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는 행태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아내는 물건을 살 때,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고르고 또 고릅니다. 백화점엘 가면 층마다 진열된 상품을 보면서, 마치 의사가 환자를 회진하듯 돌아봅니다. 그리고는 마음에 드는 것들을 천천히 고르기 시작합니다. 들었다 놓기를 여러 번 반복합니다. 그리고는 점원에게 다른 데 가서 보고 오겠다며 골라 놓은 물건을 내려놓고 나갑니다. 다른 점포로 가서 또다시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특히나 식구들의 옷을 살 때는 이런 행태를 반복합니다. 그러다 보니, 구매의 질적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아내와는 정반대의 구매행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이면 진열대에서 그냥 집어옵니다. 대개의 경우 비교하거나 내용물을 잘 확인하지도 않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만 사면 되지 이곳 저곳 다니면서 가격을 물어보거나 물건내용을 조사하는 일은 잘 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를 따라 시장에 가는 것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가격을 흥정하는 일도 잘 못해서 대개 부르는 대로 주고 삽니다. 판매원들이 나 같은 사람만 상대한다면 아주 편하겠지요.
그래서 아내는 나의 물건 사는 방식을 매우 못마땅해 합니다. 필요한 물건을 집어 들면 그것을 사버리지, 다른 것과 비교하거나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지면서 잘 샀는지 못 샀는지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싸게 사는 경우가 많죠. 아내는 나의 이런 습관을 늘 불안해 합니다. 바가지 쓰기 십상이니까요. 내가 입는 옷이나 넥타이 등 일체를 아내가 삽니다. 내가 산 것은 거의 없죠. 나는 정말 물건 사는 데는 재주가 없는 모양입니다.
아내가 서너 시간씩 아이쇼핑을 하고, 물건을 수십 가지나 들었다 놓고, 그러다가는 결국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백화점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나는 놀라곤 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어느 심리학자의 말을 듣고부터 나는 아내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바로 아이쇼핑이라는 것이죠. 아내는 상품의 구매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를 즐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내가 물건을 구입하지 않은 것은 나중에 다시 쇼핑하기 위한 명분을 남겨 두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쇼핑이 끝난 후 계산대 앞에 서는 것이라는 겁니다. 돈의 지출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과의 즐거운 조우가 종말을 고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 딸이 아내와 함께 나를 끌고 수산시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나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카메라를 메고 따라갔습니다.
이른 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수산시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시장에는 언제나 사람 사는 활기가 느껴지죠.
수산시장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컸습니다. 이름 모를 해산물과 생선들이 즐비했습니다.
딸은 드디어 먹이감을 구한 모양입니다. 흥정을 하더니 최종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큰 수산시장을 두 바퀴 돌고 나서야 우리는 먹을 것을 결정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딸은 아내와 달랐습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아이쇼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살 물건들을 정하고 가격을 흥정해서 돈을 지불했습니다. 휴~
굴, 왕새우, 연어 등 푸짐한 먹거리를 들고 와서는 아파트 전체에 냄새를 풍기면서 요리를 했습니다. 런던에서 이렇게 맛있게 아침을 먹어보기는 처음입니다. 런던에 며칠씩 묵으시는 분들은 카나리 워프에 있는 빌링스게이트 마켓에서 싱싱한 생선을 사서 조리해 보시는 것도 추억이 될 것입니다. 정말 강추입니다. 그런데, 그 큰 수산시장을 두 바퀴나 돌 필요는 없습니다. 한 바퀴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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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보이 2009/10/21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맛있어 보여요~ :)
정말 맛있었어요! 혹시 런던에 가실 일이 있으면 꼭 Billingsgate Market에 가서 구경하세요. 그리고 푸짐한 해산물 식사를 마련해 보세요. 댓글 고마워요.
신영 2009/10/22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 정말 푸짐한 밥상이네요 ㅎㅎㅎㅎ 얼마전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다녀왔는데 그곳에 비하면
여긴 정말 크겠죠 ..^^;;? ㅋㅋ
나는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 없네요. 런던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와서 사간다는 것으로봐서 꽤 큰 수산시장일 것입니다. 내가 듣기로는 런던에서 제일 큰 시장이라고 들었고, 일반 음식점에서 이곳 해산물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Koim 2009/10/24 0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Yup, it was worth waking up early in the morning at 6am!!
아빠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새벽에 수산시장을 돌면서 여러 종류의 해산물을 보고 나니, 새우와 연어의 맛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맛있었다.
데스테 2009/10/25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맛있었것네요
연어 찜^^;;
연어 맛이야 어딜가나 비슷하겠지만, 새벽에 운동을 하고 나니, 무엇을 먹어도 꿀맛이었겠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윤여임 2009/10/29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오랫만에 들어왔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때문에 많이 바쁘시군요.
제 욕심으로 제가 좋아하는 분들은 좀 덜 바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아무때나 불쑥 만나 세상사는 투정도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데 말입니다..^*^(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제가 교수님과 무지 친한 줄 알겠네요..ㅎㅎ)
교수님과 저는 쇼핑행동이 매우 비슷하군요.
저 역시 아이쇼핑(윈도쇼핑?)이라는 걸 해 본적이 없습니다. 일단 시간이 없고 이것저것 고를 안목도 별로 없고...속된 말로 꽂히면 그냥 삽니다.
그래서 쇼핑하는 순간은 늘 고통입니다.
바보같은 선택으로 후회할까봐서요.
그래서 되도록 안하고 싶은 것이 바로 쇼핑이지요..ㅋㅋ
흐드러지는 낙엽속에 묻혀보고 싶은 가을 날입니다. 아름다운 가을 날!!
윤 선생님, 오랜만이군요. 남자같은 구매행태를 가지고 있군요. 워낙 바쁘게 사시니까, 다른 말로 하면 시간이 곧 돈이니까 물건사는 데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바쁜 사람들의 특징은 시간을 돈으로 때운다는 데 있습니다. 쇼핑 후에도 대개 후회하지 않아요. 잘 샀는지 못샀는지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지요.
정말 가을이 되었나봐요. 교정에 붉게 물든 나무와 떨어진 낙엽을 보면서 한반도의 가을이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건강하세요!!!
이슬 2009/11/05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런던 근처 Egham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해산물이 먹고 싶어 해산물 시장을 검색하다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런던에 사는 게 아니라 해산물을 사도 계속 들고 다녀야 할 거 같은데 그러면서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ㅜ.ㅜ
여기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테스코나 웨이트로즈, 세인즈버리 같은 곳인데 마트에서 사는 건 너무 비싸서
사먹을 수가 없네요.. ㅜ_ㅜ
아무튼 글 잘 읽고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안녕하세요. 에감은 런던의 서남쪽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지요? 에감에 아는 사람이 살고 있어서 그곳에도 몇 차례 가보았어요. 런던 근교에 사시는 분들이 Billingsgate Market에 몇시간씩 차로 와서 사간다고 하니까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무터킨더 2009/11/19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들은 비슷한가봅니다.
사모님이 저와 쇼핑 형태가 비슷하네요.
우리 남편도 그래서 그런지 함께 가는 것을 별로 즐거워하지 않더라고요.
어떤 때는 백화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사서 나오라며
큰 아들과 꿍짝이 맞아서
엄마 흉보면서 서 있곤 하지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혼자다닌답니다. ^^
물건을 사는 데에는 조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사고 파는 데는 영 소질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그런 일에 관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해도
마음에는 사고파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늘 불편합니다.
정송이 2010/01/03 0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저희 동창들 중에서 고임이는 흥정하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운 친구이지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고임이의 소비 방식을 좋아해요. 크게 보면 참 효율적인데가 있거든요..^^
위 수산시장을 보니, 우리나라와 너무도 비슷해서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저도 외국의 수산시장을 참 좋아합니다~~
재작년(어느새 2008년이 재작년이 되었네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방문한 Fisherman's Wharf 라는 곳도 너무 즐거워서 또 가고 싶은 곳이구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고임이 칭찬 일색이 되었지만, 정말 좋아서 하는것이니 그러려니 봐주세요..^^
(보고싶다꼬임아 ^-----------^)
송이양, 고임이도 흥정을 잘 하는 편인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영국여행기를 차차 올려야 하는데, 이것 저것 일들이 밀려서 잘 하지 못하고 있어요.
고임이 facebook에서 친구들이랑 연락하면서 지내길 바래요. 아울러 새해에는 다를 건강하고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하길 바래요.
gemma 2010/04/19 16: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국여행의 정보를 얻기위해 정보를 검색하던중 우연히 선생님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영국여행의 이야기들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다른 글 들 요소요소 아이들과 교육에 관한 내용이 제 마음을 끄네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한없이 모자란 저 자신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어떻게하면 아이들에게 비젼을 제시해줄까 아님 비젼을 찾아갈 수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고기보다는 고기를 잡게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라는 대부분의 충고들은 구체적인 방법을 실행해야하는 부모로써는 늘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무튼 반듯한 자제분들이 부럽고 또한 반듯한 부모님을 둔 자제분들이 부럽고 동시에 제 아이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좋은글을 읽게해주신 기회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댓글을 늦게 달게 되어 부끄럽군요. 블로그에 등한이 했는데, 이제는 자주 둘러봐야 겠군요. 감사합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