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대학교 댈러스 캠퍼스(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통상 UTD라고 부름, http://www.utdallas.edu/)

 

UTD University of Texas계열의 다른 대학에 비해 그 역사가 짧다. Texas Instrument(TI) 설립자들(Cecil Green, Erik Jonsson and Eugene McDermot) 세 명이 자신의 회사 직원들을 Texas외부에서 채용하기보다는 지역인력을 채용하고 Texas주민들의 교육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대학원 과정의 교육기관을 1961년도에 처음 설립했다. 1969년 이 모든 시설을 Texas 주 정부에 기부함으로써 오늘날의 UTD가 태동했다. 그 동안 쭉 대학원 과정으로 운영하던 것이 1990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학부 신입생을 받게 되었다.

< 미국의 대학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UTD 역시 황량한 땅에다 비교적 나무를 많이 심었다>

 

<UTD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 건물 중 일부>

 

그래서 비록 Texas Instrument(TI)의 종업원들을 교육훈련 시키기 위해 야간과정으로 시작된 대학원 수준의 연구시설이었지만, 공학, 수학, 과학, 경영 등 대학의 학부과정 교육을 위해 시설의 상당부분이 전환되면서 점차 학부생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도 많은 투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 대학의 이공계와 경영대학원의 순위는 미국대학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 내부 연구실>

 

<강의실 내부>

 

주립대학이지만 캠퍼스에서 스탠포드 대학교처럼 학교 같은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고 기업체 사무실이나 공장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에는 학교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주정부에서 많은 돈을 들여 중앙광장에 학교의 상징물을 건설하는 등 전통적인 대학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늘 수증기가 옆으로 뿜어져 나오는 캠퍼스 중앙 상징물>


Honors Program (Collegium V, 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http://cv.utdallas.edu/)

 

특히 인상적인 것은, 대학캠퍼스 중앙상징물 바로 옆에 Honors Program을 위한 별도의 건물과 시설을 세웠다는 점이다. 대학 설립자 중의 한 사람인 Cecil Green의 이름 딴 Green Center에서 Honors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과는 달리 UTD에서는 Honors Program을 대학본부의 한 프로그램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것을 콜리지움 파이브(Collegium V)라고 부른다. 1997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전공도 다양해서 인문계, 사회계, 이공계 전공 학생들 약 4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 이공계가 250명이 넘는다.

 

<Collegium V 건물(Cecil Green Center)>

 

<Collegium V에 붙은 졸업반 학생들의 연구 포스터>

 

현재 Honors Program담당 교수들과 행정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은 물론, HP학생들의 학습과 모임을 위한 전용공간은 대회의실, 소회의실, 도서실, 영화감상실 등 기능별로 구분되어 같은 건물에 배치되어 있다. 학생전용 공간은 전공에 상관없이 HP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Green Center에서 이루어진다.

 

Honors Program Collegium V Edward Harpham 교수(Political Science, Associate Provost, Director of Collegium V)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HP 회의실(Honors Conference Room)에서 Andrew J. Blanchard 부총장(Executive Vice President & Provost), Harpham 교수, Rudolfo Guerrero 박사(Director, International Education)와 함께 HP학생 교류 가능성과 선발 및 교육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UTD 캠퍼스 I>

 

<UTD 캠퍼스 II>

 

UTD의 기본 입장은 단기 인턴십 과정이든 한 학기 이상의 장기과정이든 상관없이 매우 유연하게 학사일정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겨울방학 중의 단기 인턴십에 관심이 많았다.

 

<Honors Meeting Room에서 회의 중, 왼쪽부터 Harpham 교수, Guerrero 박사,
김영아 교수, 이해원교수, Blanchard 부총장>

 

<최동석, 이해원 교수, Blanchard 부총장>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모여서 함께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학습뿐만 아니라 문화적 교류를 통해 글로벌 과학기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학생 시절의 외국여행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여행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바꾸거나 삶의 지향성을 다시 잡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Honors Lounge>

 

회의가 끝난 후에는 Harpham 교수가 우리 일행을 HP시설을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다. 특히 대학의 설립자의 한 사람인 Cecil Green의 흉상 앞에서 머리를 만지면 좋은 대학원에 입학한다는 설이 학생들에게 퍼져 있어서 머리가 반질반질하게 닳았다. 어떤 학생은 두상을 가슴에 끌어안은 후에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했다는 일화를 소개해 주었다. 그러자 김영아 교수가 Green흉상의 머리를 쓰다듬는 포즈를 취해 주었다.

 

<세실 그린의 두상을 쓰다듬는 김영아 교수>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대학은 전통적으로 스포츠가 강하다. 농구, 야구, 미식축구 등… UTD는 어떤 스포츠로 유명하냐고 묻자 Harpham 교수가 약간 난감해 했다. 그러면서 미식축구와 같은 스포츠 팀을 구성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 때문에 이사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대신 그 돈으로 학생들의 연구활동에 투자하기로 했단다. 하지만, 미국 대학 중에서 체스(chess)팀은 시합에서 여러 차례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최상의 실력을 자랑하는 증거물로 트로피를 전시해 두었다.

 

 

<체스팀의 우승 트로피와 상패들>

 

HP건물을 뒤로 하고, 학교캠퍼스 투어를 했다. 캠퍼스의 중앙에 상징물을 설계했는데, 안개를 뿜어내는 기둥이 있는 분수와 연못의 양쪽에 가로수를 심어 두었다. 이렇게 대학교라는 냄새가 나도록 점차 바뀌고 있다. 자연과학대학의 여러 전공건물들과 공과대학의 건물들도 둘러보았다.

 

 

<그 유명한 자선사업가 세실 그린>

 

저녁식사는 UTD에서 초대해 주었다. 전형적인 텍사스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었는데, 넙적한 판에다 구운 스테이크가 아니라 마치 꼬깔꼰 같은 스테이크였다. 기가 막힐 정도의 맛이었다. 블랜차드 부총장, 하팜 교수, 살로몬(Myron Salamon) 교수(Dean, School of Natural Sciences and Mathematics)가 우리 일행을 저녁식사에 맞이해 주었다.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부총장의 이름은 블랑샤라는 프랑스이름인데, 선조가 미국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미국에 정착했다고 한다. 내가 아는 블랑샤라는 이름은 Kenneth Blanchard가 경영컨설턴트이자 경영우화작가로 한국에는 많이 알려졌다고 했다. 자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유명한 사람이라면 한번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해원 교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고생했던 이야기에 이어서 비슷한 연배인 하팜 교수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자연과학대학 및 공과대학 건물들>

 

대학의 명성은 어디서 오는가?

 

NCHC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캔자스시티로 떠나면서, 미국대학의 운영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미국대학들은 교육을 하나의 비즈니스로 본다는 인상을 강하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말하자면 교육기관들이 교수학습을 학생들에 대한 교육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유명한 대학일수록 등록금이 비싸다. 입학하려는 수요가 그 만큼 많고, 공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좋은 학생들을 유치해야 하고, 학교명성을 좋게 만들어서 더 유능한 학생들을 지원하게끔 하는 것이 대학운영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이다.

 

연구와 교육에서 온다. 스탠포드의 학자들 중에 몇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는지를 커티스 프랭크 교수에게 물어봤지만 세어보지 않아 몇 명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캠퍼스에서 우연히 노벨상 수상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대학의 연구수준을 말해 주는 것이고, 그러한 높은 연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 것도 유능한 학생들이 뒷받침해 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능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비즈니스에 성공하면 대학에 다시 기부한다. 대학은 졸업생들이 비즈니스에 성공하도록 돕는다. 실제로 스탠포드 공대 학장인 James Plummer 교수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신생기업의 사외이사직을 여러 개 맡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만났던 대학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연구의 결과를 산업화 또는 상품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것이 곧 대학발전의 초석을 이루는 선순환의 고리를 창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리라.

 

여기서 미국 대학운영의 기본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 대학의 총장(president,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에는 이사장과 총장의 직무 중간쯤 되는 직위)에게는 명확한 미션과 성과책임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돈을 끌어오는 것이고, 둘째는 장기비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총장 다음으로 중요한 직무가 바로 provost라는 자리인데, provost는 학내의 모든 교수학습의 양적 질적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이 provost의 직위가 바로 총장에 해당된다. 그래서 provost chief academic and budgetary offic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president provost가 실제로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탠포드의 제10 president John Hennessy의 책임은 세 가지이다.

 

     Raising money

     Making decisions about future land use

     Addressing the needs of a medical center

 

스탠포드의 제12 provost John Etchemendy chief academic and chief budgetary officer로서의 책임도 명확하다.

 

     Administering the academic program, including both instruction and research

     Coordination of the administrative and support functions of the University

 

너무나 명확하지 않은가?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명확한 구조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출장을 통해서 얻은 과외의 소득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공과대학(SoE, School of Engineering)의 교무담당 부학장인 Curtis Frank교수(Chemical Engineering, Senior Associate Dean)가 우리 일행에게 공과대학 현황을 브리핑 받았다. 9개의 학부를 이끄는 부학장이 모두 5명 있는데, 교무(faculty & academics)담당 부학장과 학생(student affairs)담당 부학장은 공대교수 중에서 맡고 있으며, 다른 세 사람은 행정직이다.

 

<Curtis Frank 교수가 공대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스탠포드 공대는 약 700명의 학부생과 약 3,300명의 석박사과정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전형적인 연구중심대학이다. MIT에 이어 미국 내 순위로는 두 번째 공과대학임을 설명하면서,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MIT보다 더 나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MIT Caltech은 오로지 공과대학뿐이지만, 스탠포드는 인문사회과학 분야도 최강의 연구와 교육수준을 가지고 있어 21세기 가장 좋은 융복합의 기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학을 인문사회과학과 접목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Curtis Frank 교수의 연구실에는 동양에서 수집한 것들이 즐비하다>

 

스탠포드대학교에는 Honors Program을 각 학과별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학전체에서 Honors Program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한다. 화학공학과의 경우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별도의 코스워크와 논문을 쓰도록 장려하여 Honors학생임을 인증해 준다고 한다. 아무리 우수한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그 중에서도 특히 우수한 학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학생을 위한 별도의 학문적 성취감과 지적 도전감을 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학과별로 Honors Program을 운영하고 있을 뿐, Honors Program이라는 용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스탠포드 공과대학의 학생들은 그 자체로서 Honors Program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공과대학 본부 건물(Jen-Hsun Huang School of Engineering Center)>

 

Curtis Frank 교수는 공대 건물에 대한 캠퍼스 투어일정을 함께 했다. 특히 최근 신축한 공과대학 본부건물(Jen-Hsun Huang School of Engineering Center, 대만계 1.5세대 Huang의 기부로 지어진 건물)을 일일이 안내해 주었다. 이 건물은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열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햇빛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사무실과 강의실에 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스탠포드 캠퍼스 I>

 

<아름다운 스탠포드 캠퍼스 II>

 

 

<아름다운 스탠포드 캠퍼스 III, 이런 작은 봉우리가 여러 개 있어서 무덤 같다고 했더니 정원 디자인이라고 한다. 높은 곳에 올라서면 지평선이 보이는 평지라서 심심했던 모양이다…>

 

<아름다운 스탠포드 캠퍼스 IV>

 

 

<아름다운 스탠포드 캠퍼스 V>

 

 

<캠퍼스의 숲 속에 쌓여 있는 Bookstore>

 

 

<도서관 앞에 있는 조형물,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그린도서관이라고 해서, 녹색환경운동 전문 도서관인 줄 알았다>

 

<세실 그린 라이브러리>라고 해서 나는 녹색환경운동 전문 도서관인 줄 알았다. 그러나 도서관을 기증한 사람의 이름이 세실 그린이었다. 뒤에서 다시 보겠지만, 세실 그린은 UT Dallas를 세운 사람이다. 세실 그린(Cecil Howard Green, 1900~2003)은 영국태생으로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하여 Texas Instrument를 세워 억만장자가 되었고, 재산을 자선사업을 통해 교육과 의료에 공헌하도록 기부활동을 했던 박애주의자였다. 예를 들면, UT Dallas외에도, 자신이 젊은 시절 잠시 다녔던 캐나다의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UBC) Green College를 세웠고, MIT에서 전자공학사와 석사를 받았던 그는 지구과학을 위한 세실 그린 빌딩을 기부했다. 이 밖에도 그는 많은 자선활동을 했다.

 

스탠포드 공대 학장 사무실 바로 옆에는 테라스를 꾸며 놓았다. 소위 딘스 테라스(Dean’s Terrace)라는 것인데, 이곳에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고, 외부 주요 기부자들을 이곳에서 접대한다고 한다. 학장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외부의 자금을 학교로 끌어오는 것이다. Jim Plummer학장은 늘 기업인들을 만나 기업이 원하는 연구동향과 대학이 기업에 기여할 일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한다. 실제로 그는 벤처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학장실이 유리로 설계되어 있고 가운데 있는 Jim Plummer학장이 외부인과 면담 중이다. 학장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다. 창문 밖이 그 유명한 Dean’s Terrace!!!>

 

 

<여기가 Dean’s Terrace.  학장실 옆에 있는 테라스에서 중요한 딜이 벌어진다>

 

공과대학 건물들을 돌아보면서, 시설의 규모뿐만 아니라 인간중심적인 설계에 놀라게 되었다. 학생들이 어떤 곳에서나 자유롭게 토론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비좁은 학습시설과 연구시설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를 느낀다.

 

<공개된 Lounge인데, 학생들이 언제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이런 학습 토론 장소가 늘 열려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Lounge>

 

 

<실험실>

 

 

<라운지에는 MIT Forbes Cafe에서 공과대학 본관건물 신축메시지가 왔다. Stanford MIT간 실시간을 영상통화가 가능하도록 연결되어 있다.>

 

나는 건물의 내부를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런 시설과 환경을 꾸밀 수 있는 돈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기업으로부터 온다. 기업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혁신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돈을 번다. 대학은 기업이 기부한 돈으로 시설과 연구에 투자한다. 대학의 연구결과는 다시 기업으로 전수되고, 기업은 시장에서 고객을 상대로 혁신을 일으킨다. 내가 스탠포드에서 느낀 것은 대학이 곧 기업이고, 기업이 곧 대학이라는 점이다. 어디 한번 볼까? 셀 수 없이 많지만 눈에 띄는 것만 보자.

 

<1999 James H. Clark 15천만 달러를 기부해서 지은 생명과학관 Bio-X. 16mm광각렌즈로도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크다. Clark는 실리콘 밸리에서 IT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어떤 인물인지는 http://en.wikipedia.org/wiki/James_H._Clark 를 참조할 것>

 

<중국 최대의 부자 Li Ka Shing이 기부해서 지은 줄기세포 연구동>


 

<David Packard Electric Engineering>

 

<William Hewlett Teaching Center>

 

<Bill Gates Computer Science>

 

기업이 대학에 기부하는 이유는 뭘까?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그 많은 돈을 대학에 선뜻 낼까? 성공한 기업가들의 기부하는 마음은 대학이 과학기술면에서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을 어떤 일을 성취해 달라는 기대가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대학은 그 기대에 부응하여 사회를 발전시킬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이룩해 낸다. 그 결과들이 다시 기업과 사회로 스며들어 사회는 발전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다. 이 모델은 이런 장점이 있지만, 부익부빈익빈의 골이 깊이 패인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 선순환의 고리에 들어가지 못한 찌질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에서는 이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가 가지는 한계다.

 

유럽식 사회주의 모델은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업의 기부를 사회적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유능한 사람들은 구태여 정부가 나서서 돌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고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둬도 잘 살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부익부빈익빈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지만, 시장경제가 가져다 주는 역동성은 아무래도 줄어든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더 활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 즉 사회적 안전망을 어느 수준까지 촘촘히 짜느냐에 달려 있다.

 

여러분은 어떤 입장인가요? 미국식 자본주의? 아니면 유럽식 사회주의? 어떤 입장에 서 있느냐에 따라 사상과 철학이 첨예하게 갈린다. 어떤 사람은 제3의 길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결정하려면 반드시 어떤 줄에 서야 한다. 갈팡질팡하면 사회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이 미국식 자본주의 구조 또는 유럽식 사회주의 구조 중에서 대학경영의 전략적 입장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학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개별 사립대학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학이 기업보다 경쟁력이 없거나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떤 기업이 그런 대학에 기꺼이 기부하고 투자하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출출해졌다. 점심식사는 우리 일행과 Curtis Frank 교수, 학생담당 부학장인 Brad Osgood 교수(Electrical Engineering, Senior Associate Dean)가 함께 했다. 우리의 Honors Program을 소개했고, 학생담당 부학장으로서의 학생교환이나 인턴십 같은 단기코스참여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Osgood 교수의 말로는 너무나 많은 대학에서 비슷한 요청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대학의 공식적인 입장은 매우 신중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베이징대 또는 칭화대와의 학생관련 프로젝트들을 처리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서로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놀랍게도 그는 아시아에는 그 어떤 나라에도 한번 가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토박이 미국인이었다. 스탠포드 공과대학과 연계하여 HP학생들을 당장은 교환할 수 없지만, 앞으로 자주 교분을 갖고 업무협력을 추진하다 보면 그럴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지금까지는 강행군인데다 시차도 있고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힘을 냈다. 오전에 Andrew Fire교수(2006년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그는 2010 6월 말 일주일 동안 HP학생들을 위해 블록세미나를 개최하여 수료증을 주기도 한 분)를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는데, 너무나 반가워서 점심이 끝나자 부랴부랴 그의 연구실이 있는 의과대학 건물로 찾아가 보았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는 늘 말이 없는 편이다. 과묵하고 겸손하고 소탈하고항상 같은 모습이다.


 

<최동석, 이해원 교수, Fire 교수, 김영아 교수>

 

이제, 스탠포드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Cantor Center for Visual Arts가 있지만, 문을 닫는 날이라 생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뜰에는 로댕조각 공원(Rodin Sculpture Garden)이 있다.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로댕의 조각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이 스탠포드 대학교라고 한다. 어디 로댕의 작품 하나만 볼까?

 

<스탠포드 대학교 Main Quad에 있는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들(The Burghers of Calais)>

 

<좀더 자세히 보면모두들 영웅적 이미지는 없고 깊은 고뇌의 모습이다>

 

영재성이 있는 사람은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말한다. 로댕이 그랬던 것 같다. 이 작품은 영국과 프랑스간에 벌어진 14세기의 100년 전쟁 때 이야기다.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였던 칼레가 영국에 의해 점령되어 시민들이 학살될 위기에 직면하자, 칼레를 구하기 위해 시장을 비롯한 평범한 시민 6명이 목에 밧줄을 감고 영국왕 에드워드 3세 앞에 출두했다고 한다. 에드워드는 이들의 희생정신을 높이 사 모두 사면하고 칼레는 위기에서 벗어났단다. 이런 영웅적인 스토리를 형상화 한 것이 이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웅들을 로댕은 왜 이리 고뇌에 찬 모습으로 그렸을까? 1884년 칼레시는 로댕에게 칼레시민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상징으로 만들어주길 원했는데, 그는 오히려 헌신과 죽음의 공포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들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칼레 시민들이 이 작품을 비난하자 칼레시청에다 세우려던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

 

진실을 표현하면 이렇게 불편해진다. 세월이 지나서야 사람들은 이 위대한 작품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날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 진리를 행하는 사람은 매우 불편해진다. 우리는 이렇게 불편한 진실 앞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훗날 로댕의 작품처럼 이 시대의 진실이 무엇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