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8.12 인재전쟁(10/20) (2)
  2. 2009.03.03 탐욕이 조직화 되다 (6)
  3. 2009.02.26 탐욕의 블랙홀에 빠진 월 스트리트
인재의 올바른 가치관이란 어떤 것인가요?
 

<요약> 문제는 이런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를 기르려면, 필요한 지식에 대해 가르치고 훈련을 시키면 어느 정도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실하고 정직한 역량(integrity)을 가진 전문가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렵지요. 그래서 인재전쟁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무리 전문성을 갖췄다 해도 올바른 가치관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킵니다. 올바른 가치관이 없으면, 엔론과 리만브라더스처럼 됩니다. 올바른 가치관이란 인간에 대한 전제가 옳아야 합니다. 인간이란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실존적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고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서 실존적 존재란 무한한 선택대안 중에서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이고, 영혼의 능력이란 자신의 정체성과 그 역할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자심의 잠재력이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대해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하는 양심의 울림을 말합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갖지 않은 사람이 고위직에 오르면 오히려 사회가 피폐해집니다.

예를 들어, 부시 미국대통령은 명분도 없이 전쟁을 시작함으로써 전통적인 미국정신을 훼손했습니다 올바를 가치관에 근거하지 않은 사람이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신은 관용과 겸손의 미덕으로 어려운 사람과 나라를 돕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최근의 미국은 세계인들을 상대로 조폭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미국을 두려워합니다. 미국이 무엇을 빼앗아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피폐한 미국정신에서 돌아서야 합니다. 오바마 정권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돌아서야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경영 이야기 > 인재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재전쟁(12/20)  (3) 2009.08.14
인재전쟁(11/20)  (0) 2009.08.13
인재전쟁(10/20)  (2) 2009.08.12
인재전쟁(9/20)  (2) 2009.08.11
인재전쟁(8/20)  (2) 2009.08.10
인재전쟁(7/20)  (0) 2009.08.08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80년대까지는 탐욕의 실체가 보에스키와 밀켄처럼 개인적 차원에서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직적으로 탐욕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그 탐욕의 네트워크가 꼬리를 드러냈는데, 그것이 엔론사태였습니다.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탐욕의 네트워크화가 뿌리 깊이, 그리고 폭넓게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엔론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2000년 포천 500대기업 중에서 7위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미국 전체 에너지 시장의 25%를 공급하는 회사였고, 2000년에 주당 90달러였던 주가가 2001 12월에는 26센트로 폭락했습니다. 그렇게 된 원인은 엔론의 회장이었던 케네스 레이(Kenneth Lay, 1942~2006)이라는 인물에 있었지만, 엔론 사건은 탐욕과 부패와 반인륜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침례교 목사의 아들인 레이는 자유기업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으로 자라났습니다. 레이는 정신적인 안전망(mental safety net)을 배우지도 못한 채, 미주리대학 경제학석사, 휴스턴대학 경제학박사학위를 받고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일하다가 휴스턴에 정착하면서 자기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1985년 휴스턴 천연가스와 인터노스가 합명하여 엔론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탄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레이는 엔론을 전세계 2만 명의 직원이 1,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군으로 키웠습니다. 보답으로 엔론은 레이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주었습니다. 레이는 엔론 초창기 친구에게 나는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세계최고의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런 말이야 젊은 시절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는 남달리 야망이 컸습니다.

 

엔론에서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자, 정치에도 관심을 쏟았습니다. 조지 부시가 대통령 후보시절에는 정치헌금을 제공했고, 부시는 대통령이 되자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이었던 레이를 상무부 장관이나 재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부시행정부 내의 요직에 있는 사람 가운데 35명이나 엔론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레이의 오른팔이었던 제프리 스킬링(Jeffrey Skilling, 1953~)은 하버드 MBA출신으로 전략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에너지와 화학담당 컨설턴트였는데 맥킨지 역사상 최연소 파트너가 된 인물입니다. 레이의 눈에 띄어 엔론에 합류한 후 둘은 호흡을 기가 막히게 맞추었습니다. 바깥 일은 레이가, 안 살림은 스킬링이 책임졌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1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엔론을 세계적인 에너지그룹으로 키웠을까? 그들은 엔론을 단지 석유나 천연가스를 파는 회사에서 위험관리 솔류션을 파는 회사로 변모시키려 했습니다. 1997년부터 날씨에 민감한 사업주들에게 보험료를 받고 날씨위험으로부터 오는 피해를 보상해주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확장하여 날씨파생상품이라는 금융상품에서부터 금리상하한 계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해서 판매했습니다. 이런 개념을 신용위험, 금리위험, 환율위험, 강철가격, 석탄가격, 플라스틱, 펄프, 재활용신문용지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켜 나갔습니다. 엔론이 세계 최대 에너지회사가 된 것은 파생상품 덕이었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비즈니스모델이었습니다. 레이와 스킬링은 엔론을 에너지 기업을 넘어 투자은행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비전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거래를 공격적으로 회계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공격적이라는 용어는 회계원칙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여 회사에 유리하도록 조작하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분식회계를 한 것입니다. 스킬링은 특히 자신의 모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출신과 맥킨지 출신들을 엔론에 대거 영입했습니다. 그래서 엔론은 인재관리의 모범이 되는 것으로 언론과 학계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엔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비롯한 유수의 경영대학원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사례연구로 가르쳤고 논문으로 출판되었습니다. 하지만, 엔론 내부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텍사스대학에서 공인회계사와 관리회계사 자격을 딴 내부 회계감사인은 엔론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자신의 직속상사에게 말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레이 회장에게 직접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Arthur Andersen)은 위장된 장부를 바로 잡아야 했지만, 그들의 탐욕은 오히려 엔론의 거래를 공격적으로 회계 처리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엔론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내부 회계감사인을 쫓아내고, 대학을 갓 졸업한 아서 앤더슨의 회계사들을 고용했습니다. 갓 입사한 회계사들에게 휴스턴 중심가의 주택과 렉서스를 제공하고, 파트너가 되는 비단 깔린 지름길을 보여주면, 그들은 알아서 공격적으로 업무처리를 했습니다.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2001년부터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자 그 동안 부실하게 처리했던 것들이 꼬리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10억 달러가 넘는 공격적인 회계처리가 알려지고 사태의 심각성으로 의회 청문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길 즈음에 최고경영진은 자신이 소유한 엔론 주식을 거의 다 처분하면서, 뒷구멍으로는 직원들에게 엔론은 건재하니 주가가 떨어질 때 더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도록 홍보했습니다.

 

그러던 중 엔론 경영진의 핵심인물이었던 존 클리포드 백스터(John Clifford Baxter, 1958~2002)가 자살했습니다. 그는 회계부정의 모든 네트워크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두고 타살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사태의 진실을 알고 있는 그는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자신의 엔론지분을 다 처분하고 회사의 위기를 경고한 뒤 퇴사했습니다. 그리고는 컨설팅 회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엔론 스캔들의 의혹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청문회를 앞두고 자살했으니, “이탈리안식 해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최명수 기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마피아들은 문제가 되는 사건이 터지면, 당사자를 자살시켜 사건을 마무리하고, 그 대신 자살한 동료의 가족을 책임지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정경유착이 짙었던 만큼 사건의 파문을 막기 위해 엔론 측에서 그런 방법을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최명수, 뒤집어보는 경제 회계부정, 굿인포메이션 2003, 256) 


 

아서 앤더슨 CEO였던 조 베라르디노가 이탈리아인었던 점을 감안할 때,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지만, 그의 죽음은 아직도 미스터리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의 사건보고서에는 자살한 권총의 탄알과 머리에 박힌 탄알이 다르다든지 하는 몇 가지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엔론이 그 동안 표방한 핵심가치는 존경, 정직, 소통, 탁월함이었습니다. 외부에서는 엔론이 사업구조조정의 교과서또는 ‘e-비즈니스의 총아로 알려졌습니다. 엔론은 하버드 MBA나 맥킨지 컨설팅 회사의 인물들을 스카우트해서 엄청난 연봉을 주었지만, 기존의 직원들에게는 매정한 방식으로 대우했습니다. 실제로 승진 아니면 퇴출’(up or out) 시스템을 도입했고 매년 하위 15%를 해고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엔론을 가장 혁신적인 회사’(포천), ‘새로운 미국직장의 모델’(뉴욕타임스)이라고 격찬했습니다.

 

엔론의 법률자문회사였던 빈슨&엘킨스의 변호사들은 불법적인 거래구조에 적극적으로 자문해 주었습니다. 조작된 수치는 드러난 것만도 10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당시 뉴스데이(Newsday)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엔론이라는 집이 비틀거리기 시작하자 산업체의 탐욕과 잘못된 행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엔론은 최악의 시민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었다. 엔론은 직원을 속이고 고객을 우롱했다. 또한 엔론은 기업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에 바쁜 단체이기 때문에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줌으로써 미국 산업계 전체를 배신했다.”(브라이언 크루버, 탐욕의 실체, 영진닷컴 2003, 19~20)


 

미국인들은 엔론 사태를 엔론이 산업계를 배신한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엔론이 미국 산업계 전체를 배신했다고? 천만에요. 탐욕이 네트워크화됨으로써 생겨난, 미국 산업계를 대표한 사건입니다. 엔론과 같은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글로벌크로싱이라는 거대 초고속통신망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사가 파산하도록 한 것도 분식회계였고, 이것을 도운 회계법인도 역시 아서 앤더슨이었습니다.

 

미국의 장거리 통신회사였던 월드컴의 회계조작은 그 규모면에서 엔론보다 컸습니다. 여기서도 아서 앤더슨이 감사를 맡았습니다. 월드컴의 분식회계를 눈감아 줬거나 아예 엉터리 감사보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사기 제조업체인 제록스는 60억 달러의 매출이 조작되었습니다. 사상 최대의 회계부정사건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최대기록이었던 월드컴의 38억 달러를 경신했습니다. 제록스는 회계법인 KPMG에서 회계부정을 방조했습니다. 투자은행 메릴린치, 케이블TV사업자였던 아델피아, 타이코, 컴퓨터 어소시에이츠, 듀크에너지, K마트, 루슨트테크놀로지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탐욕이 조직화되어 전세계에 만연하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 탐욕의 보편화를 법규정이나 시스템을 고치면 막을 수 있을까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엔론사건이 터진 것은 2001년이었습니다. 엔론사태는, 인간이 탐욕이라는 블랙홀에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음을 알려주는 좋은 시그널이었습니다. 이 시그널은 인류가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렇게 선명한 위험신호를 보고도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성에 의한 합리적 사고는 탐욕의 열차를 세울 수 없었습니다.

 

엔론사태는 분식회계의 문제가 아닌 더 깊은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론사태를 단순한 분식회계로 몰고 갔습니다.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들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2002년에 제정된 「사베인스-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이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 경영진의 재무제표에 대한 인증 및 책임강화

내부통제시스템의 강화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

내부고발자(whistle-blower) 보호

 

인간의 탐욕이 이런 이성적 장치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와 같습니다. 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업에 부담을 많이 주면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조금 느슨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3년이 경과된 시점에서는 아예 미국 의회의 독립적인 정부감사기관인 회계감사원(GAO)가 「사베인스-옥슬리 법」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의 계산에 의하면 대기업의 경우 법 규정대로 제대로 지키려면 약 8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회계감사원은 기업이 정직하지 못해서 얻는 희생의 대가는 계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분식회계로 파산한 기업들이 2001~2002년에 엔론, 월드컴, 글로벌크로싱, 이델피아 등 네 개 회사만 합쳐도 2천억 달러의 자산규모에 이릅니다. 회계감사원의 의견대로라면, 네 개 회사의 회계투명성을 위한 비용 3 2천만 달러를 아끼려다 2천억 달러가 공중에서 분해되는 셈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돈에 노출되면 탐욕으로 변한다

 

이처럼 돈에 노출된 인간은 이성적 판단능력을 잃게 됩니다. 교육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 등에 의해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연구자들이 아주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뒤섞어 놓은 문장의 단어를 재배열하여 온전한 문장을 만드는 실험이었습니다. 한 집단(A)에는 돈과 전혀 관련이 없는 문장을 재배열하도록 했고(, 밖이 춥다 등), 다른 집단(B)에는 돈과 관련된 단어들(, 고소득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처럼 돈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참여자들의 행동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어재배열 실험을 마친 다음에, B집단의(돈이라는 단어에 노출된) 사람들은 A집단의(돈이라는 단어와 전혀 상관없는 단어에만 노출된) 사람들보다 남을 도와주려는 경향이 적었고, 더 이기적이고 자립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더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려고 했고 협동해서 일하는 것보다는 개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주로 골랐습니다. 자리에 앉을 때도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처럼 돈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사회적 동물로 생활하지 못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댄 애리얼리, 『상식 밖의 경제학』, 청림출판 2008, 109~134쪽을 참조하세요.)

 

이 세계는 시장의 법칙이 지배하는 영역과 사랑의 법칙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구분됩니다. 시장의 영역에서는 주고받는 셈이 분명해야 하지만, 사랑의 영역에서는 계산의 잣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랑의 마음과 마음이 서로 신뢰와 애정으로 튼튼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는 명절에는 늘 처갓집에서 장모님이 푸짐히 차려준 음식을 먹습니다. 막내 사위가 대견한지 늘 더 먹으라고 합니다. 내가 집을 나서면서 장모님에게 이런 정도의 음식은 호텔 뷔페 수준이니까 5만원 정도로 계산해서 가격을 지불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랑의 영역에서 시장의 법칙을 대입하면 아주 우스운 꼴이 됩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위가 온다고 많은 시간을 들여 정성껏 음식을 장만했을 것이고, 나는 그런 장모님에게 애정의 표현을 돈이 아니라 사회적 친밀관계를 드러내는 행위를 함으로써 가족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랑의 영역에 시장의 법칙이 끼어들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그 때부터 이해타산에 따라 상대방을 평가합니다. 장모님의 음식요리시간에다 시간당 노임을 곱하여 계산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계산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만, 나는 그것이 별로 현명한 처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계산해서 뭘 어쩌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집에서 일하는 것만큼 생활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더 효율적일까요? 아내는 과연 남편으로부터 더 많은 생활비를 받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 먼지 하나 없도록 청소하게 될까요? 이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랑의 영역인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돈이 전혀 교환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가 퇴근 후에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편안히 안식할 수 있는 곳은 가족이 함께하는 집밖에 없습니다. 그런 쉼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힘을 충전하게 됩니다. 세상 어떤 곳에서 이런 안식을 돈 주고 살 수 있을까요? 돈이 작용하는 시장의 법칙으로는 이런 안식을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돈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것은 끝장입니다. 사랑의 영역에다 시장의 법칙을 적용하려는 것은 가족구성원들의 관계를 엔론과 같은 상황으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시장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도록 서로 사랑의 영역 안에 머물 수 있는 가족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돈벌이가 중요한 일의 목적이 되면 문제가 심상치않게 됩니다. 엔론 사태와 같이 될 위험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 목적이 아닌 더 가치 있는 것을 목적으로 세우고 그 목적을 위해 서로 사랑의 영역에 머물도록 한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탐욕에 물든 월 스트리트의 붕괴

 

이제 엔론 사태를 거쳐 월 스트리트의 붕괴를 살펴 보겠습니다. 엔론의 파산은 직접적으로는 분식회계에 기인하지만, 분식회계를 하도록 한 원인도 사실은 탐욕에 있습니다. 탐욕이란 통제되지 않은 욕망을 말합니다.

 

미국은 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이래로 지속적으로 욕망을 부추겨 탐욕에 기반한 경제정책을 써 왔습니다. 일반직원의 몇 십 배 수준이던 경영진의 연봉을 수백 배로 높였고, 게다가 스톡옵션까지 걸어 놓았기 때문에 회계장부를 조작해서라도 주가를 높이려는 유혹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제도적 장치들은 허점이 있게 마련이므로 규정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가 탐욕의 주체였고, 불법행위자였는지를 가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융공황상태에는 그 주체가 누구인지가 매우 불분명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탐욕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최근 10년간 미국의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 그 증거입니다. 그 중에서도 모기지론이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가계저축률은 0%로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가계가 부실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주택가격 이상으로 모기지론이 대출되었습니다. 집값은 영원히 오르리라 믿었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오른 만큼 모기지론을 올립니다. 미국인들은 여기서 나오는 현금도 소비했습니다. 미국인들에게는 소비는 미덕이고 위대한 행위였습니다.

 

월 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이렇게 대출된 모기지론의 증서들을 모아서 파생상품을 만들어 또 팔았습니다. 이런 상품들은 위험도에 따라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서 수익률이 높습니다. 투자은행들은 너도 나도 이 사업모델에 뛰어 들었습니다. 엄청난 수익을 얻었습니다. 미국연방준비은행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조차도 미국의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금융혁신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영진은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았습니다. 월 스트리트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그들을 축복하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들에게 탐욕은 좋은 것이고, 위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결코 영원히 갈 수 없습니다. 가계의 부실로 더 이상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심상찮은 기운이 돌자 모기지 회사들은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없는 미국인들이 대거 집을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주택가격이 서서히 꺾이기 시작하자 모기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했던 모든 파생상품들이 손실을 보기 시작했고, 급기야 휴지조각으로 변했습니다.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무너지면서 리만 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상징하는 투자은행들이었습니다. 투자은행뿐만 아니라 상업은행들까지도 이제는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금융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어떤 제도와 시스템으로도 인간의 탐욕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신약성경의 대부분을 쓴 사도 바울은, 돈을 사랑하는 탐욕이야말로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했습니다. 탐욕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릅니다. 이것이 진리이며, 이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