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을 실행하려면 조직이 필요합니다. <조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어느 정도 이미 했고, 나중에 진지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아주 간단하게 전략을 뒷받침하는 의미로서의 조직에 대해서만 살펴보려고 합니다.

 

전략은 조직을 운용하는 경영관리를 통해 실현됩니다. 조직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니라, 비전/목적/방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즉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가치를 갖게 됩니다. 전략실행을 위한 조직은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프로세스로 제도화 됩니다.

여기서 구조(structure)는 조직이 나누어져 있는 모습을 말합니다. 그래서 구조는 위아래로 사장으로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으로 나뉘어 있고, 좌우로는 기획부에서부터 생산공장에 이르기까지 횡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종횡으로 나뉘어 있는 상태를 구조라고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조직도(organization chart)가 대표적인 구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계는 나뉘어 있는 각각의 단위조직들이 서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유기적인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도록 꿰매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의사결정시스템, 의사소통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보상체계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을 체계, 즉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조직은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이기도 하고, 그 시스템을 유지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큰 시스템의 하위시스템(subsystem)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프로세스는 업무흐름(work flow)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구조와 시스템에 의해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구조와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프로세스 또한 복잡해져서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프로세스를 리엔지니어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프로세스는 그 자체로서 독립된 현상이라기보다는 구조와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해진 프로세스를 리엔지니어링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구조와 시스템을 혁신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제도란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조직구성원을 제외한) 구조와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모든 구성원은 제도의 구속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도설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제도에 의해 사람이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합니다. 모든 제도(institution)는 규정화(regulation)에 의해 형성됩니다. 규정은 상황의 변화에 적당히 변모하지 못하는 속성이 있어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제도는 전략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업무효율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이처럼 전략은 구조에 영향을 주지만, 구조 또한 전략에 영향을 줍니다. 구조가 전략의 실행을 제한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영역에 진출하려는 전략을 세워서 실행하려고 하지만, 기존의 사업분야를 맡고 있는 경영진과의 암묵적인 비협조 때문에 전략실행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개념을 넘어, 조직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직무의 성과책임(accountability)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과책임이란 직무의 본질이자 존재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성과책임이란 각 직무가 창출해야 할 성과에 대한 책임을 말합니다.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를 다른 문헌에서는 책무성 또는 책임성이라는 용어로 번역된 것을 보았는데, 의미가 불분명해서 올바른 번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responsibility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명확히 하면, responsibility는 자극에 의한 반응으로서의 책임을 의미하는 반면에, accountability는 자극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창출해야 할 성과에 대한 책임 또는 바람직한 상태를 유지해야 할 책임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면 responsibility보다 더 명확하면서도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 명이 사망하고 부상하는 큰 화재사고가 난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기자들이 소방관들에게 묻습니다. 어쩌다 이런 사고를 미리 예방하지 못했나요? 대답은 한결같이 소방관 인원과 소방예산의 부족으로 신형 첨단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소방점검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장비부족으로 화재진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기자들은 대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맙니다. 하지만, 어카운터빌리티 개념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소방서장에게는 어떤 자극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관내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책임, 즉 바람직한 상태를 유지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방인원과 예산을 확보하는 것까지도 그의 어카운터빌리티에 암묵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직무분석에 있어서 각 직무의 성과책임, 즉 어카운터빌리티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용어정의야 어찌 되었든, 내 경험에 의하면, 조직에서 성과책임을 흐리멍텅하게 만들어 놓고 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성과책임은 성과를 창출할 책임에 관한 것으로 직무가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표준적인 성과물(원하는 상태, desired state 또는 end state)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조직의 비전/목적/방향이 구체적인 형태로 각 직무에 분해되어 내려 온 것입니다. 이것은 각 직무의 비전/목적/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희끄무레하면, 조직구성원들이 자신의 직무수행과정에서 방향성을 잃게 됩니다. 직무의 성과책임에 관해서는 추후 자세히 설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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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우리가 매일 접하는 경영환경은 <3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즉 표층구조의 제도, 맥락구조의 의식, 심층구조의 무의식은 다음과 같은 6개의 경영개념들에 의해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지게 됩니다.

     

         비전 : 조직의 존재목적 또는 이념

         전략 : 비전/목적/방향을 실현하는 비즈니스 계획

         조직 : 전략을 실행해가는 수단

         성과 : 비전/목적/방향으로 가는 구제적인 목표들

         역량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차별적인 능력

         인사 : 채용 보상 등 여타 개념들의 종합적 관리

     

    이러한 6개의 경영개념 하나 하나뿐만 아니라 서로간의 조화가 곧 조직을 고성과문화(High Performance Culture)로 진보시키느냐 아니냐를 결정합니다. 조직운영을 고성과를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각각의 개념들을 구성하고, 그 개념들간의 적합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어서 이 개념들 하나하나를 간단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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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상을 받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없습니다. 그 동안 2006년 봄학기부터 지금까지 꼬박 3년간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과정 학생들에게 인사조직, 리더십, 마음과 경영, 최근 주제연구 등을 가르쳤습니다. 가르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나는 실무를 해왔기 때문에, 현장에는 어떤 이슈가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워낙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나와는 전혀 다른 생활습속을 가지고 살아가는 학생들 때문에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들이 가려운 곳이 어딘지도 잘 알게 됩니다.

    나는 경영학적 사유의 근본은 철학적 사유에 닿아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서양학문인 경영학이 어떤 인간관과 세계관에 근거하여 발전해 왔는지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다른 전공 교수님들은 아마도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을 겁니다.

     

    내가 실무를 하면서 가장 절실히 느꼈던 점은 바로 경영철학의 빈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이론과 기법이라 해도 정신적인 뿌리가 없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한때 유행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래서 나는 인간과 조직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과 사유방식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힘든 일이지요. MBA과정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이론과 기법을 배우려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정말 힘들 것입니다. 힘들거나 말거나 나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그 결과 개강파티를 겸한 시상식에서 강의를 잘 했다고 임채운 경영전문대학원장님으로부터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남기찬 부원장님은 나에게 개강파티 건배사를 제의하셨습니다. 나는 서강대학교는 작지만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부패한 세상에 대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순수함의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대학에서 경영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런 일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순수함이 지속되기를 희망하면서...(이 상패는 꼭 책상에 놓아두어야겠습니다.)


    수업에서도 늘 말하지만, 도덕적 우위가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내 강의가 
    의외로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이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매몰찬 이윤추구식 경영에서 따뜻한 경영철학적 성찰의 맛을 본 학생들은 그 동안 내면에서 목말라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서강대학교 포털(SAINT)에 들어가서 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결과를 보았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강의 평가를 이렇게 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강의였음”.

    정말 수업료가 아깝지 않은 강의였음

    인생을 되돌아 보고 새롭게 설계하는 기회가 되었음


    나는 이런 찬사를 들을 만큼 철저하게 강의준비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실무를 할 때 느꼈던 수많은 고민들을 이론적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들은 사실 우리보다 앞서 간 선배들이 다 했던 고민들입니다. 정직한 자세로 그들의 고민과 해결노력을 자세히 연구하면, 그 속에 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미 있는 것을 이리저리 우리의 형편에 맞도록 바꾸는 정도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부해야 합니다. 선현들이 남긴 무수한 텍스트를 읽고 고민해야 합니다. 나는 이번 학기 첫 시간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상을 받고 보니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강의준비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수업시간 중에 학생들로부터 더 많은 통찰력을 얻습니다. 이것이 그 동안의 경험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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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지난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이란 무엇인가(2)_제1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3)_제2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4)_조직의 목적은 고객창조인가
                 조직이란 무엇인가(5)_제3세대 경영학(Wholism)
                 조직이란 무엇인가(6)_연결되어 있음(connectedness)
                 조직이란 무엇인가(7)_제3세대 조직설계와 마음


    3세대 경영학에서는 조직을 인간의 마음에 기초하여 설계해야 합니다


    인간의 마음에서 모든 것이 창조되기 때문입니다


    1,2세대 경영학은 이윤최대화를 위한 당근과 채찍의 원리로 조직을 설계해 왔습니다


    이런 방식은 조직구성원의 잠재력을 고갈시킬 뿐입니다.

     

    『맹자』 공손추(公孫丑) ()편에 다음과 같은 예화가 나옵니다.

     

    송나라 사람 중에 벼 싹이 자라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겨 뽑아놓은 자가 있었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고 돌아와서 집안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오늘 나는 매우 피곤하다. 내가 벼 싹이 자라도록 도왔다고 하자, 그 아들이 달려가서 보았더니 벼 싹은 말라 있었다. 천하에 벼 싹이 자라도록 억지로 조장하지 않는 자가 적으니…”

     

    이 예화가 무슨 얘기냐 하면, 어리석은 농부가 보기에는 벼가 더디 자라니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싹을 조금씩 뽑아 놓은 것이지요


    빨리 자라도록 조장(助長)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벼는 빨리 죽지요


    조장(助長)은 한자의 뜻으로만 보면 도와서 자라게 한다는 의미니까 좋은 말이지요


    하지만 대상의 잠재력과 역량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조장하는 것은 


    오히려 죽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조장한다는 말은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오늘날 경영에서 당근과 채찍으로 성과를 내도록 몰아붙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1,2세대 경영학은 사실 이런 조장(助長)의 기술을 가지고 경영하도록 


    경영자들을 조장해 왔습니다


    나는 경영학이 이런 조장의 기술을 포기하고 영혼의 능력을 보살피는


    보다 차원 높은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조직설계의 기본전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간은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원한다.

      인간은 영혼의 능력을 일깨우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인간의 잠재력은 서로 다르다.

    ④  인간의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를 원한다.   


     

    마음, 오감 그리고 실재

     

    조직설계는 한마디로 구성원의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마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그런데 마음이란 무엇인가로 질문해 들어가면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신라시대의 원효대사에 의해 주창된 사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일체의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서 이 세상만사가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이 우주 만물을 가능케 하는 배후에는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는 존재론의 입장으로 볼 수도 있고


    사물이나 현상은 관찰하는 사람의 마음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식론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불교적 입장이 어떻든, 그리고 우리가 일체유심조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일체유심조는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땅거미가 어스름한 저녁 녘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뭔가 물컹한 것을 밟았어요


    순간 뱀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며칠 전에는 이웃 마을에서 어떤 청년이 밤길에 뱀에 물려 다리가 퉁퉁 붓고 


    고통스러워서 병원에까지 실려갔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내 심장은 탱크엔진처럼 크게 요동쳤고 온 몸이 순식간에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근육은 놀라 도망쳐야 했습니다. 집에 다 와서까지도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호흡은 여전히 헉헉거렸고 심장은 벌렁거렸습니다


    그날 밤 뱀에 관한 꿈을 꾸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밝은 눈으로 현장을 가보니


    뱀이 아니라 썩은 새끼줄을 밟았던 겁니다


    마음이 실재(reality)를 만들어 낸 것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실재는 마음 속에 그려진 허상입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불안과 초조 속에서 공부를 합니다


    시험이 불안하게 한 것이 아니라 


    시험을 대하는 마음이 불안과 초조를 만들어 냅니다


    말하자면, 실재(reality)를 스스로 창조해내서 불안하고 초조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폴란드계 미국 수학자였던 알프레드 코르집스키(Alfred Korzybski, 1879~1950)


     『Science and Sanity』에서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 그린 심상(心象)은 실제의 영토가 아니라


    자신이 실재(實在, reality)라고 만들어낸 지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상은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첫 문장을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라고 쓴 것과 같습니다


    서양사람들의 이런 생각은 신라시대의 일체유심조 사상과 관련이 깊습니다.

     


    마음의 프로그램

     

    우리는 세계의 외부현상을 감각을 통해 받아들여서 뇌 안에 홀로그램(hologram)과 


    같은 지도를 만들어 냅니다


    , 뇌에 내적 표상(internal representation)를 만들어 낸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표상(表象)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의 경험을 뇌에 축적할 때


    그 상황에 부합하는 오감(五感 :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정보와 에너지를 


    하나의 표상(表象)으로 뇌세포에 저장해 두었다가 기억해 낼 때 


    저장했던 반대방향으로 끄집어냅니다. 그래서 오감이 중요합니다


    나는 이것을 V.A.K.O.G.라고 표시하기도 하는데


    Visual, Auditory, Kinesthetic, Olfactory, Gustatory의 첫 글자를 조합한 것입니다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할 때


    뇌세포의 전기적 화학적 작용은 오감(V.A.K.O.G.)이 받아들인 정보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썩은 새끼줄을 뱀으로 저장할 때


    뱀의 팔뚝만한 몸집에다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모습(시각), 


    쉬익~하고 지나가는 소리(청각), 밟았을 때 물컹~하는 느낌(촉각), 


    이웃 마을 청년이 뱀에 물려 고통 받는 모습(시각) 등이 뇌에 강렬하게 기억됩니다


    나는 이러한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에너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밤에 꿈을 꿀 정도로 벌벌 떨었었죠


    그런 정보는 철저하게 나 스스로 만들어낸 실재(reality)였습니다


    확고부동한 실재였습니다


    이튿날 그것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혼자서 전혀 엉뚱한 지도(map)를 그려내고


    그 지도에 의해 두려워했던 겁니다. 어렸을 때의 이 경험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처럼 기억해낼 때는 오감으로 뇌세포들이 그 상황을 재현(represent)해 냅니다.

     


    두뇌에 새겨진 이 지도는 마치 프로그램과 같습니다


    마음의 프로그램(mind program)이지요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이란 명령어들의 조합(set of instructions)을 말합니다


    명령어 체계가 바뀌면 프로그램이 바뀌기 때문에 전혀 다른 지도를 그릴 수도 있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세상을 보는 프레임(frame)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지금 어떤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지


    즉 어떤 지도를 가지고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지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마음의 어떤 명령어들이, 그리고 어떤 지도가 나를 괴롭히고 있는지를 잘 알 수만 있다면


    우리는 현실에서 그렇게 고통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수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이 불안과 초조


    건강을 해칠 정도의 심리적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요


    자신도 잘 모르는 무의식적인 마음(unconscious mind)의 작용에 의해 행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 것은 우리의 뇌에 그런 프로그램이 굳어져서(hardwired) 


    그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라고 무시하고 지냅니다


    그러다가 병적 증세가 깊어지면, 약물과 수술치료에 의지합니다


    원인은 전혀 다른 데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따라서 조직을 설계할 때는 인간의 마음, 특히 인간의 무의식적인 마음을 반영해야 합니다


    무의식적인 마음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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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지난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이란 무엇인가(2)_제1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3)_제2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4)_조직의 목적은 고객창조인가
                 조직이란 무엇인가(5)_제3세대 경영학(Wholism)
                 조직이란 무엇인가(6)_연결되어 있음(connectedness)


    어떻게 하면, 3세대의 조직설계가 가능할까요? 이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 강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영을 위해서는 제3세대의 조직설계에 관한 기초적인 개념체계를 논의하고,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앞서 영혼의 능력이란 바로 자신에게 내재된 정보와 에너지가 어떤 것인지를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에서 가장 깊은 심연으로부터 솟아납니다. 하지만 대부분 무의식(잠재의식)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러한 영혼의 능력을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 역량개념입니다. 역량개념은 경영관리, 특히 인사부문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여서 나중에 별도의 강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간단히 주의할 점만 언급하려고 합니다.

     

    역량(competence)개념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잠재력을 부분적으로 쪼개서 분석해보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개인의 직무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고안된 개념입니다. 이러한 연구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20세기 초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장교선발에서부터 나치 친위대를 뽑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선발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되었습니다.(Christof Oberman, Assessment Center – Entwicklung, Durchführung, Trends, Gabler 2002, 23~24쪽 참조.)

     

    그러나, 이 개념이 실무에 일반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특히 역량(competence)이라는 용어 자체는 심리학자 데이빗 맥클레란드(David McClelland, 1917~1998) 교수에 의해 70년대에 생성되었습니다.(David McClelland, Testing for Competence rather than for “Intelligence”, American Psychologist(1973), 28, 1~44쪽 참조.) 아직 학계와 실무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이론은 없고 다양한 개념들만 산만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산업계에서 역량개념을 이용한 선발을 통해 효과가 검증된 경우들이 보고되고 있을 뿐입니다.(라일 스펜서(Lyle M. Spencer) , 『핵심역량모델의 개발과 활용(Competence at Work), PSI컨설팅 1998 참조.)

     

    일부 컨설팅회사나 컨설턴트들이 역량개념이 비즈니스가 되니까 너도나도 역량모형이니 역량평가니 하면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데, 사실 기존의 개념들에다 역량이라는 이름만 붙여서 컨설팅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인사실무자들은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줄 알고 기대했다가 곧바로 실망합니다. 최근에는 역량모델과 역량평가를 각종 계량모델로 돌려서 만들어내는 방식을 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역량개념도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공산이 큽니다.

     

    역량개념을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이것은 정신분석학이나 분석심리학에서 인지심리학에 이르는 심리학과 뇌과학의 깊은 뿌리를 잘 이해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역량은 건조하고 차가운 분석개념이 아니라 직무적합성 측면에서 한 인간의 영혼의 능력과 잠재력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그래서 역량모델, 역량진단, 역량개발 등으로 시스템화 한 것이 바로 역량관리시스템(Competency Management System)입니다. 이것 역시 조직구성원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입니다.

     

    조직의 경영이 역량관리시스템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성과관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직의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성장은 성과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성과책임을 규명하고, 그 성과를 진단하여 피드백(feedback)과 동시에 피드퍼워드(feedforward)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상도 적절히 해야 합니다. 이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규정화 해 놓은 것이 바로 성과관리시스템(Performance Management System)입니다.

     

    성과관리시스템과 역량관리시스템의 설계는 뒤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조직은 조직구성원이 각자 영혼의 능력을 잘 발휘하여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고, 그 결과물인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하고자 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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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이란 무엇인가(2)_제1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3)_제2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4)_조직의 목적은 고객창조인가
                 조직이란 무엇인가(5)_제3세대 경영학(Wholism)


    인류가 발전시켜온 지적 합리성 너머에 비합리적 질서가 있다는 사실은 제3세대 경영학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조직이론에 연결시키면, 조직구성원들간에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연결되어 있음의 원리(principle of connectedness)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으로 해서 평안과 행복을 느낍니다. 연결이 끊어지면 긴장과 불안이 엄습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보편적 경험입니다. 자녀들이 부모나 스승으로부터 연결이 끊어져 있다고 느낄 때, 부하들이 상사나 동료들과 연결이 끊어져 있다고 느낄 때, 그들은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평소의 행동패턴을 바꿉니다.

     

    오래 전부터 조기유학 붐이 일고 있는데, 조기유학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입니다. 조기유학은 아니지만, 나도 유학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학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유학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외국어 문제도, 돈 문제도 아닙니다. 외로움입니다.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홀로 떨어져 있다고 느낄 때, 인간에게는 불안이 엄습합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못된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됩니다. 자녀교육에 실패하는 부모의 대부분은 아이들을 자신의 욕구에 부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아이들과의 연결상태를 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직을 설계할 때는 어떻게 하면 조직구성원들간에 서로 연결되어 있도록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연결되어 있음(connectedness)이란 조직구성원들을 항시 일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휴대전화나 블랙베리(Blackberry)와 같은 물리적 연결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간의 마음과 마음의 연결을 의미합니다. 정신과 정신, 영혼과 영혼의 연결입니다.

     

    조직의 정의

     

    이런 입장에서 조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조직은 조직구성원들간에 서로 연결되어 있어 그들에게 내재된 정보와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어 발휘하도록 돕는 삶의 수단이다.

     

    이제 제3세대의 경영학으로서의 조직이론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이유는 명백해졌습니다. 아직 조직에 대한 이러한 정의를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1, 2세대의 경영학에서 보면 공동의 목표도 없고, 협동도 없는 조직체가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운영의 현실을 보면, 오히려 이러한 정의가 더 현실감이 있습니다.

     

    첫째, 구성원들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음의 느낌(feeling of connectedness)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서로 관심을 갖게 되는 첫 출발이자 신뢰로 나가게 하는 바탕이 됩니다.

     

    둘째, 구성원들에게 내재된 정보와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도록 서로 돕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서로 다른 정보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그 정보와 에너지를 조화시켜서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셋째, 조직이 구성원의 삶의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조직은 목적이 될 수 없고 단순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합니다. 삶의 풍요로운 수단이 될 수 없다면 그것은 조직이 아니라 또 다른 지배이데올로기가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의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직접적으로는 조직을 통해 인간의 잠재력이 창발적으로 구현된다는 점을 알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간접적으로는 조직의 목적은 결코 이윤추구에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줍니다. 대차대조표에 나타나는 이윤은 인간의 잠재력이 발현된 결과이지 이윤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경영한 결과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2세대 경영학과 완연히 구분됩니다. 그러므로 기업의 존재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다는 가정은 매우 편협한 가르침이며, 인간의 삶을 오도하는 이데올로기입니다. 최근에는 이윤보다는 조직의 이해관계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것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점을 흐리는 효과밖에는 없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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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이란 무엇인가(2)_제1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3)_제2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4)_조직의 목적은 고객창조인가



    나는 조직에 관한 기본적인 사상이 대전환의 기운을 서서히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3세대 경영학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제3세대 경영학에서는 조직과 경영관리를 홀로그램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조직을 하나의 홀로그래픽 시스템(holographic system)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개념은 조직의 한 요소인 조직구성원 개개인에게 조직전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제2세대 경영학의 관점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조직이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구성원 개개인이 곧 조직의 전체라는 말입니다. 조직은 구성원의 집합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요소인 구성원이 곧 조직이기도 합니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홀로그램(hologram)의 원리와 양자물리학의 기초적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홀로그램이란 고대그리스어 전체라는 뜻의 홀로스(holos)와 메시지라는 뜻의 그라마(gramma)가 합쳐진 말입니다. 1940년대 발견된 입체사진술을 홀로그래피(holography)라고 부른 데서 유래된 것인데, 홀로그램은 전체가 각각의 독립된 부분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하나라는 의미입니다.(홀로그램과 홀로그래피의 원리에 대한 쉬운 설명은 마이클 탤보트(Michael Talbot), 이균형 옮김, 『홀로그램 우주(Holographic Universe), 정신세계사 1999을 참조하세요.)

     

    물론 나눌 수는 있겠지만, 나누어진 부분 속에 또다시 전체가 포함되어 있는 구조를 말합니다. 전체론(wholism)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견해는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 1917~1992) 교수에 의해 제시되었고, 신경생리학에서는 칼 프리브람(Karl Pribram, 1919~) 교수에 의해 발전되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 강의에서 조금 더 할 예정입니다.

     

    홀로그램 이론이 가지는 조직이론적 의미는 조직을 하나의 전체로 보았을 때, 조직구성원 개개인도 동시에 조직 전체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에 사과 하나가 있다고 칩시다. 나는 이 사과의 한 부분을 칼로 도려냅니다. 사과는 전체이고, 도려낸 조각은 부분입니다. 그러나 홀로그램 이론에 의하면, 떨어져 나온 조각이 곧 사과 전체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전체는 부분으로 나누어지지만, 부분은 전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전체도 전체이고 부분도 전체인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조직구성원 개개인이 곧 자신이 속한 조직이라는 의미입니다.

     

    상상이 잘 안 되는 사람을 위해, 예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한 가닥의 머리카락만 있어도 경찰은 범죄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지요. 머리카락에 범인 전체의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직구성원 한 사람 속에, 그 사람의 직위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조직 전체의 정보와 에너지가 담겨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조직구성원 개개인이 조직전체의 정보와 에너지를 담고 있다고 했을 때, 조직은 어떤 원리에 의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양자물리학적 개념을 이해하면 쉽게 풀립니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입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입자 중 하나를 떼어내어 무중력 상태의 우주 속으로 보내놓고, 하나를 변화시키면 다른 입자도 동시에 변화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두 개의 입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서로 뭔가에 의해 연결되어 있지 않고는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 없지요. 그래서 이것을 동시성(synchronicity)의 원리라고 합니다. 이 우주는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아도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것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이 발전시킨 분석심리학에서는 동시성이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부영, 『분석심리학』, 일조각 1998, 313~323쪽을 참조하세요.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칼 구스타프 융의 개인적 삶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심각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나는 융의 저작과 관련 문헌을 읽으면서 무의식적 마음이 인간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더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한 인간의 영혼의 깊이와 폭이 얼마나 깊고 넓을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융의 자서전, 조성기 옮김, 『기억, , 사상』, 김영사 2007과 융의 전기인 디어드리 베어, 정영목 옮김, 『융』, 열린책들 2008, 그리고 게르하르트 베어, 한미희 옮김, 『카를 융 생애와 학문』, 까치 1998도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좋은 문헌입니다. 특히 융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문헌은 이부영 교수의 『분석심리학』뿐만 아니라 이 교수의 3부작인 『그림자』, 한길사 1999, 『아니마와 아니무스』, 한길사 2001,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02이 있습니다.)

     

    사건들이 서로 시간, 공간, 인과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일치를 나타낼 때 쓰는 용어입니다. 융은 이 동시성을 물질적 개념이나 형이상학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러한 비인과적 동시성(acausal synchronicity)을 자연계에서 가끔 발견합니다. 바닷속에서 수많은 물고기 떼가 동시에 방향을 틀면서도 서로서로 부딪치지 않는 것은 동시성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텔레파시 현상이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옛말은 동시성이 작동한 것입니다. 이렇듯, 이 세계에는 인간이 발전시켜 온 지적 합리성 너머에 비합리적 질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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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이란 무엇인가(2)_제1세대 경영학


    체스터 바나드 이후에 인간은 기계의 부속품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상이 서서히 나타나서 제2세대 경영학의 관점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입니다. 그는 미국경영학에 또 하나의 큰 산맥을 만들었습니다. 1954년에 출간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라는 책은 조직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아야 한다는 사상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당시에 드러커 자신이 조직은 유기체여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목표와 자율의 의한 관리”(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Control)로 발전하여 오늘날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오늘날 MbO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때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나라로 건너 오면서 목표관리라고 왜곡 번역되어, 목표를 정해주고 그 목표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목표관리를 한다고 해서 보니까, 국장과 과장의 목표를 사전에 정해서 그것을 가지고 나중에 평가하는 것을 목표관리, MbO라고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자율은 없고 오직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기본 사상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이 편리한 방식으로 비틀어서 사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관료조직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것은 죄다 시늉을 내지만, 실상을 까보면 정말이지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는 한국은행에서 20년을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국정감사도 받고, 가끔 감사원 감사도 받습니다. 그리고 재무부에서는 보안점검이라는 것도 나옵니다. 그리고 정보부, 보안사 등의 인사들도 들락거립니다. 수십 명의 기자단이 수시로 출입합니다. 한국은행은 그들 때문이라도 매년 조직운영의 합리화를 위한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야 합니다. 연간사업계획을 보면, 매년 거의 똑 같은 말들이 되풀이됩니다. 효과성 제고, 효율성 향상, 경쟁력 강화, 생산성 신장, 조직유연성 확보 등과 같은 말을 써 왔습니다. 체스터 바나드가 정의한 효과성과 효율성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지만, 만약 20년간 사업계획대로 되어 왔다면, 내가 한국은행을 떠날 때는 효율성과 생산성이 차고도 넘쳤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시 내가 진단한 한국은행은 그 동안 추진해 왔던 사업계획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은행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조직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있던 때였습니다.

     

    내가 한은을 떠나기 전 마지막 3년간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전철환 총재의 명을 받아 조직개혁 작업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전 총재는 사심 없이 한은을 위해 개혁하려고 했지만, 썩은 도끼자루를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것은 지난한 일이었습니다. 한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보면 다들 유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당시 부총재보였던 이성태 총재뿐만 아니라 당시 총무국장이었던 이승일 부총재는 이코노미스트와 관리자로 성장한 분들이지만 조직문제에서도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고 한은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그게 매우 이상했습니다.

     

    당시 재무부를 포함한 중앙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효율성이나 효과성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다 1997년 말에 드디어 국가부도위기를 맞았습니다. 관료와 공공기관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영혼의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내가 아주 답답하게 느꼈던 것은, 개별적으로 보면 다들 유능한 사람인데 조직으로 뭉치면 그 유능성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내가 그 당시 한국은행 직원들에게 그런 고민을 강의했었는데, 그 내용을 묶어서 출판한 것이 『똑똑한 자들의 멍청한 짓 한국 관료조직의 개혁을 위한 진단과 처방』이란 책이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조직 속에 들어가면 흐리멍텅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설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조직에는 구성원들의 정신을 빼놓는 뭔가의 제도적 장치들이 유령처럼 작동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처음에 그것을 제도의 폭정 또는 제도적 폭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프로세스를 바꾸는 데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제도적 장치의 합리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제도운영의 공정성, 구성원들간의 신뢰, 비전을 향한 열정, 정신과 정신의 교감 등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제도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공정해야 투명해지고, 거꾸로 투명해야 공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구성원들이 멍청한 짓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직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조직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유일한 수단인데도 정부와 공공기관은 투명성은커녕 외환위기를 빌미로 자신들을 더욱 비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예는 금융분야에서 일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얘기니까,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보겠습니다. 교육부를 보겠습니다. 교육관료들은 교육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십 년간 끊임없이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미궁에 빠지고 있습니다. 교육관료들이 정체성과 영혼의 능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이들 역시 형편없는 교육제도를 만들어낸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그 제도의 암묵적인 폭력에 쓰러진 피해자인지도 모릅니다. 이들도 개별적으로 보면, 대단히 유능한 사람들입니다. 안타깝게도 교육부라는 조직에 들어가서, 자기가 맡고 있는 직무의 존재목적을 잃어버렸을 뿐입니다.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구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드러커가 주장하는 제2세대 경영학의 기본사상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했다면, 우리는 벌써 선진국이 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왜곡되지 않은 개념과 그 취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MbO의 기본사상은 근로현장에 인간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어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목표를 부여해서 쪼면 된다는 사상이 절대로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목표관리제도라고 해서 목표를 기록하고 상사와 부하가 합의하면 되는 그런 조잡한 사상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고유한 잠재력이 있고, 그 잠재력을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스스로 통제해나가는 방식의 관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도 스스로 기획하고, 그 목표를 잘 달성했는지의 여부도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게 피터 드러커가 의도했던 MbO였습니다. 그래서 『경영의 실제』에서 보면 목표(Objective)라는 단어와 자기통제(Self-Control)라는 단어를 마치 한 단어처럼 사용했습니다. 자기통제가 가능할 때, 조직생활에서 오는 불안과 긴장으로부터, 조직이 부여하는 목표달성의 압박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산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20세기 전반부에서는 테일러리즘에 의해 인간이 조직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품으로 생각되던 것을, 드러커의 사상에 의해서 인간이 자기 스스로 자율적인 존재로 대접받게 되었고 조직운영의 주체로 해방된 셈입니다. 이윤은 기업의 존재목적이 아니며, 기업의 생존조건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를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워렌 버핏과 마찬가지로 CEO들의 높은 연봉에 대해 도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짓이라고 비난했고 종업원의 평균연봉의 20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이런 관행이 고쳐지지 않으면 우리는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월 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부의 경영학은 제2세대 경영학으로서 조직을 하나의 유기체로 간주했습니다. 이런 사상을 나는 드러커리즘(Druckerism)이라고 부릅니다. 조직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외부환경의 정보와 에너지를 받아들여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신진대사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율적 존재로서의 조직구성원은 조직전체의 유기적 부분으로서 전체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조직의 지속성에 기여하는 인과관계를 중시했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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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지난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이론의 발전과정은 경영학의 그것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조직이론가들이 만들어 놓은 조직개념도 시대의 지배적 관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영학의 발전과정을 대강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합니다.

     

         1세대 경영학(Taylorism) : 20세기 전반

         2세대 경영학(Druckerism) : 20세기 후반

         3세대 경영학(Wholism) : 21세기

     

    20세기 초기에는 조직을 기계론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이것은 경영학이 탄생하는 초기에 있었던 관점 그대로입니다. 이것을 테일러리즘이 대표합니다. 1강에서도 언급했듯이, 조직을 기계에 비교했고, 조직구성원을 그 기계의 부품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덕목은 기계적 조화(mechanical coherence)입니다. 인간의 근육과 움직임이 기계장치와 가장 잘 조화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조직이론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현상에서 조직이라는 개념적 실체를 체계적으로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인물이 독일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였습니다. 테일러와 마찬가지로 베버도 시대의 아들이었습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유럽, 특히 독일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프로이센의 군주정으로부터 비스마르크가 권력을 장악하여 통일국가를 이룩하였으나, 베버는 절대권력을 가진 사람에 의해 조직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보고 관료제의 조직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날은 관료주의의 폐해를 너도나도 심각하게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합리적이고 법률적인 근거에 의해 권한을 가지고,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일하게 되면, 봉건적 군주제에서 겪었던 폐해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관료제 조직이야말로 가장 능률적인 조직형태라고 주장했습니다.
    (막스 베버, 박성환 옮김, 『경제와 사회 1, 문학과지성사 1997, 408쪽 이하를 참조하세요.)

     

    이때부터 공식적인 조직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프로세스를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좋으냐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공식적인 권한과 책임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제도주의(institutionalism) 학파라고 부릅니다. 공식적인 구조와 체계와 절차를 정하는 방식은 마치 정교한 시계를 설계하는 것과 같고, 구성원은 몰개성적인 기계의 부품으로 생각했습니다. 조직구성원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권한과 책임의 한계에 따라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개인의 잠재력 따위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것을 제1세대 경영학의 관점이라고 부릅니다. 테일러리즘과 제도주의적 관점은 아직도 경영학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여러 곳에서 얘기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인간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 금방 밝혀졌습니다. 공장 종업원들에게 근로조건을 아무렇게나 바꾸어도 생산성은 올라갔습니다. 당황한 연구원들이 그 원인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호주출신의 심리학자인 엘톤 메이요(George Elton Mayo, 1880~1949)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실험대상인 종업원들이 연구원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생산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 가설 검증 작업의 결과가 바로 그 유명한 호손실험(Hawthorne Studies)얘기입니다. 인간은 공식적인 구조보다는 비공적인 집단에 소속되고 그곳에서 인정받을 때 높은 생산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부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론이 나왔습니다.

     

    그 후에 실무경험이 풍부했던 <체스터 바나드(Chester Irving Barnard, 1886~1961)>는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일치시킬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과 유인책을 잘 써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의 공로는 미국경영학에서 하나의 커다란 산맥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선 오늘날에는 거의 상식이 되어버린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의 개념>을 처음으로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명시적인 목표에 도달한 정도를 효과성으로 보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기가 충족되는 정도를 효율성으로 정의했습니다. 조직의 목적을 달성해서 높은 효과성을 이룩했더라도 구성원의 행위가 동기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불만족을 유발하게 된다면 그것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따라서 조직이 구성원의 동기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갈 수 있다면, 그런 조직은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협동을 통해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체스터 바나드(Chester Barnard), 『관리자의 역할』(The Functions of Executive), 신한종합연구소 1993, 21쪽 이하를 일단 참조하세요. 이 책은 경영학사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번역을 다시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이 협동체라고 정의했던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후대 경영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다양한 방면에서 천재성을 보였던 허버트 사이몬(Herbert Alexander Simon, 1916~2001)에게 큰 영향을 주였습니다. 사이몬은 인간의 의사결정이란 결코 완벽한 합리성에 기반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 만족한 수준에서 결정해 버린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면에 인간의 행동에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늘 경험하는 것이고 오늘날의 지성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주장인데 그는 197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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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조직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의 논란도 인간관에 대한 논란만큼이나 역사가 깊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과 조직관은 상호 깊은 연관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조직(organization)이라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인 『오르가논』(Organon)에서 나왔습니다. 『오르가논』은 도구나 수단을 뜻하는 말인데,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체계를 집대성한 책을 말합니다. 논리학이란 세계를 설명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직이 세상을 설명하는 도구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되어 왔지만, 여기서는 그 정의와 변천과정을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시대마다 논자마다 서로 다른 인식 속에서도 조직에 대한 공통된 개념을 뽑고, 앞서 논의한 <인간에 대한 기본개념>을 보태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는 <여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이란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모인 협동체다.

     

    이 정의가 여러분의 마음에 듭니까? 정의는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자연의 원리나 법칙이 아니라, 그렇게 하자고 정한 것입니다. 이 정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정의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이제 따라가 봅시다. 이 정의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첫째, 인간은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둘째,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

    셋째, 협동체라는 점

     

    첫째 이슈는 이미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리즈에서 논의했고,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둘째와 셋째 이슈입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는 금방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현실에서 조직구성원이 과연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가요? 모두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향해 한 방향으로 정렬이 되어 있나요? …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내가 실무를 할 때 늘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조직전체의 목표보다 더 우선시 합니다. 공동의 목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멋들어진 벽걸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인사철마다 각종 비리와 학연과 지연으로 얼룩집니다. 그러니 힘있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고 줄을 잘 서야 합니다. 아첨의 기술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사람의 힘에 의해 공정한 시스템이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직을 협동체라고 정의했는데,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이 조직의 이익보다 더 공고히 확보되는 경우에 한하여 서로 협동합니다. 부서간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전체를 위하여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부서가 양보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구성원간 또는 부서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조직 전체의 목표를 해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납니다. 협동체가 아니라 경쟁체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조직의 정의와 현실은 완전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조직의 정의가 빗나가는 이유

     

    그런데도 우리는 어째서 조직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인 협동체라고 부를까요? 이것은 조직의 정의가 잘못 되었다기보다는 조직을 감싸고 있는 지배적 관념이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는 사적 목표로, 협동이 다툼과 투쟁으로 전도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배적 관념이란 거시적으로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적 가치관이고, 미시적으로는 기계론적 조직관으로 규정, 규칙, 지침, 절차 등으로 조직구성원을 몰아붙여야 한다는 생각을 말합니다. 현대 조직이론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현상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인간관만큼이나 변해 왔고, 이데올로기화된 자본주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조직은 더 이상 인간의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조직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으로 전환되었고, 인간은 그 목적을 위해 수단으로 취급됩니다. 여기서 조직이란 조직의 에너지를 좌우할 수 있는, 즉 권력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라고 말했을 때와 상황은 같습니다.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절대권력을 가진 자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 내에는 절대권력을 향한 끊임없는 투쟁이 상존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고, 조직 내에서 절대 권력을 확보하게 되면 절대왕정시대의 현대판이 구현됩니다.

     

    CEO 한 사람이 종업원 평균연봉의 수백 배를 받는다는 게 인간의 상식으로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상상이 안 됩니다. 천문학적인 고액연봉을 합리화하려는 몰지각한 학자와 컨설턴트들은 경영자에게 많은 보상을 했더니 주주가치가 올라갔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Ira T. Kay, 최고경영자의 몸값은 얼마인가(CEO Pay and Shareholder Value), 무한 2000 참조하세요).

     

    하지만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의 논리, 즉 조직구성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큰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원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나의 글, 진정한 자본가 워렌 버핏()철학으로 일군 워렌 버핏의 자본주의(), Wealth Management, August-September 2006을 참조하거나 <진정한 자본가 워렌 버핏>과 <철학으로 일군 자본주의 워렌 버핏>으로 가면 읽을 수 있습니다). 절대권력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조직설계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월 스트리트의 관행은 아무런 합리적 해명도 없이 끼리끼리 복잡한 수식을 들이대면서 못된 관행을 지속해 왔습니다. 월 스트리트가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은 너무도 간단한 상식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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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