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1.21 마음이란 무엇인가(3)_무의식적 마음의 위력 (6)
  2. 2008.12.30 존재와 의식

지난 이야기

          마음이란 무엇인가(1)_마음에의 관심
          마음이란 무엇인가(2)_마음과 몸은 하나, 그 경험적 증거


업무상의 스트레스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업적을 다그치는 상사인가? 아니면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해서 오는 갈등인가? 내가 무능하기 때문인가? 조직문화가 나에게 부적합하기 때문인가? 나는 분명히 알고 싶었고 또한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에서부터 행동주의 심리학까지 다시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융의 분석심리학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접근하는 방식이 확실해졌습니다. 그동안 내가 간과했던 것은 무의식이었습니다. 무의식적 마음이 인간의 심연에서 솟아오르고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억누르고 있었으니, 여러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마음의 심연에서 무엇이 솟아오르길래 그것을 억눌렀을까. 나 자신에 대한 솔직한 분석결과는 열등감, 불안 또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내 열등감은 아주 어린 시절에 싹텄습니다. 밥 세끼를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 추운 겨울에 온전한 내복을 제대로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복은 이웃집 형들이 입던 빛 바랜 것을 얻어다 입었습니다. 양말은 물론 무르팍에는 덕지덕지 기운 내복으로 추위를 달래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갑자기 신체검사를 했습니다. 교복을 벗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다른 애들은 다 벗었는데, 나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625전쟁 이후에는 사실 어느 집이나 대부분 그랬습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창피했습니다.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고,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 나의 처지에 절망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도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습니다. 마음을 진정하고 천천히 말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심장이 가라앉도록 해야 합니다.

 

어른이 된 후 한국은행에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누덕누덕 기운 내복처럼 학벌이 처지는 것으로 느껴졌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동료들과는 다른 뭔가로 채워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무하면서도 호시탐탐 유학 갈 궁리를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국은행이 나에게 베푼 은혜였지만, 독일연수나 유학은 내 열등감의 발로였습니다.

 

나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해내야 했고, 그것도 남들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성취해야 했습니다. 나는 주위 사람들을 의식했고,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뭔가를 성취하지 못했을 때 존재목적이나 가치를 상실하게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은 나에게 공포스런 일이었습니다.

 

나는 어느 조직에서나 조직개혁작업을 맡았습니다. 독일에서 인사조직분야를 전공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그 일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나는 직무상 사람들을 밀어붙여야 했습니다. 조직을 제대로 개혁해 가려면, 무능하게 보이는 임원이나 직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유능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내가 관리자가 된 이후에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경영실태는 심각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의 눈에는 바꿔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사회체제에 대한 울분 같은 것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했습니다. 경영진의 경영태도와 리더십을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바꾸도록 시스템적인 접근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고, 단숨에 끝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밀어붙여야 했습니다.

 

시스템을 바꾸면, 아무리 합리적으로 한다 해도 반드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개혁에는 항상 반대하는 사람이 생기는 데 나는 그들을 충분히 이해해주지 못했습니다. 나의 방식은 거의 일방적이었습니다. 나는 일을 통해 스트레스를 스스로 만들어갔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겪는 갈등뿐만 아니라 왜곡된 사회현상과 비효율적인 시스템들을 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마음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무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과 사회에 대한 절망감과 분노, 그리고 원망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내 마음에 쌓여 갔습니다. 나는 어느 정도 그것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코칭이나 자문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런 마음의 상태가 내 몸에 증상으로 나타났던 겁니다. 문제의 원인은 내 마음의 심연에 쌓여있던 열등감, 불안, 두려움이었는데, 그것을 사회와 시스템, 그리고 타인에게 투사했던 것입니다. 나는 사회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들과 싸웠습니다. 그때 써낸 책이 『똑똑한 자들의 멍청한 짓』입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10여 년 해냈습니다. 하지만, 힘겨운 싸움의 끝에 얻은 것은 질병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내가 졌다고 손을 든 것입니다. 내 마음의 심연에 충족되지 않은 무의식적 결핍이 똬리를 틀고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제 내 지식은 체험을 통해 확고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만약 내가 나의 심연에서 솟아오르는 열등감과 불안, 그리고 두려움을 진작부터 이해했더라면 더 좋은 직무수행을 통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 마음에는 아무도 그리고 어떤 것도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멍청하게도 스트레스를 나 스스로 만들어 내고 스스로 고통 받았을 뿐입니다. 무의식적 마음의 결핍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시하거나 억누르기 쉽습니다. 이런 생태가 계속되면, 무기력해지거나 분노로 가득 차거나 우울해집니다. 마음은,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결핍된 상태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몸의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렇게 의식과 무의식은 하나로 뒤엉켜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몸과 마음도 이원화된 것이 아니라 하나(oneness)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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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물질문명은 존재와 의식을 갈라놓았습니다. 의식의 외부에는 객관적인 존재가 있고, 그것을 내가 의식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이것에 추호의 의심도 갖지 않습니다. 이처럼 존재는 절대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실재(reality)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재(reality)는 어떻게 생성될까요? 최근 신경생리학의 연구결과에서 인간의 뇌가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눈을 감고 오렌지 조각을 입안에 넣고 씹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입에 오렌지 향이 퍼지면서 침이 고일 것입니다. 상상만 했는데도 우리의 뇌는 현실처럼 인식합니다.

 

그렇다면, 실재(reality)란 무엇인가? 존재는 무엇이고 또한 의식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의식은 실재를 창조합니다. 이것은 현대물리학자들, 특히 양자이론가들이 내린 결론과 유사합니다. 물질과 그 물질을 구성하는 것은 인간의 의식이라는 것입니다. 물질은 공간에서 스스로 생성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합니다. 현대과학은 아직 그 물질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아원자(subatomic) 수준의 입자들은 관찰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물질은 의식의 흐름이며, 존재는 단지 그 경향성(또는 가능성 또는 잠재성)을 나타낼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철학적 사유에서도, 특히 쇼펜하우어는 이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Die Welt ist meine Vorstellung)라고 정의했습니다. 나의 의지적 표상이 곧 세계를 구성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하이데거의 철학에서도 사물은 그냥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부여하는 의미의 연관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PC는 글을 쓰기 위해 나의 손가락이 자판을 두드릴 수 있을 때만 존재합니다. PC는 그냥 PC로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나의 두뇌와 의식에서는 PC의 성능과 사용목적, 그리고 사용법, 나아가 나의 책상과 연구실이라는 맥락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현대과학과 철학의 연구결과에서 얻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사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존재가 의식을 구성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존재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존재론과 인식론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경영자들의 사고와 현실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창조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경영자는 지금 당장 보이는 실적과 숫자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보이지 않는 의식의 흐름, 즉 마음의 상태가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경영의 성과를 창조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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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