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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2 탐욕은 좋은 것, 아니 위대한 것

무한경쟁의 긴장과 파벌싸움은 정신적 안전망을 잃어버린 세계의 특징입니다. 인간에게 절대적인 안전망(absolute safety net)이 없다는 것은 곧 삶의 터전을 잃은 것과 같습니다. 그 안전망 아래로 떨어진 인간은 이성의 힘으로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안전망은 결국 돈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돈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게끔 했습니다.

 

돈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신의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돈은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가난한 자를 구제하라, 이웃을 사랑하라 등과 같은 골치 아픈 명령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돈이라는 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줍니다.

 

돈이라는 신이 20세기 후반에 와서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돈은 곧 탐욕의 상징이 됩니다. 권력은 그 자체가 선도 악도 아니지만, 권력에는 부패가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 붙듯이, 돈도 그 자체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지만, 돈에는 항상 탐욕이 따라 붙습니다.

 

사도 바울이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설파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탐욕을 충족시키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며 그것은 곧 신을 섬기는 것입니다.

 

1987년 작품 <월 스트리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재계의 거물인 고든 게코 역을 맡은 마이클 더글러스는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거만하지만 호소력 있게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합니다.

 

여러분, 요컨대, 달리 좋은 말이 없으니 탐욕이라고 합시다. 탐욕은 좋은 것입니다. 탐욕은 옳은 것입니다! 추진력입니다! 탐욕은 발전적인 정신의 본질을 맑게 하여 그곳에 스며든 뒤 본질을 포착합니다. 인생, , 사랑, 지식 등 모든 탐욕은 인류의 비약을 이끌어왔습니다. 게다가 탐욕은, 바로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게다가 탐욕은 우리회사뿐만 아니라 형편없이 굴러가는 미국이라는 기업의 운명까지 구해줄 것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허시 골드버그, 『탐욕에 관한 진실』, 중앙M&B 1997, 226~227)


 

연설이 끝나자 주주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습니다. 영화도 흥행에 성공합니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습니다. 80년대 미국사회에 만연했던 탐욕의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탐욕적인 미국인들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오히려 탐욕을 부추기는 꼴이 됐습니다.

 

이런 스토리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됩니다. 월 스트리트의 주식브로커였던 이반 보에스키(Ivan Boesky, 1937~) 1985년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 학생들에게 탐욕은 좋은 것입니다. 모두 약간의 탐욕은 가지고 있어야 하며, 탐욕에 대해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연설했고, 청중들로부터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다음 해에는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 졸업식에 연사로 초청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의무 가운데 하나로 부를 추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탐욕은 위대한 것입니다. 내 말 틀렸습니까? …… 부를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도덕적이고 정직하게 해야 합니다. …… 여러분이 목표를 높이 설정할 경우 부를 확보해야 이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여러분의 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영향력 있는 인사 그 이상의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허시 골드버그, 『탐욕에 관한 진실』, 중앙M&B 1997, 223~224)


 

이 연설이 있은 지 6개월 뒤에 검찰 당국으로부터 내부자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결국에는 3년 징역과 1억 달러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그는 벌금을 거뜬히 냈습니다. 20여 년 전의 1억 달러는 사상최대의 벌금이었습니다. 보에스키는 도대체 어떤 불법을 저질러서 얼마나 큰 돈을 긁어 모았길래 1억 달러를 낼 수 있었을까? 복역을 마친 후 그는 부인으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탐욕의 80년대는 보에스키뿐이 아니었습니다. 드렉셀 번햄 증권사의 마이클 밀켄(Michael Milken, 1946~)은 소위 정크본드의 왕이라 불렸습니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회사에 접근하여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도와서 투기성 채권인 정크본드(Junk Bond)를 발행한 후, 이를 다시 사들여서 높은 이익을 남깁니다. 그리고는 채권발행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M&A전문가에게 넘기는 수법을 반복함으로써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밀켄은 이런 식으로 80년대 미국의 정크본드 시장을 만들어 낸 사람입니다. 이것이 정상적으로 선용될 수 있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증권브로커에게는 막대한 수익이 돌아갔지만, 해당기업은 엄청난 부채를 떠안아야 했습니다. 밀켄이 걸려든 것은 보에스키처럼 내부거래를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였습니다.

 

밀켄이 번 돈은 보에스키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1987년 드렉셀 번햄 증권사가 밀켄에게 지급한 보수만 5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보수였다고 썼습니다. 다른 수익까지 합치면 10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한 해에 벌었습니다. 20세기 초에 존 록펠러(John D. Rockefeller, 1839~1937)가 연간 4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보다 많았습니다. 밀켄은 보에스키와는 달리 교도소 복역과 벌금형의 의무를 마치고 나서도 남는 돈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는 지금 그 돈으로 자선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사회는, 아니 전세계는 그들의 탐욕을 방치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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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