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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9 아름다운 이름_"천리포수목원"과 "민병갈" (8)

평소에 늘 가보고 싶었습니다. 태안반도가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인 장면을 수없이 보았지만, 태안에 직접 가서 돕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주말(2009.6.26~27) <희망제작소> 주최로 12일 천리포수목원에서 Hope Makers’ Club 회원들이 참석하는 모임이 있어 참가했습니다. 태안반도는 겉에서 보기에는 기름피해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재앙으로부터 회복되려면 수십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만, 내 눈에 보이는 깨끗한 해안은 옛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생태계의 파괴가 어느 정도였고, 그것이 회복되는 과정을 과학자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민병갈 선생(Carl Miller, 1921~2002) 24세의 젊은 나이에 미 해군 장교로 6.25전쟁에 참가했습니다. 한국의 산하에 반해 남은 생애 57년간을 한국땅에서 살았습니다. 그분은 내가 일했던 한국은행에서 English Editor로 일했고, 퇴임 후에도 증권회사에 자문하는 등 일을 통해 돈을 벌었습니다. 천리포에 땅을 사서 틈틈이 수목원을 일궜습니다.

 

그가 나무와 숲에 깊이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나는 이 수목원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 만큼 세상을 각박하게 살았습니다. 몇 년 전에 한 번 온 적이 있었는데, 문을 닫는 날이라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18만평의 땅에 15,000종의 수목이 자라고 있답니다. 모르는 분야에서 숫자가 나오면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한라산에 있는 수종이 700~800종이고, 광릉 국립수목원에는 7,000~8,000종이 있다고 하니, 천리포수목원의 질적 수준을 대강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수목원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단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민병갈, 평생 혼자 살면서 나무와 숲과 결혼했던 남자였습니다.

 

한국일보 주필을 지내셨던 김수종 선생은 다음과 같이 수목원에 대해 썼습니다.

 

동백꽃이 빨간 마지막 꽃잎을 내밀고, 풍년화 산수유 매화 능수버들 같은 봄꽃이 봉오리를 활짝 피웠다가 뜻하지 않는 한파에 시달린다. 이 수목원이 자랑하는 양대 수종, 호랑가시나무와 목련이 돋보인다. 곳곳에 350여종의 호랑가시나무가 산재해 자란다. 목련은 450여종이나 된다. 세계에 현존하는 호랑가시나무와 목련의 종류는 이곳에 거의 다 있다고 한다.”


 

민병갈 선생이 돌아가신 후, 문국현 의원(창조한국당 대표)이 수목원의 이사장을 맡아서 재정지원 등의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고, 이보식 원장(전 산림청장)은 수목원 살림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음으로 양으로 돕는 분들이 많아서 수목원이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즈니스모델이 분명했으면 합니다. 모금도 필요하지만,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발돋움하려면 수목원 경영을 위한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서 그 자체로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목원 전체를 보려면 적어도 3일을 봐야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되겠습니까? 거제의 외도는 아름답게 정원으로 꾸며놓은 곳으로서 섬과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외도와 비교한다면 어마어마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서, 수목원의 수준 높은 콘텐츠와 인프라는 충분히 좋은 비즈니스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바로 앞에는 천리포해수욕장과 닭섬이 있어서 엄청난 천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천리포와 닭섬 사이에는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썰물이 되면 바지락을 캡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현대적 의미의 경영기법들이 바람직하게 응용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특히 각급 학교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학생들에게 식물의 세계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여관에서 술 먹고 노는 관행에서 탈피하여 자연 그대로를 학습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세계인들이 찾은 명소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식물의 세계를 익히고,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인간의 정신을 순화시킵니다.

식물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서 그냥 그림만 보시기 바랍니다. 해설가로부터 충분히 해설을 들었는데, 여기에 옮길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아는 것만 토를 달아 놓겠습니다.

최근에 지은 생태학습관인데, 시설도 좋고 세미나, 워크숍 등을 개최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민병갈 선생입니다. 한복을 좋아 했다고 합니다.

문국현 의원이 천리포수목원의 이사장으로 수고하고 계십니다. 일부러 이곳까지 오셔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보식 원장이 수목원의 개요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민병갈 선생은 식물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육종을 이땅에 소개한 세계적인 육종학자의 반열에 드는 분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수목원에서 보는 닭섬. 천리포에서 닭섬까지 하루에 두 번씩 모세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천리포해수욕장. 만리포와 백리포 사이에 있는 해수욕장입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그룹해설가와 함께 수목원을 돌다가 이보식 원장과 문국현 이사장 일행을 만났습니다.

호랑가시나무

닭섬. 썰물에는 바닷물이 빠져 걸어서 섬까지 갈 수 있습니다.

바닷물이 빠지고 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잡고 있습니다.

닭섬에서 본 천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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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