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고 있거나 굳어있는 마음상태(mindlessness)>에서 <깨어있는 마음상태(mindfulness)>로 모드 전환을 이루려면 우선 깨어있는 마음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깨어있는 마음의 특성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은 항상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관점을 갖습니다.

 

첫째, 새로운 관점(perspectives) 또는 범주(category)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흔히 사물이나 현상을 자신이 편리한 범주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물이나 현상은 똑 같은 경우란 없습니다. 특성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면 새로운 범주와 관점이 생겨납니다. 까탈스러운 상사에게는 범주를 바꾸면 업무처리의 완벽을 기하려는 좋은 성향이 있다는 점이 보입니다. 칠칠맞은 여자에게서 대범함을 발견할 수 있고, 완고한 남자에게서 일관성이라는 장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관점이나 범주를 벗어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기존의 범주와 관점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둘째, 새로운 자료(data)와 정보(information)를 수용합니다. 관점이 바뀌면 전혀 다른 자료와 정보들이 눈에 띄게 됩니다. 새로운 것들이 이상하다고 또는 같잖다고 배척하지 않습니다.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은 그들을 기꺼이 수용합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자료와 정보에 생산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더 좋은 자료와 정보를 기대합니다. 이것은 다양한 관점과 범주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이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마치 순항하는 항공기가 주변환경과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 받아 균형을 잡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금슬 좋은 부부, 팀웍이 좋은 조직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인지심리학적 접근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의 연구는 두 가지 접근방법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 하나가 서양의 인지심리학자들에 의해 발전된 것으로 대표적인 학자가 하버드대학 심리학과의 엘렌 랑어(Ellen Langer, 1947~) 교수입니다. 그녀는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을 열린 마음, 호기심과 지각력을 충분히 갖춘 상태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인지심리학적 접근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동양의 불교적 전통에 따른 것으로 매사추세츠대학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 교수입니다.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이란 명상과 같은 수련을 통해 얻어지는 “지금 이 순간”(here and now)에 온전히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의 글에서 자세히 살펴 봅니다.

 

경직된 사고 틀, 편협한 시각, 낡은 범주에 의존하는 결정, 성과에 대한 강요 등이 사람들의 에너지를 소진시킵니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새로운 맥락과 사고 틀을 만들면, 새로운 에너지가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일터, 새로운 과제, 새로운 상황은 대개 사람들을 활기차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깨어있는 마음상태(mindfulness)란 새로운 사고의 틀을 끊임없이 창조하면서 다른 사물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정상으로 회복하도록 합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라도 구별하여 그 차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마음을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부간에도 성격과 습관이 달라서 서로 갈등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다른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면 보다 새롭고도 창조적인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산물을 좋아하는 아내와 산나물을 좋아하는 남편, 아침잠이 많은 아내와 저녁잠이 이른 남편에게는 상대방의 습관이나 취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관점과 범주를 새로 만들어내면 훨씬 더 협력할 수 있게 되고 가정의 공동선을 창출하게 됩니다.

 

이런 차이의 인정을 사회적으로 확대하면, 장애인과 정상인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른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범주는 상호배타적인 ‘정상’이라는 범주가 있기 때문에 성립됩니다. ‘정상’이라는 범주는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판단의 문제입니다.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에 대한 기준과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기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절름발이, 장님, 치매노인, 뚱뚱보와 같은 말은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이상의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존재방식의 다양한 형태라는 관점에서는 그 말 자체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인간의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을 갖게 되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차이의 인식이 가능해집니다.

 

여기서 어느 교회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경험을 소개합니다. 주례사가 길었는데, 바로 앞 줄에 앉은 중학생쯤의 아이가 어머니 옆에서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고 계속 몸을 움직이면서 장난을 쳤습니다. 지루했는지 온몸에 주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그러지 말라고 조용히 나무라며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습니다.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이 계속되자 나는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도대체 애를 중학생이 되도록 어떻게 키웠길래 이 모양인가 하면서 말이죠. 축가가 이어질 때는 물론 예식이 거의 끝날 때까지 계속되어 나는 참을 수 없을 정도여서 주의를 주고 싶었습니다.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한다고 생각하면서 참았습니다. 예식이 끝나고 나오면서 내가 낡은 범주로만 그 사태를 보았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근육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뇌성마비 아이였습니다. 나는 그 어머니가 아이를 기르면서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결혼식 내내 아들교육을 똑바로 시키지 못한 어머니를 속으로 나무라는 우를 범했습니다.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을 감정의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까요? 감정이 일어났다는 말은 벌써 어떤 사태에 대해 어떤 틀에 의한 이성적 판단을 내리고 나서 그 결과로서 감정적 느낌이 나타났다는 의미입니다. 심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사태에 대한 감정을 먼저 일으키고, 그 다음에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아무튼 어떤 사물이나 사태에 대해 편협한 틀을 갖게 되는 것은 그 사태의 맥락(context)을 다양하게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허기(배고픔)에 관한 실험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긴 시간을 굶는 사람들(A)과 돈을 받고 굶는 사람들(B)을 비교해보면, B그룹이 A그룹에 비해 허기에 따른 고통을 더 느낍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이유가 아닌 외부적인 이유, 즉 사례비를 위해 배고픔을 참는 것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집니다. 물리적 상황은 똑같지만, 어떤 맥락에 있었느냐에 따라 생리적 지표가 달라집니다.

 

알코올 실험에서도 알코올 자체의 화학적 성분보다는 어떤 맥락에서 마셨느냐, 즉 기분 좋은 상태냐 아니면 억지로 마실 수밖에 없는 상태냐에 따라 생리적 반응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또한 흡연이 완전히 금지된 상황과 흡연 가능하지만 피울 수 없도록 임시 조치한 상황에서 흡연욕구의 강도를 비교해보면, 흡연이 완벽하게 금지된 상황에서는 흡연욕구도 금단증상도 덜 일어났습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우리는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하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사태를 바라보는 맥락적 구조를 바꿈으로써 자신의 육체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엘렌 랑어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생각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정신을 어떤 상태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몸도 똑같이 그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맥락의 선택과 경영성과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양로원에서 한 그룹의 노인들에게 실내에서 기를 화초를 스스로 고르게 하고, 그에 관한 여러 가지 소소한 결정을 내리도록 했습니다. 다른 한편의 노인들에게는 간호사들이 일방적으로 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년 반 뒤에 조사했더니 자율권을 얻었던 노인들이 그렇지 못한 노인들보다 더 쾌활하고 더 활동적이며, 더 맑은 정신을 가지고 있었고 사망률도 낮았습니다.

 

자, 이제 경영학적인 시사점을 찾아보겠습니다. 조직구성원들에게 비즈니스와 일의 맥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설계한다면, 그들이 자율성과 창의력, 그리고 혁신은 덤으로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깨어있는 마음은 그래서 성과관리의 기본전제입니다. 그렇다면, 조직구성원들이 깨어있는 마음을 갖도록 훈련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요.(끝)

 

 

신고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