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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8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 10계명에 대하여 (12)
  2. 2009.06.17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 10계명 (13)

거창고등학교의 <직업선택 10계명>을 보면, 사회적 통념과 반대되는 것들입니다. 신선하긴 하지만, 그런 계명들이 실제로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모세의 10계명은 오늘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무엇무엇을 하지 말라무엇무엇을 하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윤리규범이자 행동강령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거창고의 직업선택 10계명은 오늘날의 상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인간은 본능에 따라 행동합니다. 자신의 즉각적인 쾌락을 향해 움직이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능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본능에만 충실하면, 양육강식의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동물의 왕국이 됩니다.

 

근대 학문은 인간의 이러한 본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이성작용과 감정작용을 바탕으로 하는 행동메커니즘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경제학과 경영학이 그 대표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적 감정적 합리모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심리적 효용(psychological utility)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합리적으로 충족시키는 방법을 고안합니다. 주류경제학과 경영학이 욕망과 탐욕의 고삐를 풀어놓아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이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것을 잘 고안하면 노벨 경제학상을 받습니다.

 

욕망과 탐욕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잘 활용하여 부를 쌓은 사람들을 우러러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인간에게 짐승과 같은 이런 본능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본능의 폐쇄된 틀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인간은 짐승들과 다른, 이성과 감정을 넘어서는 초월적 세계를 지향합니다. 인간은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짐승과 다른 점입니다. 단순히 이성이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에 짐승과 다른 것이 아닙니다.

 

영혼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제어하면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신뢰와 평화를 쌓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게 합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영혼의 울림을 들을 수 있습니다. 미세한 음성입니다. 이것을 흔히 양심의 소리라고도 합니다. 양심에 민감해야 이 세미한 울림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나팔 소리처럼 아주 크게 들립니다.

 

우리는 흔히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위한 인수위 시절에 인수위원들로부터 닦달 당한 어느 공무원이 관료들은 영혼이 없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관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국민에게 진정으로 이로운 일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기도 합니다. 권력 앞에서 양심이 숨을 죽인 것이죠.

 

영혼이 없는 인간! 영혼의 능력이 작동하지 않는 인간! 이것은 짐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돈을 추구하고, 그 돈으로 쾌락을 쫓고,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여 먼저 승진하고, 앞다투어 비단길 깔린 곳을 찾고,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곳으로 달려가고, 권력과 명예와 존경과 권위를 빼앗으려 합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배웁니다. 23일짜리 리더십 코스에 참가합니다. 그리고는 윈윈하는 방법과 다른 사람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것이 짐승과는 다른,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탐욕을 충족시켜 가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진정으로 영혼의 능력이 발휘되는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모세의 10계명은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구체적인 행동강령의 형식으로 내려준 지침입니다. 거창고등학교의 교장이었던 전성은 선생님 역시 오늘날 이웃사랑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준 것이지요. 이것은 어둠과 탐욕의 정글 같은 세상에서 거창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신 것입니다.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내린 계시입니다. 이 계명은 패역한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지침입니다. 영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제대로 실력을 쌓고, 이 지침대로 행동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외국에 유학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사회적으로 큰 특혜를 받고 있는 젊은이들이 요즘은 어떻게 하면 군대에 가지 않을까 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합니다. 면제받기 어려우면 카투사나 통역병으로 지원합니다. 장차 이 사회를 이끌 젊은이들이 어떻게든지 편한 길을 택합니다. 여자 애들은 연예인처럼 성형으로 몸값을 올리려고 합니다. 짧은 치마로 남학생들의 시선을 끌기에 여념이 없고, 대학 캠퍼스는 화장품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는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요즘은 자랑거리입니다. 점점 즉흥적인 욕망충족과 탐욕의 과시가 미덕인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전성은 교장선생님의 직업선택 10계명은, 욕망과 탐욕의 자유로운 분출을 장려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원리와 그 정신의 황폐함에 과감히 맞서서 거꾸로 가라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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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처음 이 계명을 듣고 마음에 깊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에 있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한국은행 직원은 과연 이런 직업에 속하는지를 보았는데, 정반대였습니다. 명예도 있고, 존경도 받고, 급여도 많고, 아내도 좋아하는 곳이었으니까요. 그 대신 승진기회는 적은 곳이었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라도 이 계명을 지켜보려고 앞다투어 모여드는 곳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갔습니다. 단두대는 아니지만 자원해서 장래성 없는 자리로 갔습니다.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여기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황당한 경험도 합니다. 물론 나와 입장이 달라서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내 사유는 비주류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황무지를 개척하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이 블로그를 구독하는 분들도 꽤 있고, 고맙게도 배움과 깨우침을 얻는다는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 나로서는 과외의 기쁨입니다. 거창고등학교의 직업선택 10계명을 내 남은 삶의 계명으로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주옥같은 계명입니다. 여러분도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 10계명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

6.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

7.
사회적 존경을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라
.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

9.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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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