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장례식 때문에 미국에 이민 간 여동생을 포함한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 집안은 기본적으로 술이나 노름 같은 잡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건전하기 짝이 없는 그러나 매우 지루한 얘기들만 오고가는 편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비판합니다. 누가 더 강력하게 까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가족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자녀교육, 직장생활, 자녀혼담, 사업얘기, 시집온 며느리들의 행태, 부동산투자 등 미국생활의 온갖 성공과 실패의 경험담이 오갔습니다. 오빠들이 그렇게 말리던 미국이민을 강행한 여동생 가족은 거의 맨손으로 돈을 벌었고 지금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그 동안 두 딸을 모두 소위 명문대에 들여보냈으니까 말입니다.


이민생활의 성공기준은 자신들의 고생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는 것입니다그 첫 번째 지표가 학비가 비싼 사립고를 보내 명문대로 진학시키는 것입니다두 번째 지표는 혼사입니다교육보다 힘든 것은 혼사입니다노력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혼사는 한국에서도 그렇지만미국으로 이민 간 한인사회에서는 더욱 성공적인 삶의 지표가 됩니다그러나 이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2015-08-12 오후 아침고요수목원에서 형제들이 발 담그고 수다를 떨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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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여동생 시가(媤家)의 친척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친척은 아주 부자였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서 다시 더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여동생이 결혼할 때만해도 그 친척은 명동에 빌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임대료만해도 평범한 월급쟁이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결혼 후 초대를 받아 갔던 청담동 저택은, 정문을 통과해 집안으로 들어가려면 잔디밭 정원을 한참 걸어야 할 정도로 큰 집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수성가한 남편이 병으로 죽자 아내의 된장끼가 살아났던 겁니다. 아내는 남편이 남기고 간 재산과 수입으로 조금씩 된장질을 했습니다. 그 동안 남편 때문에 감히 입어보지 못했던 명품을 조심스럽게 사들였습니다.

 

그 집 아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는 수도권 대학을 나왔습니다. 워낙 돈이 많은 집이라 예쁜 며느리를 들였습니다. 당대의 황신혜를 찜 쪄 먹는 미모의 여성이었습니다. 된장녀는 된장녀를 알아보기 마련입니다. 시어머니 된장녀는 며느리 된장녀와 손발이 맞았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자신들의 몸을 명품으로 휘감았습니다. 며느리 된장녀는 아들을 둘 낳았습니다. 당연히 명품교육을 시켰습니다. 수백만원짜리 영재학원을 보냈고, 팬티까지 폴로와 같은 브랜드를 입혔습니다. 이런 브랜드를 입히면 똥오줌이 더 잘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줄을 서서 영어유치원을 보냈습니다. 몬테소리, 프뢰뵐 등 듣도보도 못한 사교육 교재들을 사들였습니다. 집안에는 애들 장난감으로 넘쳤습니다. 

 

시어머니의 과시욕에 며느리는 잘 부응했습니다. 생활용품은 주로 삼풍백화점에서 쇼핑했습니다제주도에서 여름휴가를 지내기 위해 자신의 명품차를 배로 부쳤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외제차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명품인생을 사는 것 같았을 겁니다.

 

이런 식의 명품인생이 지속가능할까요?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야기의 결말은 너무나 뻔합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명동에 있던 빌딩을 팔아야 했습니다. 20여년 만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아이들 대학등록금이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친척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비참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너무 과장된 것 같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미세한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화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된장녀 된장남들이 아주 많습니다. 나는 직장생활 40년 동안 된장녀 된장남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은 현재의 행복을 위해 미래를 희생시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미래를 기획하지 않습니다. 미래를 위해 어떤 전략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명품으로 감싸는 현재가 중요합니다. 

 

혹시 내 아들도 이런 여자를 좋아할까봐, 아니 데려올까 봐 걱정입니다. 우리는 그럴 재산이 없으니까 안심해도 될 일이 아닙니다. 적은 스케일의 된장녀들도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들에게는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첫째, 예쁜 여자들은 반드시 얼굴값을 내라고 할 것이므로 항상 조심해라.

둘째, 된장끼가 있는 인간들은 소위 명품에 기웃거린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우리 사례에서 보았듯이, 예쁜 된장녀들에 걸려들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입니다. 예쁜 이들이라고해서 모두 된장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쁘지 않다고해서 된장끼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예쁘지 않은 이들 중에도 된장끼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강력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된장녀 된장남들을 길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된장녀와 된장남들은 이 세계의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이 없습니다. 남들의 눈요기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치장하는 일에만 열중합니다. 자본주의 문화는 이렇게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자기를 성찰하는 사람이라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우리 자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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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