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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9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2) (2)
  2. 2009.06.17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1) (12)

나는 아내를 1977년에 만났습니다. 처음 뒷모습을 보고 반했죠. 앞모습도 역시 그랬습니다. 그 때 박힌 인상은 평생 나를 떠나지 않는군요. 아마도 나의 뇌세포에 강한 신경망(neural wiring)을 형성해 놓은 모양입니다. 뒷모습을 먼발치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걷은 모습을 상상하곤 했지요. 그리고는 이렇게 저렇게 만나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결혼했지만, 자라온 환경이 너무도 달라 거의 모든 생활습관이 반대였습니다. 아내는 해산물과 생선을 좋아했고, 나는 강원도 촌놈이라 야채와 비빔밥을 즐겨 먹었습니다. 그 동안 많이 적응이 됐지만, 지금도 비린내 나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맛있다고 하면서 먹어줍니다. 세 살 때 먹던 음식은 정말 평생 가는가 봅니다.

 

음식뿐이 아닙니다. 생각하는 게 대부분 반대입니다. 내가 퇴근하면, 아내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얘기하지만, 나는 자질구레한 스토리보다 그 결과를 먼저 알고 싶어합니다. 치약 짜는 순서와 이 닦는 버릇까지 전혀 딴판입니다. 아내는 주말이면 바람을 쐬고 싶어하는데, 나는 창문 열어 놓고 책만 붙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한 구석도 비슷한 데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언제나 나를 믿었습니다. 신뢰는 상대방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마음인가 봅니다. 나는 아내에게 나의 약점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집안에서 내 약점과 단점을 맘껏 드러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음도 알았습니다. 약점을 숨기려고 하면, 항상 긴장하게 되고, 긴장하면 자기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내는 내가 매사에 긴장하지 않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붙여 보았지만,

늘 그렇듯이, 언어는 내 생각의 일부만 표현할 뿐입니다.

 

1.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얘기를 천사의 말처럼 들리게 하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여자들의 진한 화장이 내면의 결핍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부와 명예보다 신뢰와 애정을 더 우선시하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련된 글

  • 2009/06/17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1)

  •  

    2009 5월 경상북도 주왕산 등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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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쉐아르님이 저에게 강한 도전을 주셨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를 적으라는 것입니다. 우리 나이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항상 서먹한 관계였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보다 외향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합니다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블로그스피어의 엄청난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덕분에 상당히 젊어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나도 시도해봤습니다.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걸 몰라서 물어?


    하지만, 아내는 모른다는군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붙여 보았지만,

    늘 그렇듯이, 언어는 내 생각의 일부만 표현할 뿐입니다.

     

    첫째, 아내의 얼굴에는 나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 매일 십구공탄을 갈아야 하는 문간방 살이에서도 늘 행복해 했던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라면을 먹을 때나 프랑스 레스토랑에 초대받았을 때나 어느 장소에서도 잘 어울렸던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9년 5월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소수서원(紹修書院)에서


    "얼굴은 존재의 계시"라는 엠마누엘 레비나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엠마누엘 레비나스>에 대한 글을 참조하세요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나서 느끼는 것은 아내의 얼굴에는 남편의 영혼이 깃든다는 것입니다.


     

    p.s. 사실 지난번에도 한번 올리려다 아내의 반대로 무산됐었는데, 이번에도 몰래 올린 겁니다. 곧 들키겠죠. 이번에는 뭐라고 둘러대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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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