵니다. 나는 그 에세이를 읽고 감동하곤 했습니다. 영어로 쓴 문장이 그렇게 유려할 수가 없었어요. 글에서 영혼의 울림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딸은 문장력보다는 수학적 재능과 비즈니스 감각이 더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의 전공도 경영학(business)이었죠. 졸업한 후에도 런던에 있는 투자은행(Credit Suisse)의 파생상품을 다루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로스쿨(law school)을 가겠다는 겁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모든 금융상품의 거래에는 반드시 변호사들의 사전 허락이 필요하답니다. 그들이 거래조건을 일일이 따져서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판단이 서야 거래가 성사되죠. 그래서 딸 아이 주변에는 여러 변호사들이 판을 치고 있고, 그 틈바구니에서 일하다 보니 변호사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별 것도 아닌 일을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자들이 소위 곤조를 부리는 사건도 경험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아니꼽고 더러운 꼴을 몇 차례 겪었겠죠. 그래서 변호사 자격을 따야겠다고 맘먹은 모양입니다. 지난 여름 휴가 때 함께 여행하면서 몇 군데 로스쿨에 합격을 해 놓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덧, 학교를 결정하고 회사와 협상해서 온갖 지원을 받아내 로스쿨에 등록을 한 모양입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 다니는 코스여서 곱절은 힘든 과정이라고 합니다. 좋은 남자 만나서 빨리 시집가는 게 효도하는 거라는 엄마의 강조는 뒷전으로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향해 묵묵히 전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딸의 심경을 담은 편지를 보내 왔길래 이 블로그를 사랑하는 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딸이 써 보낸 그대로 옮겼습니다.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희망과 성취를 함께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엄마 그리고 아빠 그리고 한결,
예전에 친구들이랑 돌아가면서 쓰는 다이어리가 유행이었는데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
좋아하는 운동: 수영
좋아하는 동물: 말
좋아하는 연예인: 송승헌 오라버니
장래희망: 프로골퍼, 모델 아니면 국.제.변.호.사.
...
이게 언제 쓴 글인지 아세요? 세상에! 깜짝 놀랐어요. 초등학교랑 중학교 다닐 때 뭘 안다고 국제변호사라고 썼을까? 소름이 돋아오면서, 역시 어딘가에 적어놓으면 꿈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가 싶어요. (적어도 지금은 꿈을 이루기 위한 현재진행형이지만).
프로골퍼나 모델, 국제변호사는 너무나 다른 분야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가 했던 말이 내 장래희망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아빠가 아마도 그 땐 골프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인 것 같아요. 아빠는 내가 골프채를 휘두르면 무조건 잘한다고 했고, 스윙이 시원하다고 하면서 칭찬을 해 주었어요. 나는 다리가 길어서 모델 해야 된다고 했던 말도 정말로 진지하게 들었나 봐요 ㅋㅋ. 모델로 빠지지 않길 천만다행이지요. 남들한테 폐 끼치는 일은 적어도 하지 말아야 하니까 ㅎㅎ.
내 기억에는, 엄마 아빠는 내가 남의 일에 참견 잘한다고 해서 변호사해야 된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남의 비즈니스에 참견하는 것을 야단치지 않고, 변호사가 될 아이라고 칭찬해 줘서 여기까지 왔나 싶어요. ^^
지금 생각해보니 2009년 9월 26일은 내 인생을 길게 놓고 볼 때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로스쿨에 등록하고 처음 등교했거든요. 학교에서 줄 책들이 많을 것을 대비해서 비행기 기내용 가방을 가져갔어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로스쿨에 진학하게 되었는지도 참 신기하고, 내가 힘겹게 진로를 위해 싸우지 않아도 이런 기회가 내 앞에 놓이게 되는지… 그것도 회사에서 휴가와 학비를 받아가면서 말이예요. 참 감사할 일이죠.
공부하다 보면 직장에서는 정말 찬밥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데,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궂은 일 해가면서 어쩌면 회사에서 내 능력이 이용 당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생각을 고쳐먹고, 마음을 활짝 열어 모든 사람들의 욕과 비난을 다 짊어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양인으로서, 여자로서, 그리고 영어가 외국어인 한국사람으로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출세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소수와 약한 자의 위치에 있는 게 어떤 건지 알았으니까,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는 단지 변호사가 되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정의로운 사회, 편견 없이 자기의 능력을 맘껏 개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나의 욕심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삶은 정말 멋질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미래는 교육밖에 없고,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해외 유학이라는 흔치 않은 기회가 주어진 나에게 사명이 무엇인지 요새 생각해보게 됐어요. 아빠 말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힘내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할꺼예요. 사실 오늘도 강의 듣고, 읽을 법학 서적이 쌓여있지만, 이 글을 쓰는 나는 불끈불끈 힘이 나요. 나는 돈보다도 정말 나에게 주어진 능력 (그게 뭐가 됐든)을 최대한 발휘해서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꺼예요.
아빠가 블로그를 잠시 쉬는 사이 박원순 변호사님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자기를 social designer라고 칭하며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느꼈어요. 정부기관이 개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소식을 듣고, 사실 우리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타까웠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변호사님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닌가 싶던데요. 오히려 인지도가 더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났으니까. 사실 박원순 변호사님의 글을 읽다가, 자기가 스크랩한 것을 모아두면, 나중에 가서 의미 있는 글들을 많이 발견한다고 해서 나도 자료더미 속에 있던 수첩을 하나하나 꺼내서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나온 게 초중 때 장래희망이 적힌 글이었어요. ㅋㅋ
특히 법학 공부하면서 느끼는 건데, 법학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평등한 사회, 정의가 살아있는 걸 보고 싶어하는 애들이 많이 온 것 같더라고요. 로스쿨 첫날은 좀 외로웠어요. 줄 서서 수업 등록하고, 책 받고,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무하고도 얘기도 안하고, 안티 쏘샬마냥 헤드폰 끼고 음악만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첫 수업 시간에 인상이 확 바뀌었어요. 학교의 튜터가 매우 친절했거든요. 더구나 다양한 사람들이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파트타임이어서 그런지 주위에 있는 친구들 역시 재미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내 앞에 있었던 애는 KPMG라는 회계법인에 다니는 23살 정도 된 남자애인데, 왜 법을 공부하는지는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만 집안 내력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고백하더라고요. 아빠가 변호사고 엄마가 판사래요. 내 옆에 앉았던 애는 아무런 준비도 해오지 않고 수업 등록도 못했지만 블룸버그에 다니는 해맑은 친구였어요. 제약회사 다니는 사람, 현직교사인 사람, 법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영국 변호사로 인정되지 않아 다시 GDL을 하는 사람, 러시아 한인 3세, 40살도 넘은 외국인 할아버지까지.... 배경이 가지각색이었어요. 이들 틈에서 공부하다 보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아요.
앞으로의 수업이 기대돼요. 2년만 성실하게 코스 밟으면 나도 나름 Legal Mind를 갖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물론 이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수단으로 쓰여지겠지만.... 지금처럼 첫 마음을 가지고 2년 동안 열심히 하면 되겠지요.
첫 마음 하니 갑자기 생각나는 시가 있어요.
첫 마음 -정채봉-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 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행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글은 좀 횡설수설 했지만 그래도 요점은 뭔지 알겠죠? 엄마 아빠, 그리고 한결, 알라뷰 ^^
딸 아이에게서 받은 이 편지를 읽고, 단 두 줄의 답장을 보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너는 네가 생각하는 그대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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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안언니의 생각
Tracked from webhead's me2DAY 2009/10/12 15:35 삭제첫 마음 -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행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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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나의 모습을 보고 나의 말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Tracked from 토마토새댁네 2009/10/16 02:30 삭제멋진 아이들을 만나면 늘상 재네들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나의 거울이라는 것이 ' 살면서 섬뜩함을 느낄만큼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멋진 어른들을 만나도 꼭 물어 봅니다.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세요?" 저도 닮고 싶습니다. 나의 세 아이들이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은 나의 모습을 보고, 나의 말을 먹고 자란다고 생각하기 떄문입니다. 힘들면서 셋이나 낳아 더 힘들지만, 셋은 각자가 나에게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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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jinho 2009/10/07 2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역시 20대로서 자극이 되는 포스트입니다.
본문의 시가 특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첫 마음.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다짐하는 포스트, 감사합니다.
인생의 어느 시기든 다 중요하지만, 20대의 10년간이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알차게 보낸 사람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잡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그 댓가를 평생동안 치르게 됩니다.
가르르 2009/10/08 0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마지막 두 문장의 답장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무터킨더 2009/10/08 0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따님이시네요.
행복하시겠습니다. ^^
외국에 나와 살다보면
소수와 약자의 위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된다는
따님의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만 살았다면 절대 몰랐을 중요한 진실을 알게된 것이지요.
따님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말이......^^
소수자와 약자로 살아온 사람들은 대개 그런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약자의 위치에서 벗어난 사람들 중에는 간혹 약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약자의 위치로 몰아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가끔 있지요.
아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해서 자신의 배만 불리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회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도 신경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요즘 저명한 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위장전입과 탈세와 병역비리와 다운계약서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시정잡배들이나 했음직한 일들을 저 위에 계신 분들(die Leute, die da oben sind)도 똑같이 저지르고 있으니 이것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Read&Lead 2009/10/08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나 귀한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마지막 2줄의 울림은 정말 큽니다. 눈물까지 나려고 하네요..
이렇게 귀한 댓글까지... 감사합니다.
요즘 우리 나이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자식 얘기는 돈 내고 하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애들 얘기는 가급적 자제하고 있지만, 혹시 이 블로그를 읽는 젊은이들 중에 꿈과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사는 도전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가끔은 소개하려고 합니다. 물론 이미 어른이 되신 분들에게는 돈을 받으셔야 할 일이겠지만요...
그래서 아내는 애들 얘기는 블로그에다 쓰지 말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습니다만, 내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간간이 아이들의 도전기를 올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댓글 감사합니다.
지나가다 2009/10/08 1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따님을 두셨군요. 제 자신도 부모가 자랑스러워할만한 자식일지 치기어린 생각을 갖았습니다. 따님으로부터 진취적인 모습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부모에게도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어야겠지만, 자기 자신에게 우선 자랑스러워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현재의 삶을 미래릉 위한 투쟁의 역사로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변화되어 왔으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거울 닦는 달팽이 2009/10/09 0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 편지야말로 영혼의 울림을 가져다 주는 감동적인 글이군요..
저두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정말로 부럽습니다. 정말로 훌륭하게 잘 자란 따님이시네요..
항상 눈팅만 하던 제가 리플을 달지 않을 수 없는 포스팅입니다. (비밀댓글 한번 한 적 있어요..^^;)
이 편지를 통해 읽혀지는 따님의 모습은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원하는 미래의 젊은이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져서요..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시각이 편협될까봐 염려하면서, 젊은 시절에 유럽에서 생활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고 마음으로 바래보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아름다운 영혼의 젊은이로 성장한것이 저절로 될 수는 없는 일이겠죠.
부모님의 심성과 교육관 철학을 물려받은 것이겠지요.
님께는 존경을, 따님께는 축복을 빌어드리고 싶어요..
인류를 위해서도 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오바스럽더라도 제 마음이 그렇답니다..)
감사합니다.
딸의 편지를 받고 감동한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친 적이 없답니다. 올바른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 적도 없고, 정의를 위해 불사르라고 한 적도 없어요.
나는 내 비즈니스에 바빴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 컸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밥 먹여주고 옷 입혀서 내보낸 것 뿐이지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짜증 내시는 분들이 있어요. 거짓말 말라는 거죠. 얼마나 애들을 들들 볶았는지 은근히 알고 싶어하죠.
세상에 남자들이 맘대로 안 되는 게 세 가지 있답니다. 첫째는 마누라, 둘째는 자식, 셋째는 골프랍니다.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자식들은 태어난 대로 크는 것 같습니다. 내가 굳이 도움을 주었다면, 전공을 택할 때와 직업을 선택할 때 각각의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려 준 정도라고나 할까요. 그것도 아이들 스스로 귀찮게 물어본 것에 대답한 것 뿐입니다.
아이들이 젊은 시절에 유럽에 살아 볼 수 있다면,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정말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살아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유럽의 지성인들이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미국에 사시면서 훌륭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상의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꼬나 2009/10/09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도 잊지않아야겠어요. 기록하는 것, 도전하는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는 마음가짐.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따님이시네요. ^^ 저도 곧 런던에 가는 데, 이런 분들을 만나뵙고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기록이 아주 중요합니다. 기록하는 행위가 곧 생각을 강력하게 만들거든요. 강력한 생각이 곧 에너지로 분출되기 때문에, 기록이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기록하고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박원순 2009/10/09 1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동석 선생님, 어쩌면 그렇게 이쁜 딸을 두셨어요?
명석함과 따뜻함을 함께 갖춘 재원인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까지 와서 꼼꼼히 읽어보았다니 제 얼굴이 붉어집니다.
앞으로 법학공부를 마치면 온 지구촌 사회를 넘나들며 보다 더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나중에 한국에 오면 함께 만나기를 바랍니다.
박 변호사님까지 댓글을 다셨군요. 요즘 새로운 일로 정신없이 바빠서, 희망제작소에 마음은 가 있는데, 몸이 영 말을 듣지 않는군요. 곡성에도 갑작스런 회의 때문에 또 못가게 되었습니다.
딸이 언제 휴가를 내고 올지 아직 기약은 없습니다. 오면 희망제작소에 가서 한번 인사를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변호사님이 아이들의 삶에 더욱 강력한 희망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여임 2009/10/09 2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아버지에 그 딸.....
저두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아! 훌륭한 대한민국의 딸........
공부하면서 힘들다고 투정부리지말아야지.....다짐했습니다.
윤 선생님, 그렇군요. 휴가 내고 오면 한번 만나도록 하지요. 목장하면서 공부하면서, 남들이 하는 일이 두세 배는 하시면서도 끄떡 없으신 분이, 갑자기 투정얘기는 왜 하시나요?
일하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일하는 삶이야말로 정말 아름답죠.
윤여임 2009/10/09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지금 상황이 매우 빡빡합니다만 최교수님 가신다면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ㅎㅎ
곡성에는 가지 못할 것 같아요. 갑작스런 회의가 잡혔습니다. 나는 쫄따구라서 회의시간을 맘대로 조절할 수 없답니다. ㅜㅜ...
inuit 2009/10/09 2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님 참 멋집니다.
저도 여식이 있는데 저렇게 장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참 배울점이 많습니다. ^^
아이고.... 애들 맘대로 컸습니다요. 저는 박정희 유신시대를 거쳐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 일했기 때문에 정주영 김우중 신화를 먹으면서 일했습니다. 당시 직장생활하는 사람이 애들 교육에 신경을 쓰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죠. 정말이지 애들 맘대로 컸습니다.
그래서, 요즘 청문회를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시절에 애들 교육 때문에 위장전입이다 뭐다 이런 짓을 한 사람들은 어느 시대를 살았던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요.
아, 내가 아무 생각없이 뼈빠지게 일하던 바로 그 시절에도 사치스럽게 살던 족속들이 있었나보다...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시더군요.
그래서, 애들은 그냥 내버려두면 저절로 잘 크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위장전입해서 학교 다니고 달달 볶인 애들이 나중에 뭐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자란 애들이 나중에 위에 올라가서는 또 무슨 짓을 하게 될지 겁납니다.
그냥 내버려둔게 아니라, '몸소 보임'으로서 가르치셨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존경스럽습니다. ^^
글쎄요. 제가 앞뒤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가는 성격이라서, 애들 돌아볼 새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내가 상당역할을 했지 싶어요. 한창 실무할 때는 정말 열심히 일했죠. 아마도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지 않았을까 생각하긴 합니다.
사실 저처럼 일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어요. 아이들이 잘 자라 준 것은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큰 행운이죠.
비밀댓글 입니다
그렇군요. 잘 몰랐습니다. 어떤 뜻이 있었네요. 고쳐 놓겠습니다. 건강이 빨리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나가다한줄 2009/10/11 0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감동적인 부녀사이의 대화네요.. 요즘같은 경쟁사회에 따님을 참 잘 키우신 것 같습니다. 자식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많은 감동을 느낀 포스트입니다. 앞으로 자주 들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교훈의 말을 한 적이 결코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나고 나니까, 교훈이 되는 좋은 말들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별로 교훈되는 말을 해준 것 같진 않아요. 별로 기억나는 것도 없구요. 다만,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죠.
로지 2009/10/12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집니다 :) 저도 20대로써 조금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인생을 돌아보면, 20대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냅니다. 그런데 이 시기가 인생 전체를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적 수준이 결정됩니다. 헛된 잡념으로 이 시기를 보낸 사람은 일생을 통해 그 댓가를 치르죠.
그런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 시기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대흠 2009/10/13 1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달 수능이 끝나는 큰 딸아이한테 읽어보라 권하려 합니다. 선생님 따님이 우리 아이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도 있겠네요.
우리 딸이 한국인으로서 도전하는 정신을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성취지향적인 아이들이 좋은 성적으로 거두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성취지향성과 같은 역량(competency)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태어난 것이겠죠. 만약 그렇게 타고난 아이가 아니라면, 아주 오랫동안 서서히 훈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것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짧은이야기 2009/10/14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이런 따님을 두셨으니 얼마나 보람 있으세요. 정말 아름다워 감동이 밀려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세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1. 서른 살 이전에 책을 낼 것(저는 어른이 되면 당연히 작가가 될 줄 알았거든요)
2. 창이 넓은 방을 가질 것(어릴 적 네 가족이 달동네 방 하나에서 살았는데, 그 작은 창으로는 전혀 햇볕이 들지 않았거든요)
3.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 입학할 것(이건 제 결혼 이야기에도 썼지만, 모 의원님의 청문회를 보면서 갖게 된 꿈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다 이루어졌어요. 놀라운 일이죠?
실제로 서른 살 되기 전에 책을 한 권 냈고, 고등학교 시절 창이 넓은 방을 허름하나마 갖게 되었어요.
특정 대학 특정 학과를 입학, 무사히 졸업했고요.
다만 문제점은 서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밖에 꿈꾸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현재 글을 써서 먹고살긴 합니다만 좀 더 구체적으로 꿈을 꾸지 않았던 것이 아쉽습니다.
따님처럼 멋진 꿈을 꾸고 멋진 생각을 하고 그대로 이루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 저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됩니다. 꿈을 꾸고 생각을 하라. 그것이 정말 중요하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그랬군요. 무슨 책인지 제목을 알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써서 먹고 산답니다. 저도 그렇죠. 글을 못쓰면 먹고 살기 정말 힘들죠.
아무튼 꿈꾸는 사람이 아름답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더욱 아름답구요.
우리 모두 꿈을 꿉시다. 시~작!
토마토새댁 2009/10/16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buckshot님 포스트 읽고 흘러 다시 교수님의 글을 일고 결국 제 블러그에 뭔가 끌적이게 되었습니다.^^;;
두 문장에 가슴이 저려 울었습니다.
제 아이들에게도 꼭 들려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어찌 된 것이 내 얘기보다는 딸 얘기에 관심이 더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은 난데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들 잘 자라주어서 참 감사한 일입니다. 나는 별로 한 것도 없고, 특별히 신경 쓴 것도 없는데... 어쩌다 애들이 다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토마토를 길러도 그렇겠지요?
바보온달 2009/10/16 1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만간 아이를 갖을 예비아빠로서 키우면서 고생보다 받게 될 행복을 기대하게 만드는 좋은 글입니다.
마지막 답장도 인상깊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블로그를 운영하시는군요. 예비 아빠시군요. 축하합니다. 아름다운 자녀로 자라서 부모가 행복해지기를 기원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데스테 2009/10/26 0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랑스러운 우리 조카
피터질텐데...
기도해주겠네.큰 고모
코피 터지고 있겠지요. 큰 고모까지 나서서 기도해 주시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체리 2009/11/01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한 기회에 따님의 편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따님을 두셨군요.
저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성공적인 삶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마다 주어진 그만의 달란트를 발견하고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적성을 잘 발휘하고 가슴이 뛰게 하는 일을 찾게끔 조언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요. 성취지향적인 성격을 타고나야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말씀에는 의견을 달리하고 싶습니다.
“성취지향적인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성취지향성과 같은 역량(competency)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태어난 것이겠죠. 만약 그렇게 타고난 아이가 아니라면, 아주 오랫동안 서서히 훈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성공적인 삶이란, 좋은 성적, 좋은 직업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 사회를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자신의 능력이 발휘되고 헌신되어진다면, 그 사람의 삶은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최근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씨가 출연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을 봤습니다. 장한나씨는 혼자만의 음악이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음악적인 달란트를 활용해, '음악의 통로'가 되어 어두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밝은 세상으로 이끄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장한나씨에게 거창한 성취 욕구가 있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과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자식을 기르는 엄마로서 장한나씨가 이와 같은 인생의 목표를 갖게끔 격려해 온 부모의 앞선 생각을 본받고 싶어졌습니다.
최동석님의 따님의 순수한 첫 마음이 변치 않기를 응원합니다.
참 좋은 견해입니다.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마음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달란트를 발견하고 그것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죠. 말은 쉬운데, 현실에서는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성취지향성(achievement orientation)은 역량의 한 요소로서 거의 타고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똑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도 성취지향성에서는 서로 다른 것을 보기 때문이지요. 성취지향성이란, 용어 정의상, 주변의 기대보다 더 높은 목표나 기준을 스스로 정하여 그것을 달성하려고 끈기있게 노력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성향이 강하고, 어떤 사람은 이 성향이 약합니다. David McClelland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은 적도 부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비해서 성취지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명의 차이가 성취지향성의 차이로 드러난 것이죠.
장한나씨는 매우 성취지향적인 사람입니다. 세계적인 음악가의 반열에 들어가려면, 피눈물나는 연습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훈련을 가능케 하는 동력은 주변의 기대보다 더 높은 목표를 스스로 정하여 그것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강한 의지를 갖게 된 배경에는 동기(motives)와 가치(values), 그리고 자기정체성(identity)와 영성(spirituality) 등과 같은 마음의 심연에서 작용하는 것들이 튼튼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레사 수녀가 매우 성취지향적인 인물이었고, 그녀의 내면에는 권력동기(power motive)가 매우 강력하게 작동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어떤 분야이든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선다는 것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체계적인 훈련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많은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김연아, 박세리, 신지애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세요. 그들이 어떤 훈련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들은 가히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눈물겨운 훈련의 과정을 거쳤어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훈련하는 시간을 보면, 거의 초인적인 수준입니다. 하루 10~16시간을 연습합니다. 장한나씨는 그냥 달란트가 있으니까 조금 연습해서 세계적인 인물이 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겉에 드러난 화려하고 멋있는 장면만 보고 쉽게 판단합니다. 정경화씨가 무명시절 어떻게 연습했는지 아시나요? 근육이 마비될 정도로 연습했어요. 다니엘 바렌보임이 어린 시절 어떻게 연습했는지 아시나요? 다니엘이 초등학교에 처음 갔을 때 세상에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함께 살았죠.
엄청난 고난을 감내하고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겸손해집니다. 그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 훈련의 고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의 힘으로 그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것이 아니라, 지나고 나니까 마치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해 왔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던 것을 뭔가의 도움으로 그것을 이룩했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겸손해집니다. 기독교 신자들은 그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합니다. 내가 이룩한 것과 나의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겠다는 진실한 고백을 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성숙해지는 것이죠.
나의 딸과 아들은 지금 지옥같은 훈련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그들은 스스로 그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그리고는 코피 터지는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죠. 세계적인 수준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훈련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저 애비로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이 블로그의 글을 읽는 분들에게 나의 아이들을 자랑하기 위해 우리 가정의 소소한 사생활을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럴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블로그에 시간을 쓰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젊은이들이 다함께 더 큰 세계와 더 장엄한 미래를 스스로의 힘으로 설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의 장래는 사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철이 든 후, 비전/목적/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왔습니다. 물론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죠. 하지만, 그 고통스런 훈련의 과정에서 나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고, 이제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나서도 그리고 내 삶의 노후에도 더욱 여유있게 나 자신의 꿈을 새롭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자랑할 건덕지도 없는 내 자랑을 늘어놓고 싶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젊은이들이 젊은 시절에 겪는 훈련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 훈련의 고통 속에 더욱 빠져들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고통 속에 진정한 행복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성적, 남들이 선망하는 좋은 직업이 성공적인 삶이 아니라는 것에는 공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 "자신의 능력이 발휘되고 헌신하는 사람"이 되면,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헌신하는 길일까요? 이 질문에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kyoonjae 2009/11/10 1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마음'이라는 시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취업을 앞둔 제게 깊은 울림을 주네요. 정말 멋진 따님을 두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쓸까 합니다.^^
나도 딸이 보낸 편지에서 처음 그 시를 보았습니다. 정말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시였어요.
어머니에게 드리는 시와 편지를 쓰신다면 참 좋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2009/11/14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분석력이 약하다구요. 여러가지 다양한 사례를 읽고 분석해보는 방법이 좋습니다. 자꾸 연습하면 좋아집니다. 연습하고 훈련하세요. 반복하세요. 이것이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코멘트입니다. 이런 방법 이외에 다른, 더 쉬운 방법이 있을까요?
내가 처음 골프를 배울 때, 프로선수들이 하는 스윙을 보고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웬걸요. 수년을 연습해도 프로선수들 같은 스윙을 할 수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하지 못해요. 더 연습해야 했지요.
연습하면 무엇이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2009/11/16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아 그런 뜻이었나요? 분석력이 부족하다고 하셔서, 분석력이 무엇인지를 다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분석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분석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을 하면 된다는 너무다 당연한 답변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분석력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분석력이 부족한지 어쩐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저는 분석력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 또는 문제를 세분화하여 이해하거나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단계적으로 또는 인과적으로 이해하고 더 나아가 대안을 제시하는 사고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훈련을 하자면, 직면하는 문제를 단순한 업무나 행동으로 분류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분류된 것들간의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연결시켜보는 것이죠. 이것을 자꾸 하다보면, 분석력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특별히 분석적 사고를 길러주는 어떤 훈련프로그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수학문제의 풀이가 분석적 사고와 개념적 사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knowmyself 2009/11/25 1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쁘실텐데 성의있는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지성인이 된다는 것이 참 어렵네요.
많이, 깊이도 알아야 하고 그만큼 실천도 같이 해야하고.
언제쯤 최동석 선생님처럼 될런지;;;;
제대로 된 밥값을 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정진'할려구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목표를 세워놓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향은 과연 태어나는 것인가,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인가에 대해 반반이라고 말이죠.
노력하는 것이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노력하려는 성향을 타고 나지 않은 사람에게 후천적으로 노력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의 반강제적으로 노력을 향한 통제가 있어야겠지요?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어른이 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볼 문제겠지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정송이 2010/01/03 0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 교수님 안녕하세요~~!!
고임이 친구 정송이입니다..^^
1년 전쯤에 여기서 인사드린 적이 있었는데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전 그동안 공무원 연수원을 마치고.. 두달 전쯤 국방부로 발령이 나서 새내기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
고임이에 관한 글이_ 그것도 편지!가_ 있어서 너무너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역시,고임이는 외모 뿐 아니라 생각도 아름다운 ,그래서 자랑스러운 친구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우리 롱다리 고임이는..요즘 그렇게 살고 있었군요..^^
늘 글로벌 무대에서 도전하며 발전해 나가는 고임이를 보니, 한때 편안히 현실에 안주하고싶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한편으론 친구가 부럽기도 하구요..
이제 새해도 되었으니, 이제 새 마음으로 그리고 '첫 마음'으로 알차게 보낼 계획을 세워봐야겠네요.
교수님! 종종 고임이 소식 전해주세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
송이양, 고임이로부터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집에 놀러온 적도 있어서 잘 알고 있지.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연수를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벌써 마쳤군요. 국방부 초임 사무관으로 일하겠네!
요즘 처럼 취업이 어려운 때에, 국가의 방위를 위한 중차대한 일을 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참으로 대견하구나. 고임이는 로스쿨에 들어나가는 바람에 직장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코피가 터지는 모양이더라.
아무쪼록 고임이 고교동기들에게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생겼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