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BSC의 전략에 관한 문제점을 검토하겠습니다. 기업경영은 전략을 필요로 합니다. 전략 없는 경영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전략(strategy)이라는 용어가 경영학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도 20세기 중엽에서부터였으니까, 고작해야 40~5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 동안 무수한 개념의 변천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전략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전략이란 어느 한 조직을 경쟁우위에 서도록 포지셔닝시키는 일을 의미한다. 그것은 기업이 어떤 산업에 참여해야 하는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 자신이 보유한 자원들을 어떻게 할당해야 하는가의 의사결정과 관련된다. 그리고 전략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주주들과 여타의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코렐리스 클뤼버, 조 피어스 2(2007), 송재용 외 옮김, 전략이란 무엇인가?, 3mecca, 23]

 

전략적 사고는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산업(industry)의 중요성과 제품(product)의 품질을 강조했고, 자원(resource)과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 각광을 받았다가, 최근에는 기업의 비전(corporate vision), 가치(value), 신념(belief) 등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립니다. 하나는 전략계획과 전략실행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전략이란 그저 운명에 불과하다고 보는 비관론입니다. 전자는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교수처럼 경영전략론을 가르치는 학자들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지만, 후자는 스탠포드대학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교수처럼 전략이란 고작해야 사람의 문제에 종속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인사조직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입장인가? 전략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후자에 속합니다. 기업의 성패는 소위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의 전략적 요소가 3할 정도라면, 성공할 것인지의 7할 정도는 행운에 달렸다는 말입니다. 결국, 기업의 성패는 전략에 따라 좌우된다기보다는 구성원의 마음가짐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전략적 방향에 따라 커리어를 설계해서 그대로 실천해 온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멀리 보면서, 매순간 닥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기업의 현재 위치를 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과거에 세웠던 전략계획을 잘 실행했기 때문이라기보다 기업가의 직관적 판단과 구성원들의 헌신, 그리고 외부환경의 우연한 도움에 의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 것입니다.

 

성공한 기업가들과 학자들 역시 그렇게 말합니다.

 

인텔의 전략수립을 이끈 앤디 그로브의 역할은 미래를 미리 내다보았다기보다, 전략적 중요성을 먼저 깨달았다는 점이다. 인텔에게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발명하는 행운이 왔을 뿐 아니라, IBM PC 디자인에 참여하게 되는 더 큰 행운이 주어진 셈이다.”
[
제프리 페퍼, 로버트 서튼(2009), 김용재 옮김, 증거경영,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88]


 

인텔이 성공한 것은 전략수립이 탁월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수립된 전략을 철저히 실행에 옮겼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굴러들어온 우연한 행운을 놓치지 않고 이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었던 회사의 역량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쯤에서 BSC는 전략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BSC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관리원칙을 기반으로 구축되었습니다.[로버트 캐플란, 데이비드 노튼(2009), 웨슬리퀘스트 옮김, 전략실행프리미엄, 21세기북스, 13쪽 참조]

1.
경영진의 리더십을 통해 변화를 활성화하라
.
2.
전략을 운영적 용어로 구체화하라.
3.
조직을
전략에 정렬시켜라.
4.
동기부여를 통해
전략을 모든 사람의 일로 만들라.
5.
전략을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만들라.

 

BSC는 이렇게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고안되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가히 전략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략을 중시했습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전략계획의 수립에 집중했으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전략의 실행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BSC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기업의 전략실행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는 행운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마음을 비우고, 과연 전략기획과 전략실행이 기업성과에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몇몇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략과 기업성과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략이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일치된 견해를 찾을 수 없으며, 전략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평가했거나 기업성과에 영향을 준 다른 우연적 요인들을 전략적 요인들과 구분하지도 않았습니다.[제프리 페퍼, 로버트 서튼(2009), 김용재 옮김, 증거경영,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78~281쪽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이 중요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포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위 "경쟁세력 모델"(five forces model)을 개발했습니다. 장기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상을 산업구조과 업종구조가 가지는 특성과 연관 지어 설명했습니다. 디지털화 시대에 타자기와 필름카메라를 만들어 파는 회사는 아무리 용을 써도 실패하는 업종인 것은 분명합니다. 포터 교수는 어떤 기업이 특정 산업 또는 업종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장기간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이 진입장벽의 보호 때문이었는지, 제한적 경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산업구조 특성 때문이었는지 그 원인을 밝히려 했습니다.

 

그래서 업종이 좋아야 회사가 성공한다.” 또는 위치가 좋아야 이익이 많다.”는 말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사양산업이 있긴 하지만, 그리고 위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사양산업 내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며, 같은 위치에 있는 회사라도 경이적인 이익을 장기간 창출하는 경우를 포터의 경쟁전략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또한 특허도 없고 진입장벽도 없는 회사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전략개념이 아닌 다른 패러다임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우스웨스트항공사와 월마트, 그리고 약품소매체인인 월그린즈의 성공적인 사례는 기존의 전략개념으로는 설명이 곤란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됩니다. (물론 포터는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그 후에는 개별기업의 경쟁우위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소위 밸류체인(value chain)개념을 만들어서 사용했지만, 이것 역시 기업 내 여러 기능들의 인과관계 또는 상관관계를 묶어 설명한 것에 불과합니다.)

 

요즘 전략컨설팅회사들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기업들에게, M&A를 통해 인근 산업으로의 진출을 검토하도록 조언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식의 컨설팅을 통해 M&A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많습니다. 내가 아는 한, 일부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상당부분 실패했거나 당초의 기대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략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어의 사례>는 이미 앞에서 설명했습니다.

 

비상장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업계 1위인 SAS연구소의 존 샐(John Sall)고객과 조직원들이 말해주는 것을 듣고,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 ‘진실을 들어주는 것이 똑똑한 제안보다 더 낫고, 굉장한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 전에 고객과 직원에게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제프리 페퍼, 로버트 서튼(2009), 김용재 옮김, 증거경영, 국일증권경제연구소, 302쪽 참조]

 

많은 경영자들이 자신의 회사에 경영실적이 떨어지면, 전략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전략을 세워서 실행에 옮기면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러다가 기대했던 대로 회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또 다시 다른 전략으로 옮겨갑니다. 말하자면, 고객중심 경영전략을 실천하다가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 비용절감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제품전략, 가격전략, 마케팅전략, 고객서비스전략, IT전략, 유통망전략, 인재전략 등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이전에 수립한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저 필요한 대로 전략이라는 용어를 갖다 붙입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CEO였던 허브 켈러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전략적 기획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낭비다. 석 달 걸려서 무엇인가를 생각해 낸 다음, 경영진에게 그렇게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는다. …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정신을 놓고 몰두하지 않는다. 거기에 빠져서 정신이 나가버리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제프리 페퍼, 로버트 서튼(2009), 김용재 옮김, 증거경영, 국일증권경제연구소, 310]


 

이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요약해봅니다. BSC, 성공하는 기업들은 전략계획이라는 것이 미리 확고하게 세워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그 계획을 강력하게 실행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고안된 개념입니다. 그런데, 전략계획이 확정적으로 수립되어 있다 해도, 그 전략을 실행해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는 계획 자체의 무수한 변형을 요구합니다. 현실적으로도 무엇이 전략주제(strategic theme)이고 무엇이 전략요소인지 잘 알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략실행의 강력한 수단으로 개발된 BSC는 도대체 어디다 쓸 것인가?

 

사실 별로 쓸 데가 없습니다. 기업가와 경영진들의 리더십 결여를 화려하게 포장해 주는, 그래서 그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해 주는데 약간의 쓸모가 있을 뿐입니다. 조직원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숫자로 쪼아댈 수 있는 강력한, 그러나 전혀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쓰일 뿐입니다. 그렇게 쓰게 되면, 회사는 서서히 골병이 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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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