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여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1.31 영국여행 이야기(4)_뮤지컬 라이온 킹 (4)
  2. 2008.12.14 영국여행 이야기(3)_공원과 그리니치 천문대 (4)


다음날 딸은 나를 또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번에는 런던 북쪽에 있는 캠든(Camden)의 재래시장을 꼭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카나리 워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여서 볼만한 게 많다고 합니다.

 

런던의 서북부에 위치한 캠든까지 지하철로 가서 걸어 다니기로 했습니다. 서울 남대문 시장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한가 봅니다. 씨끌벅적하고 애교 넘치는 짝퉁들이 즐비하게 있습니다.


오리지날을 그대로 복사하는 불법 짝퉁이 아니라 위트가 넘치는 짝퉁들입니다. 활기찬 Puma상표는 의식을 잃은 Coma상태로, iPodiPood, 새출발을 의미하는 결혼식 상표는 game over, National Geographic National Pornographic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펑크머리의 진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삶의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습니다.

 


씨끄러운 시장통을 지나가는데 한 구석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습니다.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소리 때문인지 금발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한번 들어 보실까요.

 

나는 잠시 보고 있었을 뿐인데, 아내와 딸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나는 구석구석을 뒤졌습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보물찾기를 마치고, 우리는 Primrose Hill을 향해서 걸었습니다. 서울로 말하자면 북한산 정도 되는 위치인데, 높이는 나즈막한 언덕입니다. 런던 주변에서 이곳이 제일 높은 곳이라는군요. 그나마 런던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언덕입니다. 저 아래 보이는 푸른 숲이 리젠트 파크(The Regent Park)입니다. 그 너머에 런던시내가 보입니다.



우리는 리젠트 파크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길은 정말 추웠습니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햇볕이 드는 벤치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서울에는 찌는 듯한 더위일텐데, 런던에서 추위에 떠는 모습입니다. 담요를 덮어도 춥군요. 여름 피서로는 런던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공원 내에 있는 장미의 정원(공식 이름은 Queen Mary’s Gardens)에서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딸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군요
옷이 임신복 같다고 했더니, 오늘의 컨셉이라는군요.


(딸이 이 사진을 내 블로그에 올린 걸 알면 항의 전화, 항의 메일이 빗발 칠텐데... 모르는 척하고 올렸습니다. 우리 딸 이쁘지 않나요?)



이제 다시 런던의 중심인 피카딜리 서커스(Picadilly Circus)로 돌아왔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지요. 아내는 세일이라고 써 붙인 가게는 일단 들어가 봅니다. 사지도 않을 것을 왜 발품만 파냐고 투덜거리면, 그게 휴가와 여행의 재미 아닌가 되묻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가 봅니다.


 


배낭을 하나씩 메고 상점가를 순례하느라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해 떨어지려면 아직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여름의 런던은 저녁 9시가 돼도 훤합니다. 훤한 시간에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죠. 우리는 뮤지컬을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라이온 킹(Lion King)을 공연합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극장은 런던의 3대 명물(공원과 이층버스를 포함하여) 중에 하나입니다.

뮤지컬보다 런던의 극장을 체험하기 위해 제일 싼 좌석 표를 샀습니다. 그래도 그 유명한 Her Majesty’s Theatre3층 맨 위 구석자리였습니다. 영국에는 변변한 산업이라곤 금융과 관광뿐인데, 부시와 월 스트리트 애들의 불장난으로 전세계 금융이 쪼그라드는 바람에 관광산업도 맥을 못추고 있으니, 요즘 영국 경제는 말이 아닌 모양입니다.


아내는 극장에 들어가 앉자마자 골아떨어졌습니다. 나 역시 비몽사몽간이었습니다. 라이온이 나오는지 타이거가 나오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극장에서 조는 아내의 모습, 이쁘지 않나요?)









졸면서 봐도, 라이온 킹을 뮤지컬로 제작한 사람들의 상상력은 돋보였습니다. 역발상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스토리도 감동적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할 동물들의 액션을 배우들이 재현해 내는 모습은 창조적 상상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무대의 화려함과 조명, 의상, 그리고 음악…… 뮤지컬은 종합예술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래 전에 뮤지컬 캐츠(Cats)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라이온 킹도 그랬습니다. 아무리 뮤지컬이 좋아도 생리적 현상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나와 아내는 아깝게도 반 이상 졸았습니다.



 

라이온 킹은 디즈니가 만든 최고의 히트작입니다. 이 작품 하나로 수억 달러를 벌었다고 하죠.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는 얼마나 벌어들였을까요? 그렇게 벌려면 현대자동차 몇 대를 팔아야 하나요?

나는 이런 작품들이 얼마를 벌어들였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사람들이 내뿜었을 정신적 에너지가 수많은 사람들을 공감시켰고, 그들의 정서와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경험했을 행복감을 우리는 중시해야 합니다. 설사 라이온 킹이 흥행에 실패했더라도 그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행복감은 그것 자체로 소중한 가치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그들의 상상력과 창조성이 부럽습니다. 손끝의 재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험 잘 보고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험성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시험은 상상력을 죽입니다.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리처드 브랜슨, 조앤 롤링 ......

 

나는 우리나라 교육이 점점 살벌해지고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처 고위층과 서울시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보니까, 아이들에게 시험성적으로 경쟁을 시켜서 학력을 올리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사들에게는 성과급을 더욱 차등화하여 교사들끼리도 서로 경쟁시키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교사들이 더 잘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그것은 환상입니다. 성과급이 인간을 어느 정도로 타락시키는지를 최근의 월스트리트 붕괴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살리는 혁명적인 처방을 생각해야 합니다. 핀란드와 같은 교육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라이온 킹과 해리포터가 과연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기 때문에 나온 것일까요? Her Majesty’s Theatre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런저런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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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나는 딸아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템즈강을 건넜더니 수 마일을 걸은 발걸음은 더 떨어지지 않았고, 배는 출출해졌습니다. 중국집이 눈에 들어왔고 의자에 앉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시원하게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짜장면 비슷한 것을 시켜 먹었습니다.

 




힘을 내 음식점을 나와서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간을 걸었더니 그리니치 공원이 나왔습니다.

선진국은 도회지에 있는 공원의 넓이와 질적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가 봅니다. 런던은 조금만 걸어도 드넓은 공원이 나타납니다. 그것도 방치된 것이 아니라 잘 조성된 공원, 그래서 아무런 통제 없이도 아이들이 맘대로 뛰어 놀 수 있는 공원, 이런 공원을 서울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 아직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공원을 빼놓고서 런던을 논하지 말라고 충고한 책을 보았습니다. 전원경의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라는 책에서는 런던에서 좋은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이층버스, 공원, 극장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내가 런던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공원이었습니다. 이층버스와 극장은 돈 들이면 되는 것이지만, 공원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공원은 역사이자 정신이자 문화입니다.

 

하이드 파크

런던은 세계의 도시 중에서 가장 넓은 녹지 면적을 공원의 형식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런던의 3분의 1이 녹지인 공원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 유명한 하이드 파크, 리젠트 파크, 켄싱턴 가든, 세인트 제임스 파크 등 크고 작은 공원이 80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Primrose언덕에서 내려다 본 리젠트 파크


켄싱턴 궁 앞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


세인트 제임스 파크 건너편에 있는 그린 파크


동네에 있는 작은 공원


그런데, 이 공원의 풍경이 대개 비슷합니다. 한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엄청 넓고, 시원한 잔디밭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길과 벤치, 그리고 동상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크고 작은 연못에서는 대개 백조와 오리들이 노닐고 있습니다. 그곳은 한마디로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안식처입니다. 디즈니랜드식의 놀이동산이 아닙니다. 음식점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거의 쾌적함을 넘어서는 도시의 쾌적함입니다. 서울은, 아니 우리나라의 대도시들은 지금 콘크리트 숲으로 덮이고 있습니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이 땅이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하는 이 시대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야 제모습을 찾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런던너(Londoner)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원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것입니다. 목전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옹졸한 이 시대정신을 사회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유보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정신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신은 대운하가 아닌 공원의 형식으로 드러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또다시 공원을 부러워하면서 천문대를 향해 언덕을 올라갔습니다. 느닷없이 딸은 나에게 약속 하나 하자고 했습니다. 내가 딸아이와 못할 약속이 어디 있으랴!

 

아빠, 절대 뒤를 돌아다 보면 안 돼! 알았지!”

오냐, 그렇게 하마.”

 

중턱쯤 올라갔을 때, 나는 뒤를 돌아다 보고 싶어졌습니다.

 

뒤를 보면 안 될까?

안 돼, 지금은 안 돼!”

 

딸은 한사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고... 지금 뒤돌아보면 소금기둥이 된다나 어짼다나아무튼 나는 수 마일을 걸은 무거운 다리를 옮기며 왕립천문대를 향해 올라갔습니다. 딸이 부리는 마술을 기대하면서

 

아빠, 됐어. 뒤돌아 봐도 돼!”

 

우리가 걸어온 언덕 아래에는 이렇게 찬란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마천루가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입니다.


 





왕립천문대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2008 7 31 18시 28분이었습니다.










서울이 동경 127도라는 표지판도 발 밑에 보였습니다. 세계를 제패했던 영국인들이 만든 세계의 표준을 봤습니다. 우리가 힘써 만들어야 할 세계의 표준은 뭘까요?

 




대운하와 몰입교육으로 세계표준을 만들 수 있을까요? IT, NT, GT, ET 등과 같이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21세기를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청소년들이 시험점수가 아니라 사고력과 상상력을 기른다면 우리는 충분히 첨단분야의 세계표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의 사진들은 17세기 크로스토퍼 렌이 설계했다는 왕립천문대의 겉모습입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아주 소박하기 짝이 없는 건물입니다.


천문대 입구



천문대 뒤뜰


천문대 앞뜰


우리는 이 여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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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