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의 Honors Program협의회(National Collegiate Honors Council) 연차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2010 10 17~24) 중에 잠시 스탠포드 대학교 공과대학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연구소라 해서 패션디자인을 연상하면서 가볍게 생각하고 들른 곳이지만, 그곳이 스탠포드 공대에서 창의성의 산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디자인 연구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탠포드 공과대학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스탠포드 공과대학(Stanford Engineering, http://engineering.stanford.edu)

 

스탠포드 공과대학(SoE, School of Engineering)에 도착하자마자 교무담당 선임부학장인 Curtis Frank교수(Chemical Engineering, Senior Associate Dean)가 공과대학 현황을 브리핑해 주었습니다.

 

<Curtis Frank교수가 공대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스탠포드 공대는 약 700명의 학부생과 약 3,300명의 석박사과정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전형적인 연구중심대학입니다. MIT에 이어 미국 내 순위로는 두 번째 공과대학임을 설명하면서,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MIT보다 더 나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과대학 건물들은 대부분 졸업생들의 기부금을 지어졌다.>

 

MIT Caltech은 오로지 공과대학뿐이지만, 스탠포드는 인문사회과학 분야도 최강의 연구와 교육을 자랑하고 있어 21세기 가장 좋은 융복합의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과대학 경영진은 공학을 인문사회과학과 접목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창의성은 하나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던 사람이 타분야로 넘어갈 때 드러나기 때문에 스탠포드는 MIT Caltech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Curtis Frank교수는 공대 건물에 대한 캠퍼스 투어일정을 함께 했습니다. 특히 최근 신축한 공과대학 본부건물(Jen-Hsun Huang School of Engineering Center, 대만계 1.5세대 Huang의 기부로 지어진 건물)을 일일이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 건물은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열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햇빛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사무실과 강의실에 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스탠포드의 아름다운 캠퍼스>

 

그는 미리 약속해 두었던 디자인 연구소(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디자인 연구소 건물(550, 공식이름은 Peterson Laboratory Building)로 가는 길에 우연히 Andrew Fire교수(2006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2010 6월 말 일주일 동안 한양대학교 Honors Program학생들을 위해 블록세미나를 개최하여 수료증을 주기도 한 분입니다. 일정이 너무 빡빡하여 Fire교수와의 약속을 염두에 두지 못하고 있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죠. 정말 우연이었는데 너무나 반가웠고, 그도 우리를 보자 반가워서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우리 일정에 짬이 나면 자신의 연구실에 들르라고 해서, 점심식사 후 의과대학 건물에 있는 Fire교수를 찾아가 그 동안 있었던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대신 우리는 다른 일정을 취소해야 했습니다.

 

<왼쪽부터 최동석, Frank교수, Fire교수, 이해원 교수>

 

 

스탠포드 대학교 디자인 연구소(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 통상 Stanford D.School이라고 부름, http://dschool.stanford.edu)

 

이 디자인 연구소는 스탠포드 공과대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공학이 실생활에 창의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디자인개념에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세 사람의 사상이 결집되어 있습니다. 독일 IBM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후일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의 설립자 Hasso Plattner,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 설립자 David Kelley, 기계공학 전공자이면서 진보적 사상가였던 Bernard Roth교수입니다.

 

디자인 연구소에서(왼쪽부터 이해원 교수, Frank 교수, Roth 교수, 김영아 교수)

 

Hasso Plattner의 개인적인 기부 35백만 달러에 의해 2005년에 세워진 이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공과대학의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널리 가르치고, 그런 사고의 원리들을 실생활에 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Hasso Plattner, Founder>

 

디자인 연구소를 방문한 것은 참으로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연구소의 운영철학과 방식은 한양대학교 Honors Program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 연구소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 또는 아이디어들을 디자인 연구소에서 어떤 장애도 없이 구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양대학교 Honors Program에서는 지금 Honors Lab이라는 개념을 구상하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주제이든 어디서든 그리고 어떤 사람이든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작업실의 일부, 칸막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화이트보드 받침대를 N자로 만드니까 여러 개를 겹쳐 놓을 때 장소를 절약할 수 있다>


<공장 같은 작업실, 칸막이가 자유롭게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융통성이랄까…>

 

 

<자유로운 영혼들이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만들 수 있는 실험실 공간이다>


<이 그림을 잘 보라! 이것이 d.school의 핵심적인 운용개념이다>

 

<디자인 연구소의 키 컨셉!!! Empathize, Define, Ideate, Prototype, Test>

디자인 연구소는 화장실을 어떻게 디자인했을까? 우리의 궁금증을 간파한 Roth교수는 여자화장실로 나를 안내했습니다. 한번 보시죠.


<디자인 연구소라 해서 크게 다르진 않다. 용변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청결함과 화려함>


<디자인 연구소 이층에서 설명을 듣고 나서...>

        디자인 연구소에서는 모든 것을 융복합합니다. 그래서 인상적입니다. 모든 사고의 출발점이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의 수질개선 문제에서부터 난민 아기들을 잘 감싸기 위한 보자기 설계까지 모든 영역의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의 근저에는 스탠포드 근처인 Palo Alto에 세운 디자인 회사 IDEO David Kelley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인간적 요소, 기계공학적 요소, 전기공학적 요소, 소프트웨어적 요소, 사업적 요소, 환경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구, 사무용품, 장난감, 사무실, 소비용품, 약품, 자동차 등을 디자인함으로써 디자인 개념을 혁신시킨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무한한 상상력을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혼합시키는’(the melding of can-do spirit with limitless imagination) 인물인데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혁신의 정신을 심어주고 있으며, 현재 이 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David Kelley, Dean>

 

우리를 안내해 준 사람은 Bernard Roth교수(이 연구소의 academic director)였습니다. 젊은 시절 월남전 반대운동을 했고 샌프란시스코 주변에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그는 어느 날 진정한 교육자로 거듭났습니다. 그는 창의성 워크샵(Creativity Workshop)개념을 개발해 온 장본인입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타고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하는 이 연구소의 실질적인 교육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출생연도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출장에서 우리가 만난 인사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습니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을 섬김으로써 지속적인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디닷스쿨(d.school)의 학생들로 하여금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과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연구소내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남은 생애를 쏟으려는 듯 했습니다.

 

<Bernard Roth, Academic Director>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한계를 넘어서려는 열정과 몰입에서 옵니다. 희망의 철학자 블로흐(Ernst Bloch)사고(思考)는 경계를 넘는 행위”(Denken heisst Beschreiten!)라고 했던가? 스탠포드 디자인 연구소를 세우고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그렇게 살았고, 그들은 지금도 그렇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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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짧고 아쉬운 방문이었습니다. 이 방문도 이해원 교수의 해외과학자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Roth교수와는 30분 정도 면담을 예정했었는데. 연구소를 둘러 보는 시간까지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우리는 다른 일정 때문에 오래 면담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가서 교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과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런 연구소를 모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우리의 토양에서 이런 연구소가 가능할까요? 이 글에서 혹시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읍니다.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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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