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제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계에 대해 말해야겠습니다. 내가 독일의 교육시스템을 부러워하는 것은 부모의 경제능력이 아니라, 개인의 학습능력에 따라 교육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의 박사과정까지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다소 영향을 받아서 대학에서 등록금을 조금 받고 있습니다만, 영미계통의 대학등록금에 비하면 껌 값에 불과합니다.)



2011. 8.7. 독일 기센대학교 경제경영학부, 20여년만에 여름휴가 중에 잠시 찾아갔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독일대학에 진학하거나 졸업하는 것은 경제능력이 아닌 학습능력을 공식적으로 보여주어야 가능합니다. 초중등 교육의 목표 역시 학생들에게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에 사교육시장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파악하여 학생의 진로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할 것인지를 감안하여 지도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진로지도에 크게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직업학교로 갈 것인지, 대학을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교사의 추천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부모의 경제능력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 http://pssyyt.tistory.com/[독일교육 이야기]는 박성숙님이 독일현지에 살면서 싱싱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많이 방문해서 살아있는 교육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도 교수는 학생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은 교수의 강의를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교수의 강의를 듣고, 학업능력이 충분히 있음을 교수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수는 학생들에게 매우 엄격합니다. 학생들은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대학을 떠나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지 못하고 중도에 대학을 떠납니다. 독일 대학생들에게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처럼 입학하면 적당히 공부해도 졸업하는 경우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학과마다 중도 탈락비율이 조금 다르지만, 인기가 있는 학과의 탈락비율은 매우 높습니다.

 

최근에는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1980년대만하더라도 경영대학의 경우에는 입학생 중에서 약 3/4이 중도에 그만 둘 정도였습니다. 대략 75%가 탈락한다는 말입니다! 상상이 되나요? 대학은, 학생들에게 자상하게 대하지만,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학생들이 대학에 등록금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수의 강의와 세미나는 학생이라는 고객에게 파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교수는 학생을 매우 엄격하게 훈련시킬 수 있습니다. 그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면 낙오되는 것입니다. 등록금을 받기 위해 학생을 학교에 붙잡아 둘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학생들도 다른 학생과 서로 비교하면서 경쟁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상대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공부할 때, 독일친구들은 나의 공부를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습니다. 세미나 논문도 여러 차례 함께 토론하면서 교정해주었고, 내 성적이 그들보다 더 좋았는데도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어서 독일대학 사회에 일반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쟁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어제의 와 오늘의 가 경쟁하고, 미래의 는 오늘의 와 서로 경쟁할 뿐입니다. 상대적 경쟁이 아니라 절대적 경쟁입니다. 이런 교육철학과 사회운영시스템은 유럽의 대륙국가들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2011. 8.7. 독일 기센대학교 경제경영학부, 20여년만에 여름휴가 중에 잠시 찾아갔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그래서, 교사나 교수는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쟁하지 않는 체제 속에 있는 학교와 학생들이 경쟁력이 뒤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경쟁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바로 정부의 올바른 교육철학과 정책에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와 상관없는 교육기회의 균등한 배분이야말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31) 정신이고, 정부에게 의무 지운 요구사항이기도 합니다.

 

만약 등록금을 받고 그 등록금으로 대학이 운영된다면, 학생들에게 그렇게 엄격하게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겠지요. 학생들을 가급적 많이 끌어 모아 적당히 학점 주고 졸업시키겠지요. 유명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끌어들여 학교 이미지를 높이려고 하겠지요. 이런 정신 나간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세칭 일류대학이라는 겁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인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립대학들은 학점 또는 학위증의 상업화에 심각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세상에서 돈으로 거래될 수도 없고, 또한 거래되어서도 안 되는 가치(학력 또는 학문적 수준의 인정)를 시장경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상업화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학교육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게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세뇌된 것이죠.

 

이런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실력보다는 스펙으로, 본질과 내용의 질적 수준보다는 포장의 화려함으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끌어 모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끝없는 무의미한 경쟁과 스트레스. 불신과 불안을 선물했습니다. 공동체적 연대감의 해체와 극단적인 이기심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적 표상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정신은 이렇게 황폐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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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이 있어서 여기에 소개합니다. 독일에 살면서 독일교육이야기를 쓰시는 분입니다. 독일에서 아이들을 초등학교 교육을 시켰던 나로서는 쓰고 싶고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그 동안 시간이 그리 녹녹치 않아서 못하는 것을 박성숙 선생님이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여러분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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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