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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2 인간은 감정을 가진 기계인가_엘톤 메이요 (4)

테일러가 뿌린 과학적 측정에 의한 관리는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성과급과 함께 최적의 작업환경을 마련해 준다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최적의 작업환경이란 인간의 근육과 기계장치가 서로 조화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격언이 미국의 산업계에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이것이 너무 과도해져서 1912년 의회에서는 노동자의 작업활동을 스톱워치로 재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시켰습니다. 1949년에 가서야 이 금지조항이 풀렸습니다.

 

이런 과학적 측정의 열풍은 테일러 이후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행위와 심리에 대해 측정하고 싶은 유혹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품질관리운동을 거쳐 벤치마킹, 균형성과지표, 식스시그마 운동에 이르기까지 산업의 전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장노동에 적용되던 이념이 오늘날에는 지식근로자에게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경영학자들이 테일러의 생산성 복음을 믿었던 것은 아닙니다. 테일러리즘을 넘어서고 싶었던 사람은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였던 엘톤 메이요(George Elton Mayo, 1880~1949)였습니다. 7년 반이나 넘는 장기간의 실험 끝에 인간은 타인에 의한 감정적 관심에 따라 생산성이 변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193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런 결론을 얻게 한 것이 저 유명한 호손 연구(Hawthorne Experiment)입니다. 전화설비 생산공장이었는데, 조명의 밝기와 생산성, 휴식시간과 생산성, 작업일수와 생산성은 물론이고, 성과급, 수면시간, 심지어 공장 내 습도까지도 실험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어떤 변수를 어떤 방식으로 조작해도 생산성이 올라갔습니다. 공장 노동자에게 실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관리자와 연구진에게 그만큼 주목을 받는 것이고, 그것이 상사와 동료들 간에 인간관계를 좋게 만듦으로써 생산성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나도 상사나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을 때 일이 재미있었고 열심히 일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내가 한국은행에서 조직개혁작업을 할 때는 엄청난 업무량으로 육체적으로는 벅찼지만, 상사와 동료, 그리고 부하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로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엘톤 메이요 교수의 연구결과가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호손실험은 테일러리즘에 대한 반격이었습니다. 인간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은 작업장의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실험결과가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행위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에 의해 좌우되며, 이것이 곧 생산성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메이요는, 인간은 결코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경제적 동물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사회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온 세상이 테일러의 복음을 따라 다녔지만, 메이요는 그게 못마땅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것이긴 하지만, 이 거대한 실험프로젝트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습니다. 실험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은 사회적 관계에 의해 생산성이 좋아진 게 아니라 돈 벌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이 이면에 깔려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팀의 인사를 담당했던 관리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증가된 주된 이유는 추가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실험에 참여했던 동료 연구자들도, 메이요가 연구결과를 다르게 해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진이 추진했던 방대한 연구는 실패작이었습니다. 메이요는 자신만의 관점과 신념을 연구결과에 꿰어 맞추었고 결과들을 교묘히 조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동안 기업을 연구해 왔던 사람들이 제기한 상반되는 견해를 무시했습니다. 말하자면, 노동자들이 단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생산성이 좋아졌다는 엉터리 결과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쏟아 부었던 것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너무나 그럴듯하고, 단순하고 인간적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었습니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진실처럼 느껴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의 영향으로 오늘날에도 기업 내에 비공식조직인 각종 동아리 모임과 호프데이와 같은 행사를 장려하는 것은 메이요의 덕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공식적인 행사들이 과연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여주는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단 한번도 그런 행사를 통해 일에 대한 동기가 고양된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직원들간의 화합을 위해 연수원에서 각자의 성격특성(MBTI, DiSC와 같은 검사지로 성격유형을 분석한 결과)을 비교하고 장단점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과 리더십 스타일과 유형을 분석(수많은 분석틀들이 시중에 유포되어 있음)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방식의 훈련코스를 여러번 참가해봤습니다. 연수를 받을 때는 재미있었지만, 이런 훈련을 통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만, 짐작컨대, 다른 사람들도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베푸는 행사라는 게 대부분 회사가 직원들에게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는 알리바이, 즉 생쇼(show-off)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성격적 특성이나 행동패턴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사(퍼포먼스)가 다 엘톤 메이요의 아이디어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껍데기를 보면 그럴듯 한데,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아무튼, 인간이 일하는 근본적 동기는 무엇인가? 테일러가 주창한 것처럼 돈을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노동윤리인가? 메이요의 신념처럼 인간관계에 의해 인정받으려는 욕구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1930년대 미국경영학은 이 의문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 말은 인간을 합리화하려는 두 가지 시도가 모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테일러리즘의 열풍은 가시지 않았고, 회사는 여전히 직원들의 노동현장을 몰래 숨어서 스톱워치로 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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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