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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5 용산참사의 교훈_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3)

나한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곧 나를 잘 써먹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다. 우리의 임무는 망가진 세상을 고치는 것이다. 그것을 못하는 종교는 쓸모가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필요한 것은 믿음도 아니고 확신도 아니다. 나의 적을 포함해서 모든 인간이 거룩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또 거기에 부응하여 행동하려는 마음가짐이다.

 

911테러는 나의 삶을 또 한 번 바꾸어놓았다. … 나는 상원의원, 하원의원, 국무부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고 유엔에서도 강연을 했다.

 

나는 이것을 목회의 한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9월 참사는 계시였다. 늘 거기 있었지만 우리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 곧 세상은 하나라는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
마음의 진보, 카렌 암스트롱, 이희재 옮김, 교양인 2006, 508~509)

 

용산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용산참사는 앞으로 있을 우리 사회의 분열과 증오, 탐욕과 저주에 대한 시그널인지도 모릅니다. 카렌 암스트롱이 911테러를 미국인들에게 주는 계시라고 해석한 것처럼 말입니다. 부시 전대통령이 911테러를 잘못 해석함으로써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가 시스템적 공황상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설사 용산지역의 철거민들이 불법적으로 시위를 했다 칩시다. 그것이 죽음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정도였을까요?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했어야 합니다. 경찰과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정당성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법이냐 아니냐의 사실 진위여부를 떠나서 당국자들은 사유의 지평을 좀더 넓혀야 합니다. 각자 사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시민사회에서의 의사소통은 이성적 대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성적 대화의 기회가 없으면, 폭력적인 수단에 의존하게 됩니다. 철거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성적 대화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용산구청과 서울시에 중재를 요청했었는데, 생떼를 쓰는 것으로 치부된 모양입니다. 이런 공무원들은, 내가 보기에, 직무유기에 해당됩니다. 공무원의 존재목적은 시민들에게 서로서로 의사소통의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다양한 의견 속에서 통합의 길을 열어주는 데 있습니다.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는 이것을 공론의 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공개된 토론의 장소를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이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각목을 휘두르는 난투극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시위가 있을 뿐입니다. 

공론의 장이 열리면, 주장의 문화(argument culture)가 생기게 되고 자신의 주장을 통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즉 사유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일차원적 인간>이 이차원으로 성숙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회가 점점 투명해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합의의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명령과 통제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큰 오산입니다. 명령과 통제의 끝은 항상 재앙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지루하더라도 공론의 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숙한 시민사회로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북구와 같은 시민사회모델의 합의문화를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그들도 하루 아침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정치지도자들 자신이 공론의 장에 나와서 시민들과 토론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용산참사에 대해서도 뒷구멍에서 떠들지 말고, 책임 있는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이 대거 공론장으로 나와서 시민들과 토론을 해야 합니다. TV토론 같은데 꼭두각시같은 사람들을 내보니지 말고, 책임 있는 당사자가 나오세요. 중대한 사안들은 방송국에서도 심야에 토론하지 말고 프라임타임에 프로를 편성해서 많은 시청자가 보고 판단하게 하세요. 토론을 하다 보면, 사태의 진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그 동안 재개발과정에서 음침한 뒷거래로 해결되던 것들이 투명하고도 깔끔한 해결방안으로 자연스럽게 변모될 것입니다.

 

또한 정치인들이 라디오나 언론에다 일방적으로 떠들어대는 것은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아니라 공허한 소리(sound)일 뿐입니다. 공론의 장으로 나와서 토론하세요. 소통이란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떼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또다시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분열과 증오, 탐욕과 저주의 시그널이 정말로 현실화될지 모릅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소통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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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