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초반, 소위 테일러리즘(Taylorism)에 저항하기 위해 연구했던 메이요(Elton Mayo)의 연구작품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테일러리즘은 오히려 포드자동차에서 꽃피었습니다. 헨리 포드는 공장을 이동식 조립라인으로 만들어서 과학적 관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습니다.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습니다. 그리하여 포드는 1914 15, 수익금 중 1,000만 달러를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데 쓰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당시 주급11달러에 불과하던 노동자의 임금을 하루 5달러, 주급 30달러로 올렸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 전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했습니다.

 대부분 아낌없이 주는 관대한 행위라고 칭찬했는데, 유독 <월 스트리트 저널>산업계에서 시도된 가장 어리석은 행위라고 혹평했습니다. 포드사의 생산성 향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나중에 밝혀졌는데, 이동식 조립라인을 통해 절감된 경비는 노동자들에게 하루에 20달러, 주당 120달러를 지불할 수 있을 금액이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 중에서 약 1,120만 달러가 주주들에게 지급된 셈이었습니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자, 포드는 매우 큰 폭의 임금을 다시 삭감해 버렸습니다. 포드는 결코 박애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테일러의 생산성 복음이 휩쓸고 있던 시절, 그러니까 193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경영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체스터 바나드(Chester Irving Barnard, 1886~1961)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별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바나드는 젊은 시절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에 필요한 졸업학점을 다 이수했습니다. 그러나, 기술계량과목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학당국으로부터 학사학위 수여를 거절당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조직에서 경영자의 기능을 밝힌 공로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7개나 되는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조직과 경영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전문적인 학자로 연구한 적이 없습니다. 사기업에 입사해서 사장까지 지냈고, 공기업과 비영리단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의 통찰력은 1938년에 『경영자의 기능』(The Functions of Executive)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소개했습니다. 참고하세요.

2009/02/18 경영이란 무엇인가(3)_효과성과 효율성
2008/12/29 경영의 효율성과 효과성
2008/10/30
내가
읽은 가장 위대한 경영학 고전

이제 바나드의 통찰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고, 그의 사상이 나중에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바나드는 조직이 성립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공동의 목적 (common purpose)
둘째, 협력 의지(willingness to contribution)
셋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이 세 가지 요소는 조직의 필요충분조건으로서 모든 조직에서 볼 수 있습니다.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는 통찰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경영자의 기능이란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이해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가지고 경영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란 말인가?

우선 첫째 요소부터 보겠습니다. 경영자는 조직의 공동목적을 구성원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동기를 일치시킬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의 공동목적이 성취됨으로써 구성원의 개인적 욕구가 충족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효과성과 효율성의 개념적 분리가 나타납니다
.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효과성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고, 효율성은 그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기가 충족되거나 만족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효과성이 높아도 효율성은 낮을 수 있고, 효과성이 낮아도 효율성은 높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나드는 효율성이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판단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들어, 충성심과 신뢰, 팀 스피릿, 조직목적에 대한 헌신과 같은 추상적 개념들, 즉 구성원의 태도변화와 같은 요소들은 공학적으로 다루기 힘들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바나드가 효율성이란 구성원의 동기충족이나 만족을 나타낸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의 연구자들은 한결같이 효율성을 공학적 의미, 즉 투입량대비 산출량의 비율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숫자는 인간에게 포르노만큼이나 매혹적입니다. 숫자를 들이대면 꼼짝할 수 없습니다. 어느 경영자가 매출이 전년대비 20% 하락했다는 보고를 듣는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수도권의 매출증가율이 5%로 높아졌다는 보고는 어떤가? 고객만족도가 경쟁사에 비해 2%포인트 낮다는 보고를 받았다면? …

인간이 숫자에 치명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던 허버트 사이몬(Herbert A. Simon, 1916~2001)은 효율이라는 용어를 숫자로 대치시켜 버렸습니다. 엘톤 메이요의 엉성한 인간관계 개념과 체스터 바나드의 "경영자의 기능"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측정할 수 없는 것보다는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이몬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1945년에 『관리행동론』(Administrative Behavior)이라는 단행본으로 출판합니다. 이 책이 그의 사상에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생을 통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효율성(efficiency)이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에서 최대의 이익을 조직에게 가져다 주는 대안을 선택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는 주관적 가치가 제거된, 소위 매정한 효율성’(ruthless efficiency)을 계산하여 관리행동의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제적이고도 합리적인 효율성 개념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나중에는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습니다.

그 후의 경영학 또는 경제학에서는 소위 효율성 공학(efficiency engineering)이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효율성 공학에는 모든 것이 측정 가능해야 하며, 계산할 수 있는 숫자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만약 측정할 수 없는 대상이 있다면 측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형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구성원의 만족감 같은 것은 조직 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마땅치 않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전제와 조건을 만들어서 측정 가능하도록 조작해야 합니다. 7점 스케일로 측정한다면, 가장 만족스러웠을 때를 7점에 놓고 가장 불만족스러웠을 때를 1점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만족감은 몇 점인지를 조사하여 만족수준을 계량화합니다. 5.5보다는 6.3이 더 높은 점수이므로 만족감이 더 높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방식은 오늘날 통계학의 도움으로 매우 정교한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결과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거의 의심하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직원 사기나 고객만족을 설문조사기법으로 파악합니다. 여기서 얻은 숫자를 통계 처리하여 경영에 반영합니다. 정부에서도 관련부처들의 경영혁신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각종 만족도를 조사합니다. 지자체에서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을만 되면 온 나라가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내가 실무에 있을 때, 이 분야에 관여해봐서 조금 압니다만, 한 마디로 말하면 신뢰할 수 없다입니다. 왜냐? 고객만족과 같은 질적인 요소들은 워낙 주관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설문지와 모집단 구성, 그리고 샘플의 추출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합니다. 6.3 5.5의 차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숫자가 조작되어 통계 수치로 나왔다는 것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숫자들이 완전히 엉터리로 지어낸 가짜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숫자가 나오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전제와 가정이 깔려 있기 때문에 그 전제와 가정 중에서 한두 가지만 바뀌어도 숫자는 달라지고, 아무도 그 바뀐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측정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적인 판단영역을 계량화함으로써 불가피하게 치르는 비용과 폐해는 그것을 통해 얻는 이득에 비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무슨 협회나 단체에서 기업들에게 만족도를 조사해 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만족도가 높은 상태에 있으면 명예의 전당에 올려주는 장사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사실 이것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자들이 조작적으로 수집된 통계수치에 의지해서 경영하는 것은 마치 내비게이션을 믿고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 내비게이션을 믿으면 가끔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인간의 주체적 삶을 숫자나 기계장치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니까, 지리에 대한 방향감각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나의 경험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경영자는 현장의 상황이나 구성원들의 태도변화를 직접 감지할 수 있는 민감한 감각을 기르고 영혼의 순수함을 유지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나드는 개인적 동기의 주관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설득에 의한 구성원들의 태도변화를 중시했습니다. 그는 이런 주관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대안이 더 효과적이라거나 더 효율적이라는 객관적 질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바나드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만족도를 조사하는 행태를 보면 뭐라고 할까요? 내 짐작에는 당장 집어치우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테일러리즘의 광기를 뚫고 피어 오른 어린 새싹이, 즉 1938년에 발표된 "경영자의 기능"이라는 바나드의 기념비적인 사상이, 포르노보다 더 강렬한 숫자 앞에서 총맞은 것처럼 스러져갔습니다.

오늘날
많은 경영자와 학자들이 숫자 앞에 무릎을 꿇고 숫자의 신을 예배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런 숫자 앞에서 눈을 돌려 과감히 무릎을 펴고 일어서야 합니다. 숫자는 항상 진실을 가리기 때문입니다이제 숫자가 아닌 사태의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바나드 얘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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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지난 이야기

         경영이란 무엇인가(1)_경영의 기본전제
         경영이란 무엇인가(2)_경제와 경영


경영을 얘기하려고 하는데, 왜 경제에 대해 언급하느냐 하면,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물론 사회에는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도 필요하고, 조직에서도 경영적 효과성(managerial effectiveness)이 필요하긴 합니다. 그래서 경제든 경영이든 비용 대비 성과를 최대화하려는 노력은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경제에서는 효과(effectiveness)를 더 중시하고, 경영은 효율(efficiency)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경제적 효과성(economic effectiveness)과 경영적 효율성(managerial efficiency)으로 구분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이 앞서 언급했듯이 체스터 바나드(Chester Irving Barnard, 1886~1961)입니다. 효율성은 기본적으로 투입과 산출의 비교를 통해 계산되므로 공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투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산출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기법들이 경영공학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효과성은 투입을 고려하기 보다는 목표로 삼았던 산출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가로 결정됩니다.

 

조직을 경영하는 데 있어,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효율성입니다. 효율성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성과를 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효과성보다 더 중시되어야 할 지표입니다. 효율성을 높이게 되면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효율성에 관해서 지금까지 연구된 대부분의 이론과 방법들이 물적 자원의 효율성 제고에는 다소 도움이 되었지만, 인적 자원에 적용될 경우에는 오히려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점입니다.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공학적인 기술로 무장된 쥐어짜는 방식이 먹혀 들리 없기 때문입니다.

 

체스터 바나드가 말한 효율성을 공학적 의미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가 언급한 효율성 개념은 공학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중심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행위가 어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그 행위를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 비록 효과적이든 아니든 그 행위가 목적의 동기를 충족시키고 그 과정이 이것을 상쇄시키는 불만족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그 행위가 효율적이라고 한다.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동기를 충족시키지 못하든지 또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유발시키게 되면 그 행위가 비록 효과적이더라도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이렇듯 바나드의 저작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효율성이란 행위자, 즉 구성원의 동기가 충족되어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결국 효율성이란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그것은 경영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기본 전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직의 효과성을 높이려고 인간을 기계의 부품으로 보는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해야 합니다. 인간을 영혼의 능력을 소유한 실존적 존재로 전제하게 되면, 새로운 방법론과 기법들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됩니다. 재무제표의 숫자에서 눈을 돌려 사람은 깨어있는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경영이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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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지난 이야기

         경영이란 무엇인가(1)_경영의 기본전제


앞서 말한 경영의 기본 전제 위에 경영학 또는 경영관리를 구축하려면 우선 경제(economy)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경제는 현대적 의미에서 보면 사람들에게 좀더 편하고 안락하게 해주는 그 무엇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여가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결국, 복지(welfare)를 증대시키는 것이 곧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지를 증대시킨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복지가 증대되었는지는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는가? 한 국가의 복지지표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GNP 또는 GDP입니다. 생산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의 척도를 말합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듯이 그것만으로 복지가 증대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학문과 기술의 성숙 정도, 역사적 문화적 자존심과 건전한 가치관, 그리고 사회구성요소를 적절히 자극하고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효율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를 잘 하여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원리는 무엇인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잘 배분하여 그 자원들이 최대한의 효율성을 발휘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는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입니다.

 

     비용 최소화

     성과 최대화

 

이러한 두 원리가 실현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과 경영학입니다. 그러면 경영학은 경제학과 무엇이 다른가?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주체와 대상의 차이입니다. 경제의 주체는 정부, 기업, 가계 등 추상화된 개념들인데 비해, 경영의 주체는 경영자로 인식되는 개인 한사람 한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대상에서도 사회전체의 자원배분에 관계된 것은 경제에 속하지만, 외부와 경계를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어떤 조직의 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경영행위가 됩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석유와 같은 물적 자원이 효과적으로 배분되는 원칙을 정하는 행위(, 석유에 부가하는 세금을 조절하는 등의 행위)는 국가 전체적인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경제적 행위(최대의 성과를 추구하여 부를 증진시키는 행위)에 속하지만, 정부조직 자체가 필요로 하는 석유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결정은 조직구성원과 그 이해관계인의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경영적 행위(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끌어내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경제와 경영은 동일한 원리를 추구하면서도, 완연히 구분되는 학문영역입니다.

 

다시 한번 더 정리하면, 효과성(effectiveness)은 국가라는 추상적 개념이 자신의 국부를 증진시키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느냐의 문제이고, 효율성(efficiency)은 기업과 같은 단위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한 결과에 스스로 만족스러워 함으로써 복지가 증진되었느냐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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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경영을 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효율성(efficiency)입니다. 하지만, 효과성(effectiveness)을 더 중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효과성이란 어떤 결과가,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목표에 도달한 정도를 나타냅니다. 기업에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과 발전은 효과성에 달려있다는 믿음이 퍼져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고, 각각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효과성은 결과를 나타내지만, 효율성은 과정을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개념들이 서로 혼선을 일으키면 기업경영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르고, 경영자들이 헛발질을 하게 됩니다.

 

효과성은 전통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개념이므로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효율성은 보통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면이 있으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효율성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방향에서 연구하고 활용되어 왔습니다.

 

첫째, 공학적 접근입니다. 여기서는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로 효율성을 계산합니다. 경영자들은 최소한 투입으로 최대한의 산출을 끌어낼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공학적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효율성은 기업경영의 합리성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적정재고수준의 계산, 물류이동거리의 최적화 등과 같은 계량화된 변수들의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쉽게 규명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경영자들에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둘째, 효율성에 관한 인간적 접근방식으로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심리학적 논리체계를 말합니다. 인간적 효율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율성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인물은 체스터 바나드(Chester Irving Barnard, 1886~1961)입니다.

 

그는 어떤 결과가 목표에 도달한 정도를 효과성(effectiveness) 개념으로 설명했고,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동기를 충족시키면서 불만족을 일으키지 않을 경우를 효율적(efficient)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동기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하게 되면, 그 행위가 비록 목표를 달성하여 효과적이더라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C. I. Barnard, The Functions of Executives, Harvard University Press 1938 참조)

 



바나드의 저작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효율성이란 조직구성원의 동기가 충족되어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효율성은 공학적 효율성을 넘어섭니다.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여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움으로써 조직 전체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합니다. 말하자면, 높은 인간적 효율성은 자연스럽게 높은 효과성을 가져다 줍니다.

 

여기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다음과 같이 2x2매트릭스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효과성

높음

C

A

낮음

D

B

낮음

높음

효율성

 

A는 기업의 높은 인간적 효율성을 통해 높은 효과성이 실현되는 경우인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상태(desired state)입니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면, 그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은 궤도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B는 조직구성원의 인간적 효율성은 높은데 조직 전체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즉 조직구성원의 내적 동기(intrinsic motive)는 충족되고 있지만, 조직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매력적인 비전과 조건이 정비될 때, A의 상태로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이 이런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피하고 싶어합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게 되면, 심리적 만족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통제불능의 사태로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입니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자연스럽게 C의 상태로 나가고 싶어하며, 인간적 효율성보다는 공학적 효율성을 통해 조직 전체의 효과성을 높이려 하게 됩니다.

 

C는 조직구성원의 내적 동기가 충족되지 않고 있어 불만족 상태에 있지만, 경영자는 쥐어짜는 방식의 경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 경우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조직이 이런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공학적 효율성을 통해 효과성을 높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D는 조직구성원의 내적 동기도 충족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기 때문에 조직 전체에 낮은 효과성을 나타냅니다. 불황의 위기에 처한 요즘 같은 비즈니스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첫째, 구조조정과 같은 방식의 쥐어짜는 공학적 효율성을 높여 C로 끌어 올리는 대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결코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모든 구성원을 긴장과 스트레스 속으로 몰아넣기 때문입니다.

 

둘째, 인간적인 효율성을 높여 B로 나가게 하여 매력적인 비전과 조건을 정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A로 진입하는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직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것은 경영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기본 전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직의 효과성을 높이려고 인간을 기계의 부품으로 보는 지금까지의 공학적 패러다임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 공학적 패러다임에서 인간적 패러다임으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해야 합니다.

 

인간을 영혼의 능력을 소유한 실존적 존재로 전제하게 되면, 새로운 방법론과 기법들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됩니다. 재무제표의 숫자에서 눈을 돌려 구성원들을 <깨어있는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경영이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효율성이고, 이런 효율성이 조직에 높은 성과를 가져올 것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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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누가 나에게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경영학 고전을 두 개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체스터 바나드(Chester I. Barnard, 1886~1961)의 『The Functions of the Executive』(1938)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의 『The Practice of Management』(1954)를 들 것입니다. 후자는 이미 번역되어 나왔고 드러커는 거의 연예인만큼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그의 이름과 사상의 대강은 알고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바나드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체스터 바나드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입니다. 20세기 경영학에서 경영사상의 지축을 흔들어 놓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데도 세간의 인기를 크게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후학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나드 이후의 경영학자들은 대부분 그의 사상으로부터 직간접으로 세례를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인물은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몬(Herbert A. Simon, 1916~2001)입니다. 그의 제한적 합리성과 의사결정이론은 바나드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인물 중에는 피터 드러커를 들 수 있습니다. 드러커의 업적과 공로에 대해서는 나중에 리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바나드 사상의 일면을 드러낸 『The Functions of the Executive』에 의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1938년에 출판된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문자 그대로 경영자의 기능을 정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자는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조직구성원의 헌신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경영자의 핵심기능을 정의하고 나니까, 경영자의 권위는 경영자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이 그의 권위를 마음으로부터 수용해 줘야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경영자는 부하들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말로만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설득력과 성과급(incentives)을 적절히 활용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성과급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의 중요성을 더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내가 바나드의 위대함을 보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바나드는 조직론에서 효과성과 효율성을 최초로 구분했습니다. 조직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효과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개의 범주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효과성이란 명시적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느냐에 따라 정해지며, 조직의 효율성은 조직이 구성원의 동기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었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요즘 우리가 흔히 효율성을 단순히 투입대비 산출의 정도로 측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정의입니다. 경영학이 점차 공학으로 변해가면서 효율성의 개념과 정의도 많이 왜곡되었습니다.

 

아무튼 요즘 쓰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바나드는 조직구성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면, 즉 효율성을 높이면, 조직의 목적 또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즉 효과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진리입니다. 진리는 단순합니다.

 

“효율성을 높이면 효과성이 높아진다.” 즉,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상태를 제공하면 조직의 목적은 지속적으로 달성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지성으로 본다면, 그런 정도가 뭐 대단한 것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대공황의 처참함에서 겨우 벗어나려고 하던 미국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동자는 넘쳐나는 데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을 감안할 때, 그래서 노동자의 인권을 생각하기 어렵던 시대임을 감안할 때, 시대정신의 흐름을 뒤집어 업는 놀랄만한 발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발상은 광야에서 외치는 진리였습니다.

 

놀랍게도 바나드는 대학에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었습니다. 상아탑에 안주하는 창백한 지식인이 아니었습니다. AT&T에 사원으로 입사해서 자회사의 사장까지 오른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공기업을 맡아 경영한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학자들과 교류하고 있었을 뿐, 한번도 전문적인 연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경영자 권위의 문제, 설득의 커뮤니케이션과 성과급 이슈, 효과성과 효율성의 명확한 구분 등과 같이 그가 보여준 통찰력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빛날 것입니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요즘 우리 경영학계과 실무계는 바나드의 통찰을 무시한 채 인간을 “돈 버는 기계”로 생각하거나 “목적달성을 위한 자원”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사상에 너무 깊이 빠져 있습니다. 사람은 기계도 자원도 아닙니다. 영혼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어하는 실존적 존재입니다. 이러한 진실을 외면하면, 조직의 장기적인 효율성과 효과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 경영자들은 바나드의 사상을 다시 한번 깊이 곱씹어 봐야 할 때입니다.(끝)

 

[참고] 이 책은 15년 전에 신한종합연구소의 기업문화팀에서 『관리자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역자들은 이 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번역까지 하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텐데, 약간의 오역과 매끄럽지 못한 부분 등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원서를 그대로 보시면 훨씬 그 뜻을 명확히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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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