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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7 인사말 _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6)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성경은 흰머리카락이 지혜의 상징이라고 했는데, 흰머리는 많은데도 지혜롭지 못하니, 성경의 말씀이 잘못된 것인지 내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흰머리가 머리를 뒤덮으면서 지혜란, 사람에 대한 사랑과 애정의 감정일 것이라는 생각을 희미하게나마 했습니다.

 

호감을 열정으로, 열정을 종속으로 변화시키는 극단적인 감정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이는 한 개인을 도취상태로 몰입시키면서 때로는 당사자, 즉 사랑에 빠진 자의 이성적 판단능력을 제한한다. 사랑은 아픔을 낳는 행복이며,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아픔이다.


독일의 위대한 문학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Marcel Reich-Ranicki, 1920~2013)의 자서전을 읽다가 사랑의 정의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아내를 만난 것은 1977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녀에 대한 호감이 열정으로 변했고, 그 열정이 그녀에 대한 종속의 감정으로 치달아 이성적 판단능력이 제한받고 있음을 몰랐습니다. 라이히-라니츠키의 글을 읽고서야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3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내 사랑의 감정은 인간과 조직에 점차 쏠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악의 근원이 돈을 사랑하는 데 있다는 성경의 말씀과 그 동안의 실무경험에서 인간의 고통은 돈에서 출발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돈이 인간의 마음의 상태를 결정하는 무서운 권력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본을 경멸하거나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 반대로 자본을 숭배해서도 안 된다. 자본을 수단화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의 인간됨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업무가 단순할 때는 일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의 생산성 차이는 많아야 3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중급 정도의 난이도를 지닌 업무일 때도 생산성 차이는 최대 12배 정도이다. 그러나 복잡한 일에 맞닥뜨리면 유능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의 성과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스탠포드대학교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교수의 이 말은 정보화 시대의 지식사회에서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생각하는 능력, 즉 사고력이 절실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고력은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데서 나옵니다. 그리고 책에서 얻은 지식과 개념들을 끊임없이 그리고 무한히 상상해 봄으로써 길러집니다. 비주얼하고도 즉각적인 시각 정보들이 난무하는, 그래서 많은 사람이 현혹되는 상황에서 고리타분하게 책장을 넘기는 것이 바보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우직함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나의 믿음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왜 연구하려는가?

우리는, 특히 나는 그동안 내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먼 길을 아주 빠르게 달려왔습니다.

뒤돌아보면
 지금까지 그렇게 고생스럽게 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한 길을 찾아 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고(connectedness),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trust) 조직문화와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조직에 대하여 진지하고 투명한 연구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강의와 집필을 통해 공정하게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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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