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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3 경영이란 무엇인가(7)_제도의 폭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마음이 실재를 창조한다는 말이 주는 메시지는, 조직에서 개인의 선택이 가급적 성공과 기쁨과 행복을 창조하도록 제도적 조건들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 줍니다. 따라서 경영관리의 도구들, 예를 들어 표층구조에서의 각종 구조와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잘 정비되어야만 합니다. 그 뿐 아니라 맥락수준에서의 역량진단과 개발 프로그램, 그리고 심층수준에서는 무의식적 마음의 프로그램들도 세심한 주의와 배려 속에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잘못 되었기 때문에 조직구성원들이 소위 제도의 폭정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구성원의 잠재력을 억압하거나 왜곡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를 찾아서 개선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첫째, 표층구조(surface structure)의 제도적 장치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제도적 장치들은 항상 구성원들의 마음을 구속하기 때문입니다. 제도적 장치가 구성원의 마음에 어떤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구성원들에게는 서로 협동하면 효율성이 높아지므로 항상 협력하라고 하면서,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개인별로 막대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상호 모순된 시그널을 주는 것입니다. 말로는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서, 시그널은 오른쪽을 가리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둘째, 맥락수준(contextual level)에서 구성원의 의식구조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조직이 명시적으로 내 건 캐치프레이즈나 비전 등이 구성원들에게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내가 지방의 어느 중견기업을 자문할 때 겪은 일인데, 자수성가한 70대의 오너인 회장이 나에게 자랑을 많이 했습니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종업원들의 마음속에 얼마만큼 내면화되어 있는지를 알기 위해 어느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조사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게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역시 자신의 리더십과 경영방식이 훌륭해서 종업원들이 자신의 뜻을 잘 이해하고 따른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만난 몇몇 직원들의 얘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회장님이 가급적 회사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이유는 회장이 매사에 미주알고주알 참견하고 지시하기 때문에 그걸 맞추기가 아주 골치 아프다는 겁니다. 종업원들은 회장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경영자들이 속고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진실을 보기보다는 자신이 만든 실재를 믿고 있는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종업원들의 구차한 변명을 실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조직구성원의 잠재력, 즉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의식이란 매우 교묘해서 자본과 권력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자신의 안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따른 수많은 사회적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렇게 구성원의 의식구조는 표층의 제도적 장치와 그 시그널에 의해 왜곡되어 표출됩니다. 이러한 의식은 구성원 개개인의 무의식적 프로그램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의식은 표층구조의 제도와 심층구조의 무의식 사이를 맥락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합니다. 의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셋째, 심층구조(deep structure)에서는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이 의식을 넘어 표층구조를 어떻게 인식하도록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 통찰이 무엇보다 요구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정신(심리)분석, 신경언어프로그래밍, 명상, 최면 등의 기법을 이용한 무의식적 프로그램의 대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지방의 어느 중견제조기업을 자문할 때였습니다. 당시 매출이 2~3천억 원 정도 되는 기업이었는데(조그마한 자회사가 몇 개 더 있었음), 원가통제와 성과관리체계의 선진화를 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40대 중반인 회장은 선친으로부터 가업을 물려 받았습니다. 회사를 넘겨받은 지 몇 년여 지났는데도 매출규모나 이익률에 있어서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사업의 기반은 점차 어려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오너로서 선대회장의 유업을 잘 이어받아 더욱 키워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도 유학했던 외아들이었기 때문에 승계절차에 따라 자연스럽게 회장에 취임해서 아주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특히 공장장을 바꾼 후에 일본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합작해서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했지만, 별로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그의 경영수완이 신통찮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불안감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압박감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더욱 뭔가를 해보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했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자문이 여러 달 진행되면서, 나는 그분을 여러 차례 만나고 나서야 콤플렉스와 불안감이 그의 마음속에 깊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불안정한 무의식적 프로그램이 그를 압박하고 있었고, 그때까지 여러 컨설팅회사가 거쳐갔지만, 매번 제도설계와 자문이 몇 달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임직원들은 회장의 불안한 심경을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약간의 신경증 증상을 보이기도 했는데, 의사의 진단을 받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불안정한 심리상태 때문에 그 당시 제대로 컨설팅이나 자문서비스를 계속할 수 없었는데, 엄격했던 선대 회장으로부터 외아들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어떤 심각한 트라우마(trauma)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전문가의 진단을 받도록 안내했지만,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내가 계속적으로 도울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어떤 무의식적 프로그램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른 사람과 조직에게 크나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무의식적 마음의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현실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아서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큰 사회적 손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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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