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가지 그림자 시리즈

 

그 동안은 주로 전공서적들을 읽느라 소설 읽을 시간이 없었다. 지난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형님의 추천으로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도록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런던행 비행기에서, 휴가지에서,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마주 읽었다. 대략 3천 페이지 정도의 소설을 읽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스릴러물이긴 하지만,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 사회의 복지제도에 대해서도 알게 하는 소설이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는 전체주의적이고도 파시즘적인 사상이 스웨덴 사회에도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를 계기로 장편소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중에서 하나를 골랐는데, 그것이 바로 50가지 그림자시리즈다. 마침 도서정가제를 시작하기 전에 대바겐세일을 하는 기간 중에 전집류, 특히 헤르만 헤세 전집, 마르셀 푸르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등을 반값에 사두었다. 길고 긴 겨울방학에 이것들을 읽으려고 한다.

 

 

 

우선 재미있게 읽은 것이 에리카 제임스의50가지 그림자』3부작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중년 아줌마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점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의 반 이상이 주인공들의 섹스얘기로 채워져 있다. 아줌마들의 성적욕망을 충동질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어릴 적 불우한 환경에서 성적 착취를 당하는 바람에 변태성욕자가 된 크리스천 그레이는 젊은 나이에 사업에 성공하여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레이가 대학을 갓 졸업한 아나스타샤 스틸을 우연히 만난다. 사디즘과 마조키즘이 혼합된 변태성욕을 가진 그레이가 스틸을 만나 정상적인 성욕의 소유자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우려곡절 끝에 둘이 결혼해서 애기 낳고 잘 살게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다...... 이런 류의 소설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게 이상하긴 하다


변태 성욕자를 등장시켜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사랑행위묘사에 식상하긴 했지만, 남편(또는 남자)들로부터 만족할 수 없었던 아내들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가기에 충분한 서술이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소설이 미국에서 많이 팔린 이유를 잘 모르겠다. 문장이 그렇게 빼어나지도 않고... 뭐 어디 인용할만한 구절도 없고... 어떤 사회적 의미를 주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재미가 조금 있고(이런 정도의 재미가 없는 소설이 있을까) 이런 류의 소설도 시장에서는 먹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정도다. 글쎄, 한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