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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4 테일러리즘을 뚫고 피어 오른 새싹_체스터 바나드(1) (1)

1930년대 초반, 소위 테일러리즘(Taylorism)에 저항하기 위해 연구했던 메이요(Elton Mayo)의 연구작품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테일러리즘은 오히려 포드자동차에서 꽃피었습니다. 헨리 포드는 공장을 이동식 조립라인으로 만들어서 과학적 관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습니다.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습니다. 그리하여 포드는 1914 15, 수익금 중 1,000만 달러를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데 쓰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당시 주급11달러에 불과하던 노동자의 임금을 하루 5달러, 주급 30달러로 올렸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 전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했습니다.

 대부분 아낌없이 주는 관대한 행위라고 칭찬했는데, 유독 <월 스트리트 저널>산업계에서 시도된 가장 어리석은 행위라고 혹평했습니다. 포드사의 생산성 향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나중에 밝혀졌는데, 이동식 조립라인을 통해 절감된 경비는 노동자들에게 하루에 20달러, 주당 120달러를 지불할 수 있을 금액이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 중에서 약 1,120만 달러가 주주들에게 지급된 셈이었습니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자, 포드는 매우 큰 폭의 임금을 다시 삭감해 버렸습니다. 포드는 결코 박애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테일러의 생산성 복음이 휩쓸고 있던 시절, 그러니까 193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경영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체스터 바나드(Chester Irving Barnard, 1886~1961)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별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바나드는 젊은 시절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에 필요한 졸업학점을 다 이수했습니다. 그러나, 기술계량과목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학당국으로부터 학사학위 수여를 거절당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조직에서 경영자의 기능을 밝힌 공로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7개나 되는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조직과 경영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전문적인 학자로 연구한 적이 없습니다. 사기업에 입사해서 사장까지 지냈고, 공기업과 비영리단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의 통찰력은 1938년에 『경영자의 기능』(The Functions of Executive)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소개했습니다. 참고하세요.

2009/02/18 경영이란 무엇인가(3)_효과성과 효율성
2008/12/29 경영의 효율성과 효과성
2008/10/30
내가
읽은 가장 위대한 경영학 고전

이제 바나드의 통찰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고, 그의 사상이 나중에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바나드는 조직이 성립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공동의 목적 (common purpose)
둘째, 협력 의지(willingness to contribution)
셋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이 세 가지 요소는 조직의 필요충분조건으로서 모든 조직에서 볼 수 있습니다.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는 통찰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경영자의 기능이란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이해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가지고 경영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란 말인가?

우선 첫째 요소부터 보겠습니다. 경영자는 조직의 공동목적을 구성원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동기를 일치시킬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의 공동목적이 성취됨으로써 구성원의 개인적 욕구가 충족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효과성과 효율성의 개념적 분리가 나타납니다
.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효과성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고, 효율성은 그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기가 충족되거나 만족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효과성이 높아도 효율성은 낮을 수 있고, 효과성이 낮아도 효율성은 높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나드는 효율성이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판단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들어, 충성심과 신뢰, 팀 스피릿, 조직목적에 대한 헌신과 같은 추상적 개념들, 즉 구성원의 태도변화와 같은 요소들은 공학적으로 다루기 힘들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바나드가 효율성이란 구성원의 동기충족이나 만족을 나타낸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의 연구자들은 한결같이 효율성을 공학적 의미, 즉 투입량대비 산출량의 비율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숫자는 인간에게 포르노만큼이나 매혹적입니다. 숫자를 들이대면 꼼짝할 수 없습니다. 어느 경영자가 매출이 전년대비 20% 하락했다는 보고를 듣는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수도권의 매출증가율이 5%로 높아졌다는 보고는 어떤가? 고객만족도가 경쟁사에 비해 2%포인트 낮다는 보고를 받았다면? …

인간이 숫자에 치명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던 허버트 사이몬(Herbert A. Simon, 1916~2001)은 효율이라는 용어를 숫자로 대치시켜 버렸습니다. 엘톤 메이요의 엉성한 인간관계 개념과 체스터 바나드의 "경영자의 기능"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측정할 수 없는 것보다는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이몬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1945년에 『관리행동론』(Administrative Behavior)이라는 단행본으로 출판합니다. 이 책이 그의 사상에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생을 통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효율성(efficiency)이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에서 최대의 이익을 조직에게 가져다 주는 대안을 선택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는 주관적 가치가 제거된, 소위 매정한 효율성’(ruthless efficiency)을 계산하여 관리행동의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제적이고도 합리적인 효율성 개념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나중에는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습니다.

그 후의 경영학 또는 경제학에서는 소위 효율성 공학(efficiency engineering)이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효율성 공학에는 모든 것이 측정 가능해야 하며, 계산할 수 있는 숫자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만약 측정할 수 없는 대상이 있다면 측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형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구성원의 만족감 같은 것은 조직 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마땅치 않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전제와 조건을 만들어서 측정 가능하도록 조작해야 합니다. 7점 스케일로 측정한다면, 가장 만족스러웠을 때를 7점에 놓고 가장 불만족스러웠을 때를 1점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만족감은 몇 점인지를 조사하여 만족수준을 계량화합니다. 5.5보다는 6.3이 더 높은 점수이므로 만족감이 더 높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방식은 오늘날 통계학의 도움으로 매우 정교한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결과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거의 의심하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직원 사기나 고객만족을 설문조사기법으로 파악합니다. 여기서 얻은 숫자를 통계 처리하여 경영에 반영합니다. 정부에서도 관련부처들의 경영혁신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각종 만족도를 조사합니다. 지자체에서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을만 되면 온 나라가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내가 실무에 있을 때, 이 분야에 관여해봐서 조금 압니다만, 한 마디로 말하면 신뢰할 수 없다입니다. 왜냐? 고객만족과 같은 질적인 요소들은 워낙 주관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설문지와 모집단 구성, 그리고 샘플의 추출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합니다. 6.3 5.5의 차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숫자가 조작되어 통계 수치로 나왔다는 것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숫자들이 완전히 엉터리로 지어낸 가짜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숫자가 나오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전제와 가정이 깔려 있기 때문에 그 전제와 가정 중에서 한두 가지만 바뀌어도 숫자는 달라지고, 아무도 그 바뀐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측정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적인 판단영역을 계량화함으로써 불가피하게 치르는 비용과 폐해는 그것을 통해 얻는 이득에 비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무슨 협회나 단체에서 기업들에게 만족도를 조사해 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만족도가 높은 상태에 있으면 명예의 전당에 올려주는 장사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사실 이것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자들이 조작적으로 수집된 통계수치에 의지해서 경영하는 것은 마치 내비게이션을 믿고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 내비게이션을 믿으면 가끔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인간의 주체적 삶을 숫자나 기계장치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니까, 지리에 대한 방향감각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나의 경험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경영자는 현장의 상황이나 구성원들의 태도변화를 직접 감지할 수 있는 민감한 감각을 기르고 영혼의 순수함을 유지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나드는 개인적 동기의 주관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설득에 의한 구성원들의 태도변화를 중시했습니다. 그는 이런 주관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대안이 더 효과적이라거나 더 효율적이라는 객관적 질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바나드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만족도를 조사하는 행태를 보면 뭐라고 할까요? 내 짐작에는 당장 집어치우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테일러리즘의 광기를 뚫고 피어 오른 어린 새싹이, 즉 1938년에 발표된 "경영자의 기능"이라는 바나드의 기념비적인 사상이, 포르노보다 더 강렬한 숫자 앞에서 총맞은 것처럼 스러져갔습니다.

오늘날
많은 경영자와 학자들이 숫자 앞에 무릎을 꿇고 숫자의 신을 예배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런 숫자 앞에서 눈을 돌려 과감히 무릎을 펴고 일어서야 합니다. 숫자는 항상 진실을 가리기 때문입니다이제 숫자가 아닌 사태의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바나드 얘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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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